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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 마법 살롱

: 엉킨 기억을 빗겨드립니다

박승희 | 허블 | 2023년 10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25건 | 판매지수 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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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378g | 130*198*15mm
ISBN13 979119307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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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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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은 그 이름이 가장 ‘나다워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인은 제인 오스틴처럼 우아하면서 제인 에어처럼 정열적이었다. 게다가 알파벳 네 개로 만든 그 이름은 쓰기도 좋고 부르기도 편했다.
--- p.8

미녀미용실은 다율산 초입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율산은 수도권 외곽에 자리한 도시, 아니 도시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조금 촌스로운 이 지역에 있는 산인데, 유난히 밤나무가 많아서 다율多栗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p.16

네 사람은 외모로 보나, 관계로 보나 혈연으로 묶인 것 같지 않았다. 실제로 닮은 구석도 전혀 없었고 썩 사이가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특히 가장 연장자인 ‘서독 언니’와 가장 나이가 어린 ‘보보’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 p.45

저도 보통 사람과 같은 무리에 끼고 싶었던 것뿐인데, 제게는 그 보통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 p.88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내 부모가 날 비참하게 버렸다고! 난 끝이야. 이제 내 인생은 끝났어! 세상에 내가 허락된 곳은 아무데도 없으니까!” 악을 쓰는 서독언니를 묵묵히 바라보던 여자가 차에서 내려 서독 언니에게로 다가왔다. 그제야 서독 언니는 제 앞에 선 여자의 머리카락이 한 올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자의 통통하고 길쭉한 손이 거센 강바람에 휘날리는 서독언니의 머리카락에 닿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안도감이 살갗을 뒤 덮었다. “그럼 직접 만들면 되지.” 어떻게? 난 그럴 힘이 없는데.
--- p.103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낀 건데, 나는 보보의 선한 마음이 좋아.” 뜬금없는 제인의 칭찬에 보보가 눈을 끔뻑였다. “그 마음은 절대로 배신당할 수 없어.”
--- p.177

“상처를 입으면 그 부분이 나을 때까지 연고를 바르잖아요. 머리도 그러는 거예요. 특히 초영 씨처럼 심한 손상모는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해요. 한 번은 그저 임시방편일 뿐이에요. 다시 상하지 않도록, 상한 부분이 더 번지지 않도록 꾸준히 돌보아 줘야 해요.” 꾸준히 돌보아 주면 너덜너덜해진 마음도 복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러면 언젠가는 괜찮아질까요?”
--- p.128

금방이라도 목구멍을 넘어올 것처럼 일렁이는 서러움을 간신히 눌러낸 미미가 억지로 눈을 감았다. 날 기다리는 사람은 없어. 날 찾는 사람은 없어. 이 세상에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차마 말을 맺을 수 없어 미미는 오래도록 뒤척였다.
--- p.234

이혼은 해원이 정지화 씨를 상대로 얻어낸 첫 승리였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혹독한 승리의 대가가 해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 p.240

엄마,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해요. 그래도 난… 엄마가 날 실망시켜도 괜찮아요.
--- p.258

징그러울 만큼 겹겹이 쌓인 600년의 삶 중,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분리한다면 나쁜 기억 으로 추가 기울 것이리라.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제인에게 있어 이름은 두꺼운 책의 목차와도 같았다. 목차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듯 제인 또한 거쳐온 이름에 따라 삶이 달라졌다. 그중 ‘제인’이라는 이름은 제인이 직접 지은 이름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목차이자 결말이 되기를 바라는 목차이기도 했다.
--- p.302

“우리는 그저 ‘끼인 삶’을 사는 존재에 불과해. 생生도 사死도 아닌, 경계에 우리의 삶이 있거든.” 주름진 루이자의 손이 목걸이를 느리게 매만졌다. “신께서는 자비로우시다, 잔느. 이 삶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과 자비야. 이 세상에서 행복과 기쁨을 모른 채 고통스럽게만 살았던 이들에게 주신 특별한 사랑. 그분께서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정지된 시간’을 통해 우리의 삶이 치유되기를 바라시지. 그래서 삶의 끝에 선 피투성이들에게 이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셨단다.”
--- p.309

생각해 보면 인생은 배신의 연속이었다.
--- p.316

이른 오전의 거리는 저마다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로 생기가 넘쳤다.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은 오직 저 하나뿐이었다. 회색빛 아스팔트 길이 꼭 바다 같았다. 저는 그 망망대해 위, 어디에도 정박하지 못하고 떠도는 조각배 같았고. ‘이렇게 영영 떠돌며 살아야 할까?’ 그 생각이 들자 막연한 나머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 p.323

“너는 특별해. 스스로 내 집에 들어온, 마녀가 아닌 유일한 사람이니까.”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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