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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64쪽 | 622g | 132*225*35mm
ISBN13 9788937463624
ISBN10 893746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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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하는 일은 모두 너무나 훌륭하다. 그녀는 독서가 인간의 고상한 활동이 아니라 동물도 해낼 수 있는 뭔가 아주 단순한 일이라는 듯 책을 읽는다. 꼭 물을 나르거나 감자를 깎듯이 말이다. --- p.82

열람실에서 나는 그녀가 열의를 갖고 열심히 독서에 몰입하는 모습을 육체노동과 비교해 보았다. 그런데 오히려 물을 나르는 그녀의 모습이야말로 책을 읽는 듯, 애쓰는 기색 없이 가뿐하다. 이 유연함은 그녀의 모든 것에 깃들어 있다. --- p.88

어떤 사람이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고 미리부터 갖고 있던 관념과 어긋나는 건 좋은 일이죠. 하나의 유형에 속한다는 것은 그 인간의 종말이자 선고를 의미하니까. 만약 그를 어떤 범주에도 넣을 수 없다면, 또 그에게 별다른 특징이 없다면 그는 자기에게 요구되는 것의 절반은 성취한 셈이오. 스스로에게서 자유롭고 또 불멸의 씨앗을 획득한 것이니까. --- p.86

라라와의 대화는 모든 고통을 상쇄할 만큼 깊이 있고 성의 있게 끝까지 이어질 것이다. 오, 너무 좋다! 정말 기적이다! 전에는 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안티포바를 한 번 더 보기로 하자 유리 안드레예비치는 너무 기뻐서 미칠 것 같았다. 심장이 수시로 쿵쾅거렸다. 이러한 예감만으로도 모든 것이 다시 경험되었다. --- p.100

그는 토냐를 숭배한다 할 정도로 사랑했다. 그녀가 지닌 마음의 평온과 안정은 그에게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그는 그녀의 친아버지보다, 그녀 자신보다도 더 그녀의 명예를 지지했다. 그녀의 상처 입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녀를 모욕한 사람을 자기 손으로 갈기갈기 찢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자신이 그런 사람이었다. --- p.101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미 병이 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곳곳에 배어 있는 봄날 저녁의 투명한 빛이 너그러운 희망을 보증해 주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좋아지고 삶에서 모든 것을 획득하고 모두를 찾아내 화해시키고 모든 것을 생각해 내 표현하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라라와의 기쁜 재회를 그 가까운 증거인 양 기다렸다. --- p.245

당신에게 그렇게 불만스러워할 것도, 애석해할 것도 없었다면 나는 당신을 이토록 강렬하게 사랑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의로운 사람들, 쓰러지거나 발을 헛디딘 적이 없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거든. 그들의 선행은 죽은 것, 별로 가치가 없는 것이야. 삶의 아름다움이 그들 앞에는 열리지 않았지. --- p.272

전쟁은 수십 년에 걸친 혁명의 쇠사슬 속에서 특수한 고리가 되었어. 전복의 본성 속에 내재한 원인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아. 그 간접적인 총합, 결실의 결실, 결과의 결과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어. 재앙을 통한 성격의 담금질, 시련, 영웅주의, 강력하고 필사적이고 유례없는 것과 맞서려는 자세 등. 이건 넋을 빼놓는 동화 같은 자질인데, 이런 것이 그 세대의 도덕적인 색채를 만드는 거야. --- p.457

전쟁 이후에 기대한 계몽과 해방이, 다들 생각했던 것처럼, 승리와 함께 찾아오지는 않았다 해도 어쨌거나 자유의 전조는 전후의 이 모든 세월 동안 공기 속을 떠돌며 그 유일한 역사적 내용을 이루었다.
--- p.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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