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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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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450g | 130*188*30mm
ISBN13 9788931022865
ISBN10 893102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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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어 쿠퍼는 학기 중 대부분 그렇듯 그날 대단히 만족했다. 공허한 여름 두 달을 보낸 후 다시 세워진 제국에 온 마음을 다해 뛰어들었다. 공허했던 이유는, 학생들 사이에서 신으로 거닐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으로 거닐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사람도 그의 전능한 권력 앞에서 부들부들 떨게 만들 수 없어서 공허했으며, 좌지우지하는 지배욕의 규범을 눈에 보이는 많은 것에 강요할 수 없어서 공허했다.
--- p.26

그녀는 어린 여자애의 흔한 이상조차 품은 적이 없었다. 열세 살 때 처음 키스를 허락한 남자는 간절히 기다린 그림엽서의 아도니스가 아니라, 여름 방학 때 우연히 이웃집에 묵은 서른 살 남짓의 은행원이었다. 머리카락이 성긴 그 은행원은 마침 그날 저녁 사람들이 리자를 혼자 집에 남겨둔 기회를 이용한 것뿐이었다. 그래도 당시 리자는 상대가 어른이라는 사실에 상당히 우쭐했다. 다시 도시로 돌아온 그녀는 환상적인 기대에 차서, 성적 욕망에 눈뜬 학교 친구들을 경멸하며 거절하고, 다른 사람이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 것에 몹시 실망했다. 매끄러운 말과 은밀한 성적 농담을 늘어놓는 무용 강습 동료 소년들은 지루했지만, 제일 예쁜 자신이 유일하게 ‘숭배자 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게 싫어서 이 남자 저 남자 가리지 않고 입술을 허락해 벌써 열다섯 살에 키스가 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 p.165~166

그렇다, 예전에,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르는 예전에 쿠르트는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몸을 바칠 수 있었다. 어쩌면 악의 없이 잘못 내렸을 수 있는 경고, 교수가 법정 앞에서 책임질 수 있는 정당한 학급일지 기재, 모진 말, 부당하게 준 성적…… 오, 그때 쿠르트 게르버는 일어나 마지막까지 싸우고, 주저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죄를 뒤집어쓰고, 주저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일을 자기 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일’이 그에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 p.254~255

쿠르트는 그녀를 따라간다. 무릎이 후들거리고 환호성을 지르지 않으려고 자제해야 한다. 리자가 딸깍 전등을 켠다. 이젤과 오만 가지 다른 도구들이 가득한 일종의 헛간으로, 가구라고는 소파 하나뿐이었다. 리자는 거기 앉아서 익살스럽게 진지한 태도로 야단치기 시작한다. 그가 그렇게 오래 연락하지 않고, 그렇게 예민하고, 그렇게 어린애 같고, 그렇게 고집이 세기 때문이다. 그녀의 밝은 아름다움에 휩쓸려 그는 그만 더 참지 못하고-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진다. 리자가 팔을 늘어뜨린 채 눈을 뜨고 공허하게 천장을 쳐다본다. 쿠르트는 순간 멈칫하다가 바로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갠다.
--- p.28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쿠퍼 같은 사람 앞에서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

쿠르트 게르버는 고등학교의 마지막 해, 졸업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는 졸업반 담임인 쿠퍼 교수가 가르치는 수학에 약하다. 학생들 사이에서 ‘신’이라 불리는 쿠퍼는 권력 지향적인 사디스트 성향의 교사로, 학생들의 자존심을 짓밟으며 강압적으로 행동한다. 쿠퍼에게는 재능 있으나 반항적이며, 또래 아이들보다 어른스럽고 통솔력이 있는 게르버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다. 게르버가 가장 취약한 과목인 수학을 가르칠 때마다, 쿠퍼는 게르버는 물론이고 많은 학생들에게 모욕감을 주어 게르버는 날마다 괴로워한다.

게르버의 아버지는 일찍이 쿠퍼의 악의를 눈치채고 전학을 가라고 권하지만 게르버는 “쿠퍼 같은 사람 앞에서 도망치지 않을 거”라며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다. 아버지에게는 아들이 졸업시험에 떨어지는 것이 치욕이다. 심장이 약해 흥분하면 목숨이 위태로운 아버지로 인해 게르버의 졸업시험에 대한 부담감은 커져만 간다. 게다가 동급생인 리자에 대한 첫사랑은 어쩐지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도 게르버는 무자비한 교수 쿠퍼와 불공정한 싸움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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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것은 단순한 학교 소설이 아니다. 우리 존재의 총체적인 모습을 날카롭고 예리하면서도 환상적으로 조망한다.
‘학교 감정’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을 이처럼 인상적으로 묘사한 책을 손에 든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이것은 생생한 책이다.
- 쿠르트 투홀스키
이 책은 이미 오래전에 독일 문학사의 고전이 되었다. 작가는 명확하면서도 강렬하게 우리를 한 젊은이의 고뇌로 인도한다.
- 쿠리어
이 충격적이고 감동적인 소설은 오늘날 많은 찬사를 받는 첫 데뷔 작가들의 명성을 흐릿하게 한다.
- 타게스슈피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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