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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부 두 발로 우울을 밟아나갔다 2부 당신은 암입니다 3부 죽기 좋은 날은 없다 4부 간다, 다시 나오며 | 나태하게 사는 게 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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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부터 암까지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혼자만의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물에 빠졌는데 이끼가 가득한 벽을 손톱으로 파고 올라왔습니다. 구조 요청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롯이 ‘나 혼자’로 버텨내고 싶었습니다. --- p.9~10 사실 이제껏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질문을 받고 나니 네라는 대답이 나왔다. 대답하면서도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단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뿐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뿐이다. 오히려 어느 날 빛을 보고, 이러다 죽겠다 싶어 살아야겠다는 갈망이 목을 조여 왔다. 그래서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죽고 싶냐는 말에 그렇다고 답했다. 누가 답한 것일까. --- p.15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언제나 마음은 북한산 백운대로 올라가는 철 사다리에 매달린 듯 흔들려 왔다. 바위 위에 서면 저 멀리 서울의 풍광보다 한길 낭떠러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가는 대로 보인다는 말 그대로 불안은 언제나 발밑에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 망치로 때려 부수고 싶은 회사 일, 고구마 백만 개를 집어먹은 듯 답답한 집안일은 누구나 겪는다. 단지 마음의 공백이 필요한데 자신에게 그걸 주지 못했다. 술이 만드는 뇌의 정지,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마음이 몸보다 먼저 움직였다. 아니 몸이, 뇌가 망가지는데 알아차리지 못했다. --- p.24~25 달리기는 자전거 타기보다 더 깊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평지나 내리막에서 관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전거는 인생의 여정과는 사뭇 다르다. 달리기는 단 한 걸음이라도 직접 힘을 쓰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삶은 그리고 달리기는 한 톨도 거저 주어지는 것이 없다. 두 다리는 체인이 아니라 몸통으로 연결돼 있다. 달리기로 좁힌 것은 나와 나 사이의 거리였다. --- p.34~35 ‘일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있던 그대로 그렇게 있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구구단처럼 쉽고 명백한 사실도 역시 빼앗기고 없어져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뜨거움을 알게 되는 걸까. --- p.77 삶의 큰 변곡점은 꼭 이렇게 아픈 것밖에 될 수 없었을까. 의지를 갖고 쉬고 멈추고 돌아볼 수는 없었을까. 당장 떠날 수 없으니 눈이라도 감아본다. 그럼 혼자가 된다. 수술한 곳이 아파서가 아니다. --- p.108 자정이 넘어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러면서 터져 나온 생각. ‘살아야지. 살아야겠다.’ 역시 처음이다. 암 선고를 받고 생의 의지를 강렬하게 느낀 것은. ‘그래 살아야지. 그게 전부지.’ --- p.143~144 완치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 블랙홀에서 아직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나오겠지. 언젠가는. 입구가 있다면 출구도 있을 테니까. 그게 미로의 규칙이니까. --- p.161 복’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병에 걸린 것도 다른 의미에서 복일지 모르겠다. 삶을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그렇다. 물론 생존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 p.184 그렇게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하는 두 번째 삶이 될 것이다. 봄이 되어 벚꽃이 필 때 다시 태어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조금 다르게 살아볼 생각이다. --- p.189 달리기는 두 번이나 구원의 동아줄이 되었다. 우울증에서, 그리고 항암 극복에서. --- p.267 크게 아프고 나서야 다시 삶이 생겼다. 회사에서 몸과 마음을 떼어냈다. 병이 가져다준 선물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명함에서 앞뒤 수식어를 빼고 이름만 남긴 것. 그것의 소중함 말이다. --- p.269 암을 경험한 이는 몸에 암이 남아 있는지와 상관없이 평생 암의 노예가 된다. 불안의 노예. --- p.289 마음을 터놓는 수다는 그래서 언제나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혼잣말이라도 좋다. 속을 꺼내야 응어리진 것이 풀리리라. --- p.292 사는 것은 힘들다. 아픈 것은 더 힘들다. 아플 때는 그동안 해온 모든 고민이 다 무(無)가 된다. 그렇게 없어질 고민에 왜 그토록 매달렸던 걸까. 하지만 병에서 벗어나면 이내 다시 생의 괴로움에 빠진다. 속세의 인간이라 별수 없다. 이 또한 받아들인다. --- p.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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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깊은 통찰
막 나온 빵의 온기처럼 위로가 되는 이야기 저자는 치병 과정의 경험과 그 뒤 계속된 삶에서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었던 일들을 세심하게 글로 기록했다. 크게 아프고 난 뒤에 되찾은 삶에 대한 통찰은 마음을 툭 터놓고 하는 수다처럼 진솔하다.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해낸 저자의 깨달음은 감동적이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유려한 문장은 투병기이지만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때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가 기자 정신을 발휘해 치병 과정에서 찾아낸 암에 관한 정보와 지식들은 환우들에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은 이들은 “나도 진즉에 그랬어야 했는데……”라는 공감의 순간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페이지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과 마주한다. 죽음이 아니더라도 삶은 고달프다.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삶이 늘 꽉 막힌 터널처럼 답답하다면, 그가 우리를 향해 내미는 손이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그의 말 한마디가 다시 일어나도록 힘을 줄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진정 감사한 일이기에. 죽고 싶기는 한데 살고 싶어요 저자는 KBS 방송국 기자다. 매일 매순간 마감에 시달리는 고달픈 직업이지만, 어쩐지 요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스트레스가 그의 마음을, 몸을 망가뜨린 것일까. 어느 날 생각도 감각도, 존재조차 사라졌다. 우울증이었다. 정신과를 찾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한마디 더. “죽고 싶기는 한데 살고 싶어요.” 막연히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사는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줬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모두 환자 분처럼 병이 나지는 않아요.” 세로토닌 같은 뇌 신경전달물질이 추운 겨울 수도가 얼어붙듯 굳어버린 것이니, 따뜻하게 해주면 녹을 것이라고 했다. 처방해준 약이 바로 언 수도를 녹이는 따뜻한 물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일어나 걸으세요.” 이 한마디는 마법을 부렸다. 그날부터 그는 한강 길을 걸었다. 걷는 것이 하루 일과 중 유일한 일이 되었다. 무작정 걷기만 하던 어느 날, 달리기를 시작했다. 걷는 날보다 뛰는 날이 많아지면서 심장이 펄떡이는 것을 느꼈다.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다. “달리기는 단 한 걸음이라도 직접 힘을 쓰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삶은 그리고 달리기는 한 톨도 거저 주어지는 것이 없다. 달리기로 좁힌 것은 나와 나 사이의 거리였다.” 암이 찾아왔다 달리기로 우울증의 우물에서 나와 햇빛을 본 지 2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 그는 혈액암 중의 하나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포종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총 6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가 시작되었다. 죽음이 코앞이었다. 처음엔 절망했고 분노했다. 다음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자책했다. 그러면서 친구를 사람을 찾기 시작했고, 암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모았고, 환우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 심지어 점을 보기도 했다. 모두 아프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삶의 큰 변곡점은 꼭 이렇게 아픈 것밖에 될 수 없었을까. 의지를 갖고 쉬고 멈추고 돌아볼 수는 없었을까.” “각각의 사연 하나하나가 모두 한 생명의 삶과 죽음에 닿아 있다. 영화의 대사처럼 죽기 좋은 날은 실제로는 없다. 그런데도 포기하는 글을 읽은 적은 없다. 생의 의지를 가진 이들은 말과 글을 놓지 않는다. 살고 싶다고. 살아야 한다고. 이겨낼 거라고. 함께 그렇게 하자고 말이다.” 항암 치료를 끝내고 후유증에서 좀 벗어났을 때쯤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예전만큼 속도를 낼 수는 없었지만 이젠 그런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운동의 효과는 분명했다. 우선 숨쉬기부터 편해졌다. “달리기는 두 번이나 구원의 동아줄이 되었다. 우울증에서, 그리고 항암 극복에서.” 암 생존자로 살아가기 저자는 극심한 항암 치료의 고통을 견뎌내고 2019년 봄, 완전 관해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죽음의 불안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희망보다 더 아름다운 말은 없기에. “내일이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고 소중한 일인가. 한때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었다. 이제는 다시 하나씩 지켜나가면 된다. 마음이 그려내는 여유, 암 환자의 생존법이다.” “크게 아프고 나서야 다시 삶이 생겼다. 회사에서 몸과 마음을 떼어냈다. 병이 가져다준 선물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명함에서 앞뒤 수식어를 빼고 이름만 남긴 것, 그것의 소중함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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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의 투병 에세이인데, 단숨에 소설 한 편을 읽은 것 같다. 항암은 끝나고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제 잡귀를 막아보려고 뾰족한 것을 주머니에 넣어두는 별스런 짓까지 한다. 드디어 명함에서 앞뒤 수식어를 빼고 ‘이름’만 남겨도 평안함을 찾은 듯하다. 진즉에 그랬어야 했는데. 우리는 왜 몸과 마음이 온전할 때는 삶의 나날에 제대로 감사해하며 살지 못할까? 삶의 매순간을 소중히 꾸려나가고 싶다면 이 책에서 힌트를 얻어 보시길. - 정세진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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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대인의 피할 수 없는 질병인 우울증과 암이라는 이중의 불행을 겪으면서, 익숙했던 세상과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만난다. 그리움과 감사한 마음이 가득 담긴 그의 글은 암 환자가 아니더라도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자작나무 숲속에서 건네받은 따뜻한 빵처럼 위로가 될 것이다. -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한국건강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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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우리와 함께하는 발을 의식하는 순간은, 아마도 발이 돌부리에라도 부딪쳐 통증을 유발할 때뿐이다. 이 책이 깊은 통찰로 반짝이는 것은, 저자가 겪은 우울증과 혈액암이 일종의 돌부리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라톤 마니아인 저자가 앞으로 펼쳐나갈 인생 마라톤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 이경재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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