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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며_ 참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01 외딴방에 갇혀 우는 어린 나 02 타인의 아픔 03 서로 미워하는 여자들 04 엄마를 그리워하는 엄마 05 울지 못하는 남자들 06 존재의 이유 07 분노가 나를 삼킬 때 08 아픔을 태워버린 아버지 09 미움과 그리움의 불협화음 10 그녀의 바탕화면 11 살아남은 자의 슬픔 12 스스로를 벌하는 아이 13 공붓병에 걸린 아이들 14 인생을 느끼는 나이, 열 살 15 내면아이 만나기 책을 덮으며_사랑하는 너에게 독서치료 프로그램에서 내담자들과 함께 읽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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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꼭 싫은 건 아니에요.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다만, 가난할 순 있지만 두 아이가 부모에게 버려진 환경이 싫었어요. 읽히지가 않았어요.”
소금인형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얼굴도 약간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급기야 그녀는 눈물까지 쏟아냈다. “그랬군요. 혹시 엄마 아빠에게 버려졌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아니오, 날 버린 건 아니지만……, 네, 버린 거지요. 나는 버려졌다고 생각해요.” 소금인형은 약간 흥분해서 말을 오락가락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가 표출하는 감정은 확실하게 와 닿았다. 부모에 대한 분노였다. 첫날 어떤 감정으로 남편 이야기가 나왔던 것인지 짐작이 갔다. 나는 곧바로 물었다. “지금도 버려지는 게 두려우세요? 버려질까 두려워 먼저 남편을 버리려고 하는 건가요?” --- p.32「외딴방에 갇혀 우는 어린 나」 중에서 “당신 마음속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는 이로부터.” 다른 사람들은 주인공 여공의 아픈 회상에 귀 기울일 때, 한 사람은 소설 속 주변 인물인 오빠의 쓸쓸한 뒷모습에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에 실린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빛깔과 무게가 다를 뿐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상처를 지닌 한 인간’으로 사람을 보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미워할 수가 없다. 심리치료는 기본적으로 자기 상처를 씻는 과정이지만 그 전에 남의 상처를 이해하는 일이다. --- p.50, 「타인의 아픔」 중에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삶, 무엇인가를 위해 꼬박 밤을 새우는 열정도, 가슴 저 밑에서 뿌듯함이 올라오는 감동도 없는 삶,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없는 삶은 죽은 삶이다. 허무는 별 게 아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그게 허무다. 장미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조롱과 야유로 인해 가치 지향적인 자기 품성을 봉쇄당했고, 자기가 좋아하고 눈길이 가는 것일수록 남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리는 습성이 생겼을 것이다. 단 한 번도 무엇을 적극적으로 욕망하거나 신념을 세워본 일이 없을 것이다. 자아실현의 욕망이 없는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 그런 사람이 죽음을 생각해본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 p.119, 「존재의 이유」 중에서 신경숙의 《외딴방》. 그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서러움의 근원이 엄마에게 있음을 알았다. 내 허기진 배고픔의 근원이 엄마를 향한 사랑고픔임을 알았다. …… 작품 속의 나! 아주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가녀린 ‘나’, 사랑한 것 말고는, 삶을 따뜻하게 바라본 것 말고는 잘못한 게 없는데 너무나 큰 짐을 안아야 했던 ‘나’, 외면하고픈 시간을 결국은 만나야 했던 ‘나’로 표현된 주인공은 내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된 또 다른 나였다. --- p.256, 「사랑하는 너에게(책을 덮으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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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가요?
어딘가 다치거나 병에 걸려 병원에 가면 의사는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세요?” 하고 질문한다. 그런데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이런 질문을 하기가 어렵고 질문한다 하더라도 “어디가 아프다” 하고 시원스럽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어딘지 딱 꼬집어 짚어낼 순 없어도 현재 삶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 마음속 그림자를 지니고 산다. 때로는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을 느끼면 자신을 옭아매는 그림자를 찾으러 헤매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가슴속 환부를 같이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치유하는 손길이다. 지은이 김영아는 논술 지도로 정평이 나 있는 강사였다. 논술 스터디 그룹을 이끌면서 아이들 마음속에 부모도 스스로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아픔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책이 아이들 마음을 들여다보는 좋은 수단이 된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그 후 지은이는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먼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어둠을 드리우는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머리로는 알겠어도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부분을 안고 오랫동안 신음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서점에서 『외딴방』을 읽었다. 지은이는 그 책 안에 자신의 내면이 투영되어 있음을 느꼈다. 목 놓아 울면서 기나긴 세월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려 있던 아픔이 한순간 떠밀려 내려가는 후련함을 느꼈다. 지은이는 이런 체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독서치료’를 공부했다. 그리고 아프긴 많이 아픈데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스스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아픔에 다가가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시작했다. 이 책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는 지은이가 4년에 걸쳐 독서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난 내담자들의 아픔과 치유되는 과정을 담았다. 마음속 상처를 찾아 약을 발라주는 책 여럿이 같은 책을 읽더라도 저마다 밑줄 긋는 구절이 다르다. 가령 소설을 읽을 때 누군가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지만 누군가는 남들이 다 욕하는 악당에게 공감하기도 하고 더러는 주변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는 경우도 있다. 남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했으나 누구도 그 희생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허탈해하는 사람은『외딴방』을 읽을 때 주인공 ‘나’보다는 ‘오빠’의 삶을 그윽하게 바라본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고 숙희, 숙자 자매를 보면서 장남이라서 단 한 번도 엄마 품에서 어리광 부리지 못한 아픔을 토로하는 중년 남성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자란 괭이부리말에 돌아와 아이들을 돕는 선생을 보며 그 지긋지긋한 동네로 뭣 하러 되돌아가느냐며 심하게 분개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유기불안을 겪은 이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윤수의 ‘블루노트’ 부분을 차마 읽지 못하고, 급작스레 아버지를 잃어 미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 못하는 딸은 유정이 엄마와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을 부러워한다. 책을 읽을 적에 담담하게 넘길 수 없는 책장, 거기에 내 안의 상처가 녹아들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책은 더러는 외면하고 싶고 더러는 얼른 찾아내 없애고 싶은 마음속 그림자, 언젠가는 한번 만나야 할 또 다른 나를 비치는 거울이기도 하다. 독서치료 프로그램에서는 독후감을 발표하는 시간에 저도 모르게 마음속 환부가 드러난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영아는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차분히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시간을 마련해준다. 책은 자기 아픔을 털어놓거나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자연스럽게 상처에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는 좋은 매개체이자,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 그 자리에서 자기 아픔을 해소할 수 있는 처방전도 된다. 이 책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에서는 ‘책’이 주인공이 아니라 여러 책을 통해서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털어놓는 아픈 이야기가 주인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