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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3

기괴한 레스토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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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470g | 135*200*26mm
ISBN13 9791165344658
ISBN10 116534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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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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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에 와인을 채워 두지 않아, 손님이 주문한 와인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웨이터의 잘못이었다.
그러나 늘 이곳에는 종류별로 수십 병의 와인이 보관되어 있고, 와인 종류가 몇백 가지는 되다 보니, 이곳에서 어떤 와인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주변 와인 선반 들을 모두 살폈지만 로사리오 와인은 남아 있지 않았다. 시아는 와인 저장고 안을 서성였다.
‘나가서 로사리오 와인이 다 떨어졌다고 할까? 그러다 거미 여인이 잡아가면 어쩌지.’ “하!”
탄식이 입 밖으로 샜다.
“무슨 일이야?”
익숙한 목소리가 와인 진열장 너머에서 들려왔다. 갑작스 러운 목소리에 시아가 움츠러들며 고개를 들었다. 그때 반가운 얼굴이 진열장 뒤에서 튀어나왔다.
“쥬드!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시아가 소리 지르며 쥬드에게 다가갔다. 낯설고 차가운 환경에서 친구를 만나자 마음에 불씨가 지펴지는 느낌이었다.
“마담 모리블한테 약을 배달해 주러 갔다가 네가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들었어.”
그가 시아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알다시피 식재료 저장실은 나도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잖아. 와인 저장고와 레스토랑 내부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고 이쪽으로 와 봤지.”
“진짜?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글쎄, 삼십 분 정도? 진열장이 하도 많아서 숨기 쉽더라고. 이렇게 농땡이 피우기 좋은 장소가 있다니.”
쥬드의 천연덕스러운 농담에 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그러나 쥬드는 반가운 재회에 가려진 현실을 잊지 않았다.
“그나저나 방금 전에는 왜 그렇게 심각했던 거야?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걱정이 깃든 목소리에, 시아는 어린아이처럼 걱정거리를 입 밖으로 쏟아 냈다.
“주문받은 와인이 저장고에 없어. 다 떨어지기 전에 미리 채워 놨어야 했는데. 와인 종류와 수가 너무 많아서 생각지도 못했어.”
시아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쥬드와 대화하는 와중에도 그녀의 근무 시간은 계속되고 있었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의심을 살 게 분명했다. 시아는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하츠를 떠올렸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만 가 봐야겠어. 와인은 어떻게든…….”
걸음을 거칠게 옮기는 찰나 쥬드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 기다려, 시아.”
“미안해. 하지만 나 오래는…….”
“난 와인을 만드는 요리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희망의 실마리를 내미는 말에 시아는 절실한 심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에 공연단에서 무대를 시작했던 뱀파이어, 에드워드 백작이 와인을 만들어. 전에 우리가 갔던 공연장 바로 옆에 그의 요리실이 있어. 내가 가서 그에게 그 와인을 서둘러 내달라고 해 볼게. 그리고 그가 와인을 내주면 이곳으로 최대한 빨리 가져올게.”
쥬드의 해결책에 시아는 망설였다. 루이의 공연에서 하츠가 쥬드와 히로를 죽일 뻔한 이후로 시아는 두 번 다시 자신의 일에 그를 휘말리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무조건 거절해야 했다.
거미 여인이 순식간에 잭 선장을 낚아채던 순간이 번개처럼 눈앞에 떠올랐다. 거미줄을 타고 올라갔을 때 보았던 너무나 많은 무덤들을 떠올리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시아는 두려움으로 한껏 나약해진 자신이 미웠다. 쥬드의 도움에 제발 그렇게 해 달라고 소리치고 싶은 욕망이 죄스러웠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쥬드의 도움을 받지 않고 와인을 채울 수는 없을까?’ 당장 와인을 대접해야 하는 손님이 저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장고에 채울 와인을 지금 거미줄을 통해 주문한다고 해도 제때 받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부탁할게.”
시아는 자괴감과 죄책감을 느끼며 대답했다.
--- 「34. 시아의 위기」 중에서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어느 정도로 끔찍해야 이 정도 눈물을 흘릴까 궁금했는데, 이제는 조금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쎄, 꼭 그런 때에만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니야. 행복해서 우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건 정말 중요한 사실이야.”
유리병 안을 고심하며 바라보던 술꾼이 시아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눈물이 담고 있는 감정에 따라 술의 가격도 달라지거든.”
시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행복할 때의 눈물은 더 고가인가 보군요.”
“틀렸어, 아가씨. 좋은 술맛을 내려면 모든 감정이 필요해.
각각 다른 맛을 가지고 있거든. 슬플 때의 눈물은 신맛이 나고, 화가 났을 때 흐르는 눈물은 짠맛이 진해져. 기쁘거나 감동해서 나오는 눈물에는 약간의 단맛이 들어 있지.”
술꾼이 유리병의 뚜껑을 돌리며 말했다.
“가장 좋은 술은 모든 감정의 눈물들이 섞인 술이야. 슬프 거나 화나지 않으면 행복한 감정도 느낄 수 없거든.”
빙글빙글 돌아가는 뚜껑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시아는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느 하나의 감정이라도 부족하면 다른 것으로 맛을 보충해야 해. 슬픈 눈물의 신맛 대신 레몬 껍질을, 화난 눈물의 짠맛 대신 소금을, 기쁜 눈물의 단맛 대신 설탕을 사용하는 거지.”
뚜껑이 닫힌 유리병은 완성작이었다. 시아는 레몬 껍질과 설탕으로 가득 차 있는 유리병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술꾼과 시아 사이에서 공허한 적막이 흘렀다.
술꾼은 유리병을 다른 술병들이 놓여 있는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술병 하나와 잔을 꺼냈다. 쓸쓸한 리듬이 그들을 둘러싼 벽에 메아리쳤다.
“저는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요.”
시아가 말을 꺼냈다.
“좋은 친구에게서 언제나 도움을 받아 놓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를 위해 서슴없이 그를 저버리죠.”
술꾼은 어느새 흥얼거림을 멈추고 잔에 술병을 기울이고 있었다.
“쥬드가 괜찮을까요? 그가 살아날 수 있을까요? 그가 너무너무 걱정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나를 선택할 거예요.”
시아가 신음하듯 말했다.
“그게 너무 싫어요.”
시아가 솔직하게 고백한 뒤 술꾼을 바라보았다. 그는 술잔을 비우며 요란하게 술맛을 느끼고 있었다. 감질난다는듯 즐겁게 입맛을 다시던 그는 시아의 시선을 느꼈는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글쎄, 솔직히 공감은 안 되는군.”
그가 아무렇게나 떠들었다.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이어야 해. 자기를 지키기 위해 이기적이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야.”
“하지만 난 정말 못됐어요. 자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거짓말을 하고 방관하죠.”
시아는 하츠를 설득하기 위해서 자신이 난발했던 위선과 거짓에 괴로워했다.
- 35. 하츠의 부상

시아는 잠에서 깨자마자 시간이 한참 흘렀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벽인 듯 빛깔이 푸르렀다. 꿈속에서 시아를 괴롭게 하던 목소리들이 여전히 들려왔다. 시아는 목소리들이 들려 오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들에 저도 모르게 귀가 기울여졌다. 두 사람의 목소리였다. 누구의 것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아는 조용히 하츠와 야콥의 대화에 집중했다. 방문이 닫혀 있고 소리가 작아서 완전하게 들을 수는 없었지만 간간이 몇몇 단어들이 귀에 꽂혔다. 처벌, 여왕. 조용조용 말하는 목소리에서도 반복되는 말들이었다. 시아는 무슨 이야기 인지 알 수가 없어 계속해서 귀를 기울였다. 하츠가 무어라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그다음에는 야콥의 목소리가 조금더 크게 들려왔다. 쥬드.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같았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순간 누군가가 지하실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뒤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츠가 나간 걸까? 벌써 완치가 된 걸까?’ 시아는 일어서서 방 문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벌어진 문틈으로 예상하지 못한 얼굴을 발견하고 얼어붙었다.
하츠였다. 하츠가 무표정한 얼굴로 시아를 마주 보았다.
음산한 침묵이 지하실을 헤맸다. 등진 베란다에서 밀려오는 새벽의 빛깔 때문에 문틈으로 푸른 길이 그려졌다. 푸르게 물든 하츠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서늘해 보였다.
“벌써 나았나 보네.”
시아는 그와 거리를 유지하며 말을 건넸다. 하츠는 붕대가 몇 군데 감겨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전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둘의 시선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왜 그랬어?”
하츠가 물었다.
시아는 하츠의 눈을 쳐다보았다. 경계심이 읽혔다. 그는 이전보다도 더 날이 서 있었다. 시아는 뭐라고 말해야 그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나 하츠는 시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도와주면, 내가 너를 도와줄 것 같아서?”
그가 추궁했다.
“아니면 네 친구를 봐줄 것 같아서?”
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아가 그를 도운 건 그런 계산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잠들기 전 보았던 참혹한 광경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하츠가 잘못되면 자신의 상황이 나아질까 하는 끔찍한 생각을 잠시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아는 그렇게 냉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츠는 경계심과 분노를 가득 담은 눈동자로 시아를 노려 보며 차갑게 말했다.
“소용없어. 달라지는 건 없을…….”
“그냥 고맙다고 말해.”
시아가 그의 말을 잘랐다. 시아는 하츠의 눈동자를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그가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둘 사이에 침묵이 맴돌았다.
--- 「35. 하츠의 부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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