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9년 05월 28일 |
---|---|
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308g | 128*188*20mm |
ISBN13 | 9791196612429 |
ISBN10 | 1196612420 |
출간일 | 2019년 05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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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308g | 128*188*20mm |
ISBN13 | 9791196612429 |
ISBN10 | 1196612420 |
마을 전체가 숲을 뒤에 두고 사는 노르웨이의 작은 설원. 엄마와 아들 사이, 표현되지 않은 사랑의 부재는 밤의 폭설만큼이나 치명적이다. 노르웨이의 북쪽 한 적막한 동네로 이사 온 싱글맘 비베케는 지방 문화 분과의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퇴근 후 많은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낸다. 그녀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난 후에는 인생 자체보다 더 강렬함을 간직한 두꺼운 책 속에 안락하게 파묻히는 삶의 평온을 원하고, 얇아서 속이 비치는 스타킹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등 일상의 작은 행복에 몰두한다. 비베케에게는 눈을 자주 깜빡이는 여덟 살 아들 욘이 있다. 비베케가 자기 자신 속에 때로 깊이 침잠하곤 할 때, 욘은 곁에서 엄마를 방해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 나누었던 눈송이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비스킷을 녹여 먹으며 엄마의 관심을 기다린다. 비베케와 욘은 서로를 투명하게 닮았다. 엄마를 이해하는 욘은, 아홉 살 생일 하루 전날 엄마가 자신의 생일 케이크 준비에 한창일 거라는 생각에 그녀를 성가시게 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집 밖을 나선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옆집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해 스포츠클럽 복권을 팔고 할아버지가 오래 전 대회에서 우승해 훈장처럼 간직하고 있는 스케이트를 선물 받거나, 스케이트를 타는 소녀의 집에 놀러가 내일이면 받게 될 기차 선물세트를 기대하며 낮부터 어둑해질 무렵까지 꿈같은 상념들을 흘러 보낸다. 그 와중에도 아들은 아버지의 부재를 유념하고, 꿈속에서 그의 슬픔을 떠올린다. 그날 저녁, 이동식 놀이공원이 마을에 놀러오고 욘의 생일 전날 밤 엄마와 아들은 낯선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각자의 여정을 보낸다. 비베케는 놀이공원에서 일하며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남자 톰을 만나 그와 온전한 밤을 함께 보내고 새로운 세계로 건너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같은 시간 욘은 하얀 가발을 쓴 수상한 여자의 차를 얻어 타고 비베케가 돌아와 문을 열어줄 때까지 동네 근처를 배회한다. 사랑을 찾아 따라 나선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은 각자 무모한 여정에 몸을 맡기지만 서로간의 거리는 좀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한편, 아들은 내내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며 추운 바깥에서 집 안으로 들여보내지기를 소망한다. |
이 책을 읽고 나서 읽은 책 목록에 입력하려고 장르를 확인하니 ‘북유럽소설’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장르를 대개 'SF‘, ‘추리’, ‘모험’, ‘코믹’, ‘공포’, ‘로맨스’ 등등으로 분류하는데 지역을 의미하는 ‘북유럽’이라니 희한하네 싶어 예스24의 소설 부문 분류를 열어보았더니, 저처럼 분류하는 방식도 있었지만 뭔가 좀 알쏭달쏭하더군요. 어쨌든 북유럽소설들은 그리 묶일 만큼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거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이 소설이 제게는 꽤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북유럽 특유의 정서가 제게는 안 맞는 것이었는지 이 소설은 제게 우선 난해했고 가독성은 떨어졌으며 결말은 불편했어요.
소설을 읽을 때 기대하는 반응은 저의 경우 대개 두 가지입니다. 감동 혹은 재미. 그 둘을 함께 안겨주는 소설이라면 당연히 명작이라고 여기고, 그 중 하나라도 남게 되면 최소한 시간 낭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 소설의 경우엔 감동과 재미, 둘 다 느꼈냐 하면... 유감스럽게도 둘 중 어느 쪽도 제게는 해당되질 않았네요.
감동을 받으려면 소설을 읽는 동안 등장인물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 가운데 그 행동이나 생각이 이해되는 인물이 아무도 없어서요. 어쩌면 노르웨이와 우리나라의 정서적인 차이 때문인지 ‘대체 왜 이러는 거야?’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제 상식에서는, 아홉 살난 아이의 엄마라는 사람이 외출하고 귀가하는 내내 아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들락날락하는 건 이해가 되질 않았거든요. 적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내숭덩어리도 아닌 여자가 아이는 안중에도 없고 그냥 자기 감정에 매몰되어 사랑을 찾아 헤매고 다니니... 책의 뒷표지에 ‘욕망의 선들은 아름다울 정도로 구부러져 있다’라는 소갯말이 있던데, 욕망의 묘사는 솔직하긴 하고 전개되는 장면들은 ‘얼음처럼 차갑’기도 했지만, 바로 그 솔직한 욕망이 가족애를 추월해 까마득히 앞서는 게 제게는 너무나 짜증났습니다. 그렇게 사랑과 자기 삶을 찾아 헤매는 동안 아이는 추운 겨울밤 집 밖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생일날 현관 앞에서 얼어죽는 거 아닌가요?(죽음을 단정짓는 표현은 없었지만, 정황상 그렇게 집 밖에서 잠이 들면...--;)
글씨체도 크고 줄 간격도 넓어서 내용이 많지 않음에도 가독성이 떨어진단 느낌이 들었던 건 한 줄 띄우는 간격도 없이 장면들이 바뀌기 때문이었는데, 어쩌면 독자로 하여금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긴장보다는 갑갑하고 불편하기만 했어요. 물론, 작가의 의도가 긴장이 아니라 불편함이었다면 성공했다고 봐야겠네요.
북유럽 소설이라 하면 웬지 어둡고 우울하고 음침하고 적막감이 감돌거 같은 이미지가 크다. 아마 대자연이 가져다 주는 환경적 요인이 크지 않나 싶다. 한느 요스타빅의 <아들의 밤> 또한 일반독자들이 다가가기에는 살짝 버거움이 있는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수여하는 2019 미국 PEN 문학상 수상작이며 전세계 22개국에 출간된 문학적 가치가 입증된 작품이니 양질의 독서(?)를 위해 한번정도는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
노르웨이 한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엄마와 아들 _ 비비케와 욘
8살인 욘은 내일이면 9살이 됩니다. 욘은 엄마가 자신의 생일을 위해 생일케이크와 장난감 기차를 선물로 준비하느라 분주할거라 예상을 하며, 엄마를 방해하고 싶지않아 조용이 집밖을 나와 자신의 마을에 온 이동식 놀이공원으로 향합니다. 한편 엄마 비비케는 우리가 생각하는 엄마의 이미지와는 살짝 달라요. 아들보단 자신의 삶을 갈구하는 엄마인데, 책읽는 것을 좋아하고 항상 남들앞에 단정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보이기를 좋아하는 부류입니다. 비비케는 도서관 책 반납일이 지난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도서관으로 가게 되요. 물론, 비비케는 욘이 자기 방에 있을거라 생각을 하고, 집을 나서죠. 하지만 도서관 문은 이미 닫혔고, 이동식 놀이공원에서 놀이공원 직원인 한 남자와 만나 어울리게 됩니다. 한편 욘도 놀이공원에서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나 그녀의 집에서 놀게 되는데요. 소녀의 부모님이 집에 오자마자 욘도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집열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엄마가 집에서 잠을 자고 있을거라 생각한 욘은 엄마를 깨우는게 미안해서 집밖을 서성이다 한여성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합니다.
한편, 비비케는 놀이공원직원과 달콤한 상상을 하면서도 그에게 쉽게 넘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드라이브를 즐긴후에 그의 차를 얻어타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잠자리에 듭니다. 엄마보다 살짝 늦게 도착한 욘은 엄마의 차가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엄마가 혹여 사고를 당했을까봐 걱정을 하며, 집밖에서 춥고 어두운 기나긴 밤을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냅니다.
<아들의 밤>은 비비케와 욘 사이에서 벌어진 하룻밤 이야기를 서로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추리소설 매니아인 나에게 있어 아들의 방은 문학가치로 접근하기엔 난해한 작품이었다. 엄마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 욘은 사랑의 부재가 어린 욘을 더욱더 성숙한 아이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자신의 외로움과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욘과 자신의 안위와 욕망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철없은 엄마 비비케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결국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갈망하는 엄마와 아들의 동상이몽을 다룬 작품이다.
도서 리뷰 [아들의 밤] 날씨가 추우면 소리가 더 커질까
내가 어른이 되면 우리는 기차를 타고 떠날 것이다. 되도록 아주 멀리. 창문으로 언덕과 마을 그리고 호수를 바라보며 낯선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말을 건넬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며 영원히 우리의 길을 갈 것이다. (4쪽)
소설 맨 앞장에 있는 이 문장들이 무슨 의미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마지막 장을 펼쳤을 때 비로소 수미상관 구조처럼 맞아 떨어진다. 여기서 '우리'를 얘기하는 화자가 누구인지 명확해진다.
그녀는 종종 두꺼운 타이츠 위에 하나를 더 껴입고 출근한 뒤 화장실에서 벗었다. 대충 입고 다니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았다. 차라리 춥고 말지. (16쪽)
그녀는 물이 거의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도꼭지를 잠그고 욕조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목욕물이 옆구리 쪽으로 철벅거리며 넘쳐흘렀다. 피부에 소름이 돋고 젖꼭지가 단단해졌으며 간지러운 느낌이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그녀는 부드럽게 몸을 숙였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때의 황홀한 기쁨이라니. 그녀는 생각했다. 그것은 가장 큰 행복이었다. (34-35쪽)
<아들의 밤>에서 그녀(욘의 엄마, 비베케)의 시간은, 오로지 이렇게 자기 방식대로 마치 황홀한 어떤 경험처럼 흘러간다. 어린 아들 욘의 시간하고는 접점이 있는 듯 없는 듯, 따로 또 같이 흐른다. 그런 기류에서 묘한 긴장감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종착역까지 다다를 때는 살짝 허무한 느낌마저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엄마와 아들 두 사람 각자만의 시간이 불쑥불쑥 교차되면서, 어마어마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게 한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생일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내일이면 아홉 살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기다릴 수 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 더구나 그녀는 지금 자고 있지 않은가. 그녀의 무릎에 놓인 책. 그런 모습은 그에게 익숙했다. (12쪽)
책과 거실 바닥, 엄마의 자는 모습. 아홉 살 정도의 어린 아들, 욘에게 매우 익숙한 엄마의 모습. 아들 욘은 그런 엄마의 자는 모습과 지친 모습에서 어떤 것들로 위안을 얻었을까. 아들 욘의 생각이 참 특이하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징징거리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애어른처럼 성숙하다. 아이 시절의 그런 성숙함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데...
엄마 비베케는 일주일에 책을 세 권 읽었다. 가끔은 다섯 권까지 읽을 때도 있다. 책을 가까이 하는 유혹, 그녀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뒤의 시간에 누리는 행복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렇게 엄마가 행복을 누리며 책을 읽거나 책을 빌리러 도서관 가는 시간에, 욘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떤 불안감이 생긴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욘에게 별일이 없겠지.
이건 아마 작가의 문체, 소설 전개 과정에서 비롯된 힘일 것 같다. 세밀한 심리 묘사, 촘촘한 시간 배열,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상의 모습.
서로 같은 시간인 듯, 다른 시간이 흐르는 욘과 엄마의 밤.
혹시 사고가 난 것일까? ... 그녀가 추락했다면 지금쯤 마비되어 휠체어에 앉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직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해 피를 흘리고 죽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138쪽)
욘은 한밤중에 이런 식으로 고통스러운 장면을 애써 상상하며 비베케를 떠올린다. 그리고는 이내 아이다운 천진한 생각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면서 눈 속에 발을 구르며 위아래로 뛰어다니고.
정말 이건 뭐지? 하면서 전개가 예상 밖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제야 열쇠를 코트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녀는 열쇠를 꺼내 들었다.(216쪽)
밤 늦게 돌아온 그녀. 집 열쇠를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욘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녀는 걱정을 할까? 인생은 너무나 멋지고 이상야릇하다는 생각에 실소를 머금으며 혼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그녀. 그 시간 욘은? 자작나무 몇 그루가 있는 숲속에 있었다니.
모든 것이 고요했다.
날씨가 매우 추우면 소리가 더 커진다 한다.
그런데 욘의 엄마가 춥지도 고요하지도 않은 자신의 이상야릇한 행복에 취해서, 아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일까?
숲속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매면서 추위에 떨고 있는 아들. 그 시각 침대에서 블라인드를 내려 놓고 심호흡을 하며 잠을 청하고 있는 엄마.
발가락부터 발,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뺨, 입이며 손까지 온몸이 얼었다. 더는 감각도 없었다. (...) 그녀가 기차를 타고 와 그를 데려가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함께 어디론가 가겠다고. (...) 그는 배를 깔고 바닥에 누워 잠들었다. 머릿속에서는 모든 것이 어둡고 거대하며 고요했다. 그는 여기에 누워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230-231쪽)
{이 책은 출판사 열아홉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