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07월 07일 |
---|---|
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50g | 133*200*20mm |
ISBN13 | 9788954673105 |
ISBN10 | 8954673104 |
출간일 | 2020년 07월 07일 |
---|---|
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50g | 133*200*20mm |
ISBN13 | 9788954673105 |
ISBN10 | 8954673104 |
MD 한마디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포착한 생의 순간들]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 백수린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빠르고 강렬하지는 않더라도 그만의 속도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시간과 시간, 장면과 장면 사이에 숨은 삶의 비밀들을 알아채고 또 그 너머를 바라보는, 작고도 큰 존재들의 이야기가 우아하고도 단단하게 그려진다. - 소설MD 박형욱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不可解라는 축복 비로소, 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등을 통해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백수린. 대체 불가능한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으로 문단과 독자의 신뢰를 한몸에 받아온 백수린이 세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를 선보인다. 현대문학상(「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문지문학상(「여름의 빌라」), 젊은작가상(「고요한 사건」 「시간의 궤적」) 수상작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여름의 빌라』는 오직 백수린만이 가능한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비로소-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을 담은 작품집이다. “머뭇거리면서, 주저하며 나아가는 날들 중 언젠가 내 글에도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바라던 『폴링 인 폴』의 시절, “사라진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흔적을 애틋한 마음으로 주워모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참담한 빛』의 세계를 고스란히 품은 채 『여름의 빌라』에 당도한 작가는 이제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작가의 말’)하기를 소망한다. 2016년 여름부터 2020년 봄까지를 갈무리한 총 여덟 편의 이야기 속엔 작가의 눈앞과 마음 안에서 펼쳐진 풍경을 직시한 파노라마가,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라는 축복이, 한 겹의 베일을 걷어내면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생의 이면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
시간의 궤적 007 여름의 빌라 041 고요한 사건 073 폭설 107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139 흑설탕 캔디 169 아주 잠깐 동안에 205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235 해설 | 황예인(문학평론가) 나의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서 267 작가의 말 288 |
올해 초에 어디선가 작가들이 선정한 2020년 책 순위 목록을 보고 끌려서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단편집보다는 장편 소설을 선호하는 편이라 볼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다 읽고 나니 구매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록된 8편 모두 정말 흡입력이 있고, 읽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책 표지와 제목처럼 평온한 느낌이지만 어딘가 내재된 슬픔들이 느껴져서 약간 씁쓸함을 느끼며 읽게 됩니다. 정말 만족하며 읽은 책이라 다음에도 백수린 작가의 책을 발견한다면 읽어볼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브리스와 내가 결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언니였던 것 같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미래를 걱정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한심해하고 있던 내게 어느 날 언니가 "우리는 전부를 걸고 낯선 나라에서 인생을 새로 시작할 만큼 용기를 내본 적 있는 사람들이니까, 걱정 마.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스스로 원하는 걸 찾을 줄 아는 사람이야."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어느 저녁 어스름이 내리고 어디선가 베트남 국수 냄새가 풍기던 골목에서 다른 것은 잘 몰라도 브리스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내 마음만큼은 확실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테니까.
-p23(시간의 궤적 중)
그리고 당신은 우리가 함께 타프롬 사원을 걸었던 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 2016년 12월 이후 당신은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쉽게 폭력 앞에서 소멸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고요. 하지만, 주아. 당신은 그렇게 덧붙였습니다. 긴 세월의 폭력 탓에 무너져 내린 사원의 잔해 위로 거대한 뿌리를 내린 채 수백 년 동안 자라고 있다는 나무. 그 나무를 보면서 나는 결국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증오가 아니라 삶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 p68(여름의 빌라 중)
하지만요, 베레나, 이것만큼은 당신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당신의 기억이 소멸되는 것마저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순리라고 한다면 나는 폐허 위에 끝까지 살아남아 창공을 향해 푸르게 뻗어나가는 당신의 마지막 기억이 이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딸이 낳은 그 어린 딸이 내게 그렇게 말한 후 환하게 웃는 장면이요.
- p71(여름의 빌라 중)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녀는 어쩌면 미국에 갈 때마다 자신이 원했던 것은 엄마의 불행한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사라지고 난 이후 그녀에게 생긴 커다란 구멍처럼 엄마에게도 메워지지 않는 구멍이 생겼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그녀는 엄마가 한순간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실은 그녀를 떠난 것을 후회하고 있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엄마 역시 선택을 했다는 것이, 그 선택의 순간에 그녀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달리 엄마는 자식보다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것이 그녀에게 명확해졌다. 그녀는 열네 살의 여름방학을 끝으로 더 이상 미국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 p125(폭설)
백수린 작가의 '작가의 말' 중 이 문장이 너무나 와닿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나는 당신이 안온한 혐오의 세계에 안주하고픈 유혹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랑 쪽으로 나아가고자 분투하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 290(작가의 말 중)
우리는 주어진 일상 속에서 분주히 살아가고 있지만, 일상의 저변에는 좋은 감정들만 쌓아놓으며 살아가진 않는다. 않는다가 아니라 못한다고 해야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생겨나는 혐오와 멸시, 불안감 등의 나쁜 감정들은 나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비롯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나쁜 감정들의 뿌리를 잡초 뽑듯이 하나씩 뽑아내고 좋은 감정들의 뿌리를 심는 데 열심인 것은, 일상을 가득 채우는 나와 내 가족들의 시간이 조금은 반짝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 표지는 쓸쓸한 푸르름이 그려 있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푸르름과 쓸쓸함이 한데 엉켜 있는 느낌이 여름과 빌라를 형상화한 건 아닐지 살짝 생각해보기도 했다. 한 없이 푸르른 여름과 사람 냄새가 가득한 곳에서의 쓸쓸함이 묻어 나는 빌라.
사람들 속에서 뒤엉켜 살아가는 시간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별 것 아닌 말에 성이 나고 말과 말이 오가다가 불꽃이 튀기도 하고. 그러다가 감정이 얽혀 얼굴이 붉어졌고,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뒀던 말들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그럴 때는 무슨 말을 이어서 해야할지 몰라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눈 앞이 핑그르르 희미해져서 나라는 사람이 다른 차원의 세계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러한 일상의 조각들이 백수린 작가의 글 속에 작은 퍼즐들로 변해 자리하고 있다. 소설 하나를 다 읽으면 퍼즐 하나가 완성된다. 일상이라는 나만의 세계가 담긴 퍼즐. 그래서일까. 백수린 작가의 글은 내게 안녕을 묻는 글이다. 오늘 하루도 잘 있었냐고, 과거는 잊고 지금의 시간에, 평온한 감정에 충실하라고. 오늘도 안녕히 잘 지내길 바란다고. 온전하게 잘 지내기 위해 고요히 분투하는 요즘이다.
단편 소설이지만 전개되는 기간이 길다. 그리고 극적인 반전이 없이 잔잔한 전개로 끝이 난다. 모든 글들이 마찬가지이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고 잠시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세월이 깊이가 있고, 뜬금없는 반전이 없는 소설들이다. 총 8 개의 단편을 넣었다.
"시간의 궤적" 2명의 한국인 여자가 프랑스 파리의 어학원에서 만난다. 언니는 주재원으로 파리에 온 것이며, 동생은 유학으로 온 것이다. 둘 다 사귀던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헤어진 상태이다. 짧게 이야기하자면 언니와 동생은 각각 다른 방법으로 파리를 살아가고, 언니는 주재 기간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동생은 프랑스에 정주하게 된다. 이 차이를 소설을 통해서 나타내려고 했고. 마무리는 언니와 동생의 마지막 여행에서 나타난다. 동생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삶을 "유배의 삶"이라고 정의하였고 그것을 언니는 "완벽한 새로운 삶"으로 치환하였다. 여러 번 생각하게 하는 정의이다.
표제작인 "여름의 빌라"는 주인공인 한국인 시간강사 부부가 20년 이상 알고 지냈던 독일인 노부부와 캄보디아 휴양지 별장에서 만나는 이야기이다. 독일인과 한국인이 언쟁하는 부분이 관광지인 캄보디아 주민들에 대해서이다. 관광객이 방문해 주는 것이 캄보디아 인이 돈을 버는 것이므로 행복이다, 혹은 관광객은 비굴하게 돈을 벌어 상대적 빈곤을 느끼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 이런 류의 논쟁이다. 이후 편지를 통해서 트럭 테러 사건 등이 나온다. 결론은 환대이다. 어린이가 인종이 다른 어린이들 만날 때 팔을 벌려 환영하며 같이 놀아준다.
"고요한 사건" "아카시아 숲 ..."은 청소년 시기에 교우 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인 주인공이 주변 친구들하고 지내면서 배우는 내용이다. 학급 내에서의 계급이라는 것을 표현하여다고 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인 사람들과의 분류라던가 공부잘하는 학생과 날라리 학생들을 적절하게 표현하였다. 청소년 특유의 감성이 보인다. 그리고 성에 대한 호기심도 표현하였다.
"아주 잠깐 동안에" 잔잔한 소설이다. 여자 친구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어렵게 돈을 모아 처음으로 아파트 전세에 입주하게 된다. 이 기쁨을 집들이를 통해 표현한다. 집들이가 끝나고 아주 만족스럽게 맥주 한잔하는 인생에서의 가장 즐거운 순간이다.
"흑설탕 캔디" 파리가 한번 더 나온다. 작가가 파리에 주재하였거나 그런 인연이 있나보다. 한편으로 "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을 읽은 지 얼마 안 되는 나는 너무 이 책에 편중되어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쓸데없이 걱정하였다. 엘리트 할머니의 우아한 삶이 잘 보여주었다. 인생을 이 할머니처럼 우아하게 살고 싶다.
세월의 깊이가 있고, 무리한 전개가 없는 깔끔한 소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