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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 육아

: 어느 강남 엄마의 사교육과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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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88g | 150*220*20mm
ISBN13 9791192044293
ISBN10 119204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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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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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아이들과 씨름한 후 두 아이가 잠들면 허무한 감정이 밀려오기 일쑤였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쓰러져 잠드는 일도 잦았지만, 아이들이 먼저 잠든 날이면 ‘난 왜 이렇게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때는 잘나가는 아나운서였는데, 이제는 머리 질끈 묶고 애 보고 살림하는 아줌마가 되었구나. 이러려고 기를 쓰고 공부했나’ 하는 생각에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당연히 삶은 공허하고 허무했다. 남편이 옆에 있었지만, 엄마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해 주지는 못했다. 외로웠다. 그러나 외로움을 달랠 길이 없었다. 심신이 지쳤는데 외롭고 우울한 감정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 끝에서 책을 만났다. 책을 읽는 동안은 우울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롯이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책에서 위로를 받고 안정을 얻었다. 몸이 피곤하면 영양제를 먹는 것처럼 나의 마음과 정신에 영양제를 놓는 것 같았다.

육아, 교육, 심리서는 내 삶과 동떨어진 게 아니었다. 아이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고 남편을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어 주었다. 난생처음 접한 ‘육아’라는 고난도 작업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이론적인 지식을 장착하니 실전에 도움이 되었다. 육아 공부는 그렇게 조금씩 내 삶을 바꾸고 있었다.
---pp.38-39 「1장. 낳기만 했다고 엄마가 되는 건 아니었다」 중에서

좋은 부모와 훌륭한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세워야 할 교육의 기본 전제가 있다. 아이들은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이다. 100명의 아이가 있으면 100개의 정답이 있다고 말하는 유대인의 교육 철학처럼, 우리 역시 획일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에서 아이들 각자의 타고난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

교육의 첫 번째 목적은 내 아이가 ‘물고기인지, 독수리인지, 아니면 치타인지 아는 것’이 되어야 한다. 내 아이가 물고기라면 맑은 물에서 헤엄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내 아이가 독수리라면 같이 하늘을 날 방법을 고민하면 된다. 내 아이가 치타라면 빠르게 달려야 직성이 풀리는 그 성향을 존중해 주면 된다. 단 하나의 기준으로 물고기와 독수리, 치타를 비교하는 건 애초에 잘못된 방식이다.

눈만 돌리면 주변에 유혹이 많았다. 강남에서 유치원생 두 아이를 가정 보육하는 내 모습은 특이하게 비춰졌다. 그러나 그 시기는 나와 우리 아이들이 물고기인지 독수리인지 혹은 치타인지 알아가는 반드시 거쳐야 할 시간이었다.

---pp.59-60 「2장. 교육 사상가들의 가르침을 따르다」 중에서

아이들이 낮 동안 놀이터에서 실컷 뛰어놀고 나면, 저녁부터는 차분해지면서 책을 읽어 달라고 했다. 저녁을 먹은 후, 두 아이는 엄마의 품 안에서 다양한 세상을 만났다.

“또! 또!”를 외쳐 대는 네 살, 두 살 아이들 덕에 나는 올빼미족이 되었다. 어린이집을 그만두니 다음 날 일찍 등원할 필요가 없어서 밤이 깊어도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았다. 밤 9시만 되면 취침 시간이라며 한 시간 넘게 어서 자라고 외치며 아이를 윽박질렀던 나. 어둠 속에서 눈을 반짝이며 “엄마, 나 안 졸려…. 놀고 싶어”라는 아이에게 왜 안 자냐며 얼마나 혼을 냈던가. 잠이 없던 축복이를 억지로 재우는 것보다 좋아하는 책을 원 없이 읽어 주는 게 도리어 편했다. 그러다 보면 돌이 갓 지난 작은아이는 내 품에서 목을 떨군 채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두 아이는 넉넉한 시간 속에서 책과 친해졌다. 책을 보는 건 아이들에게 놀이 시간의 연장이었다. 아이들은 책을 다 꺼내 바닥에 늘어놓고 징검다리를 건너자며 밟고 놀았고, “책 배달 왔어요”라며 집배원 놀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을 봤다. 나에게 책은 공부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읽어야 했던 그 무엇이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친구였다. 부러웠다.
---pp.109-110 「3장. 자기주도학습, 책 육아에서 시작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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