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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 아서라는 마음 1 풍차를 향하여 2 엄지와 검지의 추억 3 자작나무처럼 기다리는 남자 4 훔치는 것이 마음이라면 5 경이로운 꿈, 바람과 파도 6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7 그레이스는 오리지널이죠! 8 당신이 포기한 것 9 구름바다를 헤엄치는 법 10 맺을 땐 맺고 끊을 땐 끊고 11 노을을 함께 본 사람 12 담기 위해, 버리기 위해 |
金琸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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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질문을 삼키자 눈물이 고였다. 고마운 일이다. 이번 생에선 당신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컸다. 수백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어긋나도 그날 그곳에 나는 없었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만인에서 만물로 ‘당신’을 확장하면 이 만남이 더욱 귀하다. 그 사람을, 그 노을을, 그 길을, 그 책을, 그 노래를 만난 덕분에 나는 내가 되었다. 달라진 내 몸과 맘이 묻는다. 어떻게 당신이 내게로 왔지? 이야기로 풀어보려 했다. 직관이나 격언이나 수식은 가짜다. 비유이면서 사실인 세계가 소설의 육체이므로, 오래 낯선 곳에 가 머물렀다. 거기서 만난 이야기들이 당신을 만들었고, 당신의 이야기에 나도 물들었다. 습지의 나무 위로 떠오른 봄 별 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야기라는 게 자꾸자꾸 커지고 넓어지는 가방 같아” “마지막이야, 지금 타지 않으면…….” 이미 내린 결단을 그는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연인이 되고 이 년 동안 결정은 그의 몫이었다. 이번에도 그는 하던 대로 했고, 나는 하던 대로 하지 않았다. 그가 내린 크고 작은 결정들을 단번에 지워버린 단 한 번의 결정. 집착이 미련으로 바뀌는 것은 늦게 깨달은 자의 불행이다. 나는 조수석 차문을 힘껏 닫고 먼저 걸음을 뗐다. --- 「1-1 풍차를 향하여」 중에서 정목은 가방 대신 공주들이 모여 사는 장난감 성을 선물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왜 꼭 가방을 원해?” 대답 대신 두 번 다르게 되물었다. “숨기기 좋잖아요?” “꺼내기 좋잖아요?” 정목이 고쳐 물었다. “어느 쪽이야? 숨기는 거? 꺼내는 거?” 쉽게 이어버렸다. “숨겼다가 꺼내기 좋고 꺼냈다가 숨기기 좋고. 그게 가방이니까요.” 정목이 질문을 더했다. “뭘 숨기고 또 뭘 꺼낼 건데?” 나는 몇 가지를 떠올렸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형숙 씨를 흉내 냈다. “마음! 마음을 숨기기도 하고 꺼내기도 할래요.” --- 「1-3 자작나무처럼 기다리는 남자」 중에서 이제 더는 동아리 안에서 연극을 전부라고 믿던 대학생이 아니었다. 연극이 소중한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세상에는 많았다. 예술을 예술답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귀 막고 눈 막으며 연극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이 서자마자, 영화도 드라마도 노래도 아니라는 생각이 기차처럼 줄줄이 따라왔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어려서부터 이상하리만큼 친숙했지만 아직 시도해 보진 않은 그 꿈이,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역처럼 떠올랐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일. 예술은 아니지만 예술적인 일! --- 「1-7 그레이스는 오리지널이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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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가방, 당신이 내 가방이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트로이 프로젝트! 첫 고객의 첫 주문이 시작되고, 그의 첫사랑을 향한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는데 마침내 그레이스는 그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한 달을 한 생으로 여길 만큼 사랑했던 연인 독고찬의 청혼을 거절한 후, 다정은 더 이상 사랑이라는 핑계로 남자에게 끌려가지 않고, 자신만의 일을 시작하기로 선택한다. 짝퉁 명품 가방계의 일인자 죽 선생에게 자신만의 오리지널 가방을 주문하며 오더메이드 가방회사 ‘그레이스’를 창업한다. 조금씩 입소문이 날 때쯤 ‘무엇이든 품고 무엇으로도 바꿀 수 있는’ 가죽 장인들과 디자이너로 한 팀을 꾸려 회사 주식회사 그레이스를 설립하고, 아틀리에를 만든다. 그레이스 설립 후 2년, ‘운해 백(bag)’으로 사업의 탄탄한 기반을 마련한 때, 더 큰 성장을 위해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가방을 만들어주는 ‘트로이 프로젝트’를 비공개로 시작한다. 그 프로젝트에 ‘아서’라는 한 남자가 첫 번째 손님으로 10억을 입금하며,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 소설 같은 인생을 들려주고, 다정은 점점 더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다정을 비롯한 아틀리에 장인들은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번번이 100퍼센트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 ‘아기 신발-벨트 백-안경집-청혼 가방-장갑-트롤리 가방’으로 이어지는 제품을 주문받아 만드는 동안 회사 내 사람들 간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아직 첫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한 트로이 프로젝트가 외부에 알려지며 투자자들도 한 발을 뺀다. 믿었던 친구이자 창립 멤버인 방지훈마저 경쟁사로 떠나고, 팀을 이루었던 아틀리에 장인들은 짝퉁 명품 가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고소고발을 당한다. 모든 것을 놓고 싶은 순간, 옛 연인이 다정의 앞에 나타나 그 또한 ‘트로이 프로젝트’를 포기하라고 말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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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스스로 자른 백조이니 지금부터는 타조처럼 걸으며 살아야 한다”
소설가 김탁환, 셰익스피어를 닮은 남자와 코코 샤넬을 닮은 여자를 통해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오롯이 한 존재로 걷기 위한 유일무이함을 이야기하다! 지독한 경험주의자 김탁환 작가가 디자인한 정교한 스토리 역사소설을 쓸 때 집요한 자료 조사와 현장 방문으로 탄탄하게 고증하는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주요 배경이 되는 가방 회사를 1년여 동안 매주 목요일에 방문하여, 철저히 그 공간과 사람들에 이입하여 일원이 되고자 했다. 실제로 회의에도 참석하고, 소속 장인들과 만나 작품의 소재인 가방에 대해서 꼼꼼히 살펴보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철학과 움직임을 작품에 생생히 녹여 냈다. 또한 탄탄한 서사와 디테일한 묘사, 생생한 비유가 일품인 작가의 필체는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3부 24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오더메이드’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이메일 속에서 ‘그’의 시각을 담은 아서의 목소리로 원하는 제품을 설명하고, 현실 속에서 ‘그녀’의 시각을 담은 그레이스의 목소리로 주문한 제품을 만드는 이야기가 각 장에 걸쳐 병행된다. 이를 통해 마치 게임에서 단계별 퀘스트를 풀듯이 소설의 마지막까지 제품을 주문하는 아서가 누구인지 추리하도록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의 자전적 소설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따듯하고 이상적인 공간과 ‘그녀’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가 펼쳐지는 차갑고 혹독한 공간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어 긴장감을 더한다. 눈 쌓인 횡성호수, 새벽녘 옥정호, 해질녘 변산반도 등 작가가 직접 답사한,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상징하는 듯한 아름다운 배경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체험을 선사한다. ‘누가 만들어놓은 가방에 또다른 가방처럼 들어가지 않겠다’ 키다리 아저씨 신화를 깨고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을 향한 응원 이 작품 속 주요 소재인 ‘가방’은 다정에게 누군가를 한없이 기다리는 곳이자 쉴 수 있는 곳, 인생의 짐을 담거나 꿈을 꿀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에서 등장인물은 경계를 넘어 다정을 자신의 가방 안에 가두어 보호하려는 사람들과, 경계를 지키며 다정의 가방 옆에서 함께 일을 해나가며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들로 나뉜다. 그들과 얽히고설키면서 다정은 보호막을 깨고 나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오랫동안 멈추었던 성장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제대로 링에 오르지도 못하고 방황하며 움츠려 있던 사람들의 무력한 나날을 다독이며,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여운을 준다.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사람은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하고 떠오르는 ‘당신’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만난 덕분에 당신의 유일무이함을 발견하고 지켜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은 지극히 행복하고 괴롭기도 하지만 그 또한 인생의 일부임을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흔들려도 자신에 대한 물음으로 열망하는 것을 발견하기를, 상처받더라도 그곳을 향해 가는 당신의 날개짓을 응원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