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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소의 울음
뒤에 오는 사람 하늘가의 방랑객 길 없는 길 |
崔仁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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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그대여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 부처로부터 흘러내린 불(佛)의 등불이 2천년 동안 꺼지지 않고 활화산이 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는 해동(海東)의 우리나라. 그것을 자각했을 때의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으랴? ‘내가 곧 부처’라는 명제야말로 팔만의 대장경을 단숨에 불태워 버릴 수 있는 진리의 불쏘시개일 것이다. 이제 경허도 없고 부처도 없다. 책을 덮으면 내가 읽던 모든 내용들이 무(無)로 돌아가듯 한 권의 소설을 끝내면 그것은 이미 내게 있어 죽어 버린 과거가 되어 버린다. 선의 검객 임제는 말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내게 있어 죽여야 할 부처도 없고 경허도 없다. 처음부터 없었던 경허를 찾아 헤매었나니 부처를 만난 적도 없고 경허를 만난 적도 없는데 어디에서 죽여야 할 부처를 애써 찾고 어디에서 죽여야 할 경허를 따로 찾을 것인가? 그렇다. 경허야말로 나다. 내가 곧 경허인 것이다. 살아도 온몸으로 살고 죽어도 온몸으로 죽어라 경허의 얼굴은 핏자국이 낭자하였고 상처투성이였다. 상처는 계속 새로이 생겨나 새로 흘러내린 핏물이 이미 괴어 있던 핏자국을 내리덮어 경허의 얼굴은 귀신의 형국이었다. 경허는 그 송곳을 얼굴 아래 턱밑에 받쳐들고 앉아 있었다. 조금이라도 깜박하여 턱이 끄덕거리면 끝이 뾰족한 날카로운 송곳은 여지없이 얼굴을 찌르고 턱밑을 찌르도록 되어 있었다. 벌써 수십 차례 송곳은 얼굴을 꿰찌르고 턱밑을 꿰뚫어 그곳에서 흘러내린 핏물이 온통 얼굴과 턱을 흘러내려 그토록 처참한 귀신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경허의 처참한 형국은 이러한 단어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송곳으로 스스로를 찌른다(引錐自刺).’ 그대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사는 곳마다 진리의 땅이 되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 벌거숭이가 되어 경허는 법석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는 어머니 박씨를 향해 정면으로 마주섰다. 그는 일부러 불알을 어머니에게 자랑이나 하듯 드러내보이면서 마침내 입을 열어 말하였다. “어머니, 저를 좀 보십시오.” 모여든 대중들도 경악하였을 뿐 아니라 그중 제일 놀란 것은 어머니 박씨였다. 박씨는 아들이 자랑스럽고 또한 어머니인 자신을 위해 법문을 한다는 말까지 들었으므로 고운 옷을 차려입고 법석 제일 앞자리에 나와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마침내 참다못한 어머니 박씨는 낯을 붉히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별 발칙한 짓도 다 보겠구나.” 그리고는 법회장을 빠져 나가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이 해괴한 짓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였다. 그들은 젊은 나이에도 도를 이뤄 법왕(法王)이 된 경허를 보기 위해 불원천리하고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그대여 높이 서려면 산꼭대기에 서고 깊이 가려면 바다 밑으로 가라 지난 수년 동안 나는 줄곧 경허의 행적을 좇으면서 지내왔다. 경허는 낮이나 밤이나 그 어디에서나, 심지어 꿈속에서까지도 내 마음을 지배하던 화두였었다. 경허는 내가 먹는 밥이었으며, 내가 꾸는 꿈이었으며, 내가 보는 사물이었으며, 내가 입는 옷이었으며, 내 머리 속에 끊임없이 떠오르던 생각이었다. 나는 단 한순간도 경허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경허의 입을 빌려 말을 하고 경허의 눈을 빌려 사물을 보고, 경허의 손을 빌려 사물을 만지고, 경허의 마음을 빌려 생각하고, 경허의 잠을 빌려 꿈을 꾸었다. 경허가 웃으면 나도 웃었으며 경허가 울면 나도 울었다. 경허가 화를 내면 나도 화를 냈으며, 경허가 술을 마시면 나도 술을 마셨다. 경허가 길을 떠나면 나 또한 길을 떠났다. 나는 경허의 그림자였으며 경허 또한 나의 그림자였다. --- 본문 중에서 |
위대한 인간 부처, 경허(鏡虛)
구한말 한국 불교의 중흥조인 경허 선사와 만공 선사를 축으로 1천6백년 동안 꺼지지 않고 이어오는 한국 불교의 장명등(長明燈)을 오늘에 다시 밝혀 인간의 길을 보여준다. 30년간 꾸준히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 현대문학의 거장 최인호. 한평생 펜을 잡아 업을 이룬 그답게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이 있지만 그중 작가가 사랑하고 자부하는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길 없는 길》을 꼽을 수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냐마는 경허의 ‘법어집’을 받아 들기까지 그야말로 경허에 관해 들은 적도 없던 작가가 이 책을 쓰기까지의 지난한 과정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터이다. 그럼에도 심혼의 불이 당겨지는 느낌을 받으며 경허라는 두레박을 통해 불교의 우물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길 없는 길》은 이 시대의 ‘대장경’이라 불린다. 이는 과한 칭송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받은 불교에 관한 놀라운 충격을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한 줌의 맑은 바람이나 한 잔의 맑은 정화수처럼 전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고백.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생명력으로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스컴의 찬사 *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신사의 핵을 이룬 선사상(禪思想)의 흐름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경향신문) * 젊은 날의 감성을 맑은 문장으로 가라앉혀 세상의 길을 묻는 작가의 새로움이 돋보이는 소설이다.(국민일보) * 한 해직교수의 시각에서 불교의 심오한 정신을 고승들의 행적을 통해 추적해 보는 이 소설은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훨씬 깊어진 생각의 두께를 잘 보여준다.(동아일보) * 시공을 초월한 자유로운 행보로 ‘길 없는 길’을 넘나들며 인간의 본선을 찾고 있는 이 소설은 그 실마리를 찾도록 독자를 이끈다.(문화일보) * 불교적 정신주의를 담은 이 소설은 도시적 감수성의 소설, 역사소설 등에 이어 작가의 또다른 면모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문단의 눈길을 끌고 있다.(조선일보) * 경허의 행적을 쫓으면서 선(禪)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는 작품이다. 강빈이라는 화자를 통해서 근대 고승인 경허의 치열한 구도 여정과 그 선의 세계를 보여주는 일종의 구도소설이다.(중앙일보) *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내력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또 인도와 중국, 한국의 수많은 선화들이 소개돼 가히 소설로 읽는 불교 교과서라 할 만하다.(한겨레신문) * 선불교를 주제로 한 장편 불교소설. 달마 이래의 선불교의 역사와 유명한 화두(話頭)가 등장하면서 소설의 맛을 더해준다.(한국일보) * 불교사에 큰 획을 그은 경허선사의 일대기로 불교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한 스님의 고행을 통해 읽을 수 있다.(일간스포츠) * 상업주의에 물들어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승들의 치열하고 인간적인 삶의 자세를 밝혀주려는 등불 같은 구도소설.(스포츠조선) * 단순한 구도소설이라기보다는 2600년 역사를 지닌 불교의 요체를 가려뽑아 형상화한 이 시대의 장경(藏經)으로 이를 만하다.(법보신문) * 인간의 길을 밝혀주는 구도소설로 불교를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여성신문) * 가톨릭에 귀의한 작가가 쓴 불교소설이고, 한때 도시문학의 맨 앞을 달리던 작가의 탈바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시사저널) 각 권마다 책의 내용에 부합하는 희귀 자료로 화보집 꾸며 경허 선사의 친필과 법문, 만공 스님의 생전 모습과 친필 현액들, 두 스님이 몸담았던 사찰 등의 귀중한 자료들을 화보집으로 묶었다. 각 권의 내용에 부합되는 이 자료들은 작가가 위대한 선사들의 발자취를 좇으며 길어 올린 천금같은 것이다. 개정판 발간에 맞춰 오랫동안 작가가 간직해왔던 자료들을 정리하여 싣는 뜻깊은 작업이 이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