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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양장 ]
김초엽 | 허블 | 2019년 06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218건 | 판매지수 23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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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6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30쪽 | 496g | 130*198*30mm
ISBN13 9791190090018
ISBN10 119009001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며 차세대 SF 작가의 화려한 등장을 알린 김초엽의 첫 소설집으로, 그야말로 올해 가장 핫한 작가이자 책입니다. 읽은 분이라면 누구나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란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실 겝니다. 한국 SF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작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 소설MD 김도훈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 그 후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관내분실」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받았다. 필명으로 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동시에 상을 받았다. ‘한국 SF의 우아한 계보’라 불리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초엽 작가는 그 후, 더욱 도약했다. 자신만이 그려낼 수 있는 김초엽 특유의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투명하고 아름답지만 순진하지만은 않은,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근사한 세계를 손에 잡힐 듯 이야기에 담아냈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곳에서도, 지지 않는 마음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매력적인 ‘할머니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물을 통해 소설은 어째서 어떤 고통은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지, 생의 끝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자꾸만 묻는 듯하다. 문학상 이후 김초엽의 작품들은 더욱 확장된 세계를 그려낸다. 작가의 고민과 질문도 더 단단해진듯하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행성에 홀로 남겨져 외계인과 조우하게 될지라도(「스펙트럼」), 고통 없는 유토피아에서 짐짓 모르는 것처럼 질문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때에도(「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를 알아야겠다고 용기 내는 마음,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말하며 지지 않는 마음, 분투하는 태도가 김초엽의 소설에는 있다.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김초엽은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미션에 실패했다고 비난받는 우주인일지라도(「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어떤 소녀에게는 그의 존재 자체가 응원일 수 있다.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가. 우주 미션에는 실패했지만, 소녀를 응원하는 일에 성공했다면 그 삶을 실패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경계에 선 소설가 김초엽은 고민과 질문을 쨍하게 빛나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007
스펙트럼 ·057
공생 가설 ·097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45
감정의 물성 ·189
관내분실 ·219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273


해설 | 인아영(문학평론가)
아름다운 존재들의 제자리를 찾아서 ·321
작가의 말 ·337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소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이 편지가 네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내가 떠났다는 소문이 퍼진 이후이겠지. 어른들이 많이 화가 났을까. 그동안 나처럼 성년이 되기 전에 마을을 뛰쳐나온 사람은 없었으니까. 괜찮다면 대신 이야기를 전해줄래? 여전히 그분들을 많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야. 너도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거야.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시초지’로 가고 있어.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중에서

떠나겠다고 대답할 때 그는 내가 보았던 그의 수많은 불행의 얼굴들 중 가장 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중에서

밤마다 떠오르는 다섯 개의 위성들은 이곳이 지구가 아님을 증명하듯 빛났다. 기록장치만이 희진에게 익숙한 지구식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었다.
마침내 그들을 만났을 때, 희진은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있었다. 이족 보행을 하는, 팔다리를 가진 사람들. 누군가 드디어 희진을 구하러 온 걸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이곳은 낯선 행성이다.
--- 「스펙트럼」중에서

세 번째 루이는 이전의 루이들처럼 그림을 그렸고 희진을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했다. 세 번째 루이도 다른 무리인들보다 몸집이 작았고 팔이 두 개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전의 루이들보다 더 짧은 시간을 살다 죽었다.
--- 「스펙트럼」중에서

이름이 없는 행성. 그곳의 이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 신비한 세계에 몽환적인 상상을 덧대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류드밀라의 행성이라고 불렀다. 행성의 실존과는 무관하게 그런 이름으로 합의된 어떤 세계가 있었다. 류드밀라가 기억하는, 류드밀라가 가보았던, 류드밀라가 창조한, 류드밀라가 일관적으로 그려내는 분명한 세계.
--- 「공생 가설」중에서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중에서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보현은 우울체를 손으로 한번 쥐었다가 탁자에 놓았다. 우울체는 단단하고 푸르며 묘한 향기가 나는,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동그랗고 작은 물체였다.
--- 「감정의 물성」중에서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 「감정의 물성」중에서

죽은 엄마는 이 도서관에 기록되었다. 엄마의 사망 소식 이후에 지민이 우편으로 받은 수십 장의 마인드 매뉴얼에 따르면 그랬다. 하지만 지민은 한 번도 도서관을 찾지 않았다. 죽은 엄마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엄마가 이렇게 허탈하게 사라져버릴 줄 알았더라면 늦기 전에 이곳을 찾았을 텐데.
--- 「관내분실」중에서

재경은 수많은 소녀들의 삶을 바꿨을 것이다. 최후에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재경이 바꾸었던 숱한 삶의 경로들이 되돌려지는 것은 아니다. 가윤이 바로 그 증거 중 하나였다. 가윤은 한때 재경을 보며 우주의 꿈을 꾸던 소녀였고, 이제 재경 다음에 온 사람이었다.
---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젊은 소설가의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눈과 입을 발견했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김연수(소설가)

“마음을 다 맡기며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서 벅차다.”
-정세랑(소설가)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 김초엽 첫 소설집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신인 소설가 김초엽.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출간되었다.
2017년,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배명훈, 김보영으로부터 “작가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을 다른 사람들의 코앞에까지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을 거친 결과, 작가와 작품은 스스로 쨍하게 아름다워진다. 이 글 「관내분실」처럼” “슬픔에 좌절하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인생과 생명을 걸고 그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려 한다는 데서 이 작품(「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감동을 준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등단작 「관내분실」은 “모성애라는 쉬운 답을 피해 이 어려운 길을 택한 것만으로도 흡족한데, 그 과정 끝에 놓인 장면이 정말이지 ‘SF적’으로 참 아름다워서, 적어도 우리가 ‘이런 SF’마저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지는 않다고 항변하고 싶어졌다”(문학평론가 황현경, 『문학동네』 2018년 여름호)라는 평을 받으며 SF문학에 대한 비평가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그 결과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 섣불리 판단내리지 않을 때 소설가의 눈은 더없이 맑고 투명해진다. 명징하고 광대하게, 이 세계를 바로 볼 줄 아는 이 시선에서만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젊은 소설가의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눈과 입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 김연수(소설가)

김초엽의 소설은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면서도 소설가 김연수가 추천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현실의 세계를 섣불리 판단내리지 않고 투명하게 담아낸다. 그 세계는 아름답지만 순진하지 않고 어디에도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뛰어난 과학자 릴리 다우드나로 인해 ‘완벽한’ 유전자의 선택이 가능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완벽함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계 밖으로 밀려난다. 한편, 소설에는 장애도, 차별도, 혐오도 없는 그리고 사랑도 없는 행성인 ‘마을’이 함께 그려진다. 이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마을’은 일종의 ‘유토피아’를 상상케 한다. 성년이 되면 순례를 떠나는 이들 중 일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문을 빼면 말이다.
“마을이 유토피아라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이 물음은 장애를 비장애로,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간편하게 뒤집는 대신 오히려 그 이분법적인 항들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작품해설 중)라고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말한다. 무엇이 우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차별,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분투하며 살아가게 하는지. 이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질문한다.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김초엽의 소설에는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 등 경계를 향한 응시가 있고, 질문이 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는 실패한 여성 우주인이 등장한다. ‘우주 너머’를 항해하기 위한 우주인 선발에 뽑히지만 내로라하는 ‘스펙’이 없는, 무엇보다 나이 많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재경 이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 때문에 좌절하지도 낙담하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흥할 생각도, 누군가의 기준에 의한 성공을 향해 질주할 생각도 않는다. 소설은 마치 잃어버린 역사를 쓰는 젊은 역사가를 떠올리게 한다. ‘여성사’를 쓰는 젊은 역사가의 질문과 닮아 있는 것도 같다. 왜 어떤 기록은 기록되지 않는가, 왜 역사는 언제나 남성의 서사이고 성공의 롤모델 또한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인가. 소수자에게 그들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기준에 따른) 성공의 역사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미션에 실패했다고 비난받는 우주인일지라도, 어떤 소녀에게는 그의 존재 자체가 응원일 수 있다.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가. 우주 미션에는 실패했지만, 소녀를 응원하는 일에 성공했다면 그 삶을 실패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이 소설에서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대안 가족의 모습도 그려내는데, 우리의 가족제도가 반드시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우정과 연대의 공동체로서 가족의 가능성을 말하기도 한다. 작가의 고민과 질문을 “쨍하게 빛나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곳에서도, 지지 않는 마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은 매력적인 ‘할머니 과학자’이다. 가족과 생이별하고, 아득한 우주에서 재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스펙트럼」에도 ‘할머니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동안 왜 서사의 주인공은 남성이거나 여성이어도 젊은 여성인 소설이 주가 되었을까? 문학평론가 서영인은 ‘할머니’가 서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함을 김초엽 소설에서 포착한다. 그러면서 이 소설 「스펙트럼」에서 다룬 ‘언어’에 관해 주목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외계 생명체들의 언어다. 문자 대신 색채로, 문서나 책 대신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는 그들의 언어. 그러니 풍경이 말이 되고 빛과 어둠이 말의 의미를 결정할 터였다.”([할머니 우주인 할매 시인], 《한겨레신문》)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마음이 느슨해졌다. 눈앞의 루이가 바로 며칠 전까지 함께 지내던 바로 그 루이처럼 느껴졌다. 루이는 희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희진의 뒤로 펼쳐진 노을을 보고 있었다.
“그럼, 루이. 네게는…….”
희진은 루이이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 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
- 「스펙트럼」 중에서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스펙트럼에서 외계생명체인 ‘루이’와 주인공 ‘희진’이 첫 소통을 하는 장면을 인용한다. “이해 불가능성에 대한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본 적이 있던가. 루이는 희진에게 언제까지나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리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한 타자”이다. 그러나 그 앞에서 희진은 이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불가능을 알면서도 믿으려고 하며, 그들의 존재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지구에 돌아온 희진이 평생 수집했던 유리가 “보통의 감각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을 보게 하는 도구”라면, 이 아름다운 장면을 가능케 하는 외계 생명체와 다른 행성을 그릴 수 있는 SF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 여기의 세계를 새로운 감각으로 보게 하는 또 하나의 유리일 것이다.“(《현대문학》 2018년 9월호)
김초엽의 소설은 근사한 세계를 그려내는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진다. 타자를 알고자 하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의 다른 말이 아니겠느냐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란 없는 거냐고 애타게 묻는 누군가에게. 김초엽의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문학평론가 인아영의 말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가능성을 껴안는 것”, 불가능성을 껴안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통해, 김초엽의 소설은 정답이 없는 불가능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행성에 홀로 남겨져 외계인과 조우하게 되더라도(「스펙트럼」), 고통 없는 유토피아에서 짐짓 모르는 것처럼 질문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때에도(「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를 알아야겠다고 용기 내는 마음,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말하며 지지 않는 마음, 분투하는 태도가 김초엽의 소설에는 있다.

회원리뷰 (218건) 리뷰 총점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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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그 미래의 구성원으로 살고 싶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자목련 | 2019.08.06 | 추천41 | 댓글56 리뷰제목
아름다움과 슬픔은 동격이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나는 이런 문장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 소설집에 나오는 단편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슬프기 때문이다. 아름다운데 왜 슬프냐고 묻는다면 당신도 이 소설을 읽어보면 알 거라 답하겠다. 미래의 삶을 상상한 SF 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은 김초엽의 소설로 인해 전부 사라졌다. 한때 내게 과학;
리뷰제목

아름다움과 슬픔은 동격이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나는 이런 문장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 소설집에 나오는 단편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슬프기 때문이다. 아름다운데 왜 슬프냐고 묻는다면 당신도 이 소설을 읽어보면 알 거라 답하겠다. 미래의 삶을 상상한 SF 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은 김초엽의 소설로 인해 전부 사라졌다. 한때 내게 과학 장르 소설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상상할 수 없는 세계였다고 할까. 현재의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김초엽이 안내하는 소설은 분명 현재가 아닌 가깝거나 먼 미래가 있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가상의 공간과 가상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그들을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 존재한다. 그곳을 탐험하고 거주한다.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 우리가 기존에 영화나 소설로 만난 이야기와 다른 건 없다. 하지만 뭔가 특별하다. 불편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에서 열여덟 살이 되면 이동선을 타고 순례의 길을 떠난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한 데이지가 지구에 대해 들려주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속 지구는 현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모든 게 완벽하게 태어난 ‘신인류’와 그렇지 못한 ‘비개조인’으로 분류된 사람들, 과학자 릴리의 인공 배아 디자인이 성공하면서도 그렇게 되었다. 릴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구 밖에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다.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불행하지 않지 않고 상처를 주지 않는 유전자로 태어난 사람들. 지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 그런데 왜 순례자 가운데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생겨났을까?

 

이제 나는 상상할 수 있어. 지구로 내려간 우리는 그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거야. 그리고 우리는 곧 알게 되겠지. 바로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세계를. 그 세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차 있는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진실을. (중략) 그리고 그들이 맞서는 세계를 보겠지. 우리의 원죄. 우리를 너무 사랑했던 릴리가 만든 또 다른 세계. 가장 아름다운 마을과 가장 비참한 시초지의 간극. 그 세계를 바꾸지 않는다면 누군가와 함께 완전한 행복을 찾을 수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순레자들은 알게 되겠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52~53쪽)

 

데이지가 상상하는 장면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과 너무도 똑같다.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통과 슬픔, 그것을 같이 나누는 연대의 모습. 과학의 발전이 불러올 인류가 소설과 다르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완벽과 완전만 추구하는 세상에도 존재할 불완전한 삶을 향한 김초엽의 다정한 시선을 감지할 수 있어 좋다.

 

우주여행자를 위한 정거장을 관리하는 남자와 100년 동안 정거장을 점유하고 있는 안나가 나누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표제작「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가 가능한 시대에 과학자인 안나는 지구에 남았고 남편과 아들은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떠났다. 안나도 연구를 끝내고 가족이 있는 그곳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구와 행성 간의 새로운 이동 수단인 웜홀 통로가 발견되면서 이전의 워프 방법을 이용해 운항하는 우주선은 사라졌다. 그 사실을 안나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족이 존재했던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향하는 일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라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81쪽)

 

사회와 국가를 위한 성공, 그들을 위한 소수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을 생각한다. 우리가 그토록 꿈꾸는 우주는 정말 무엇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문득, 오늘과 내일이라는 시간으로 사라지는 수많은 어제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안나 할머니가 느꼈을 그리움과 절망을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겠지만.

 

이처럼 김초엽은 과학적인 이론과 소재를 끌어와 이야기를 만들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소외, 그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 주목한다. 비혼모의 48세 동양인이 우주비행사로 선발되는 과정을 다룬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도」과 소설집에서 가장 좋았던 「관내 분실」에서도 겹쳐진다. 죽음을 애도하는 미래의 방식으로 죽은 사람들의 정보를 데이터로 만든 ‘마인드’를 관리하는 도서관이 등장한다. 새로운 형태의 추모공원 같다고 할까. 마인드와 접속하여 죽은 자의 영혼과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소설에서 지민은 엄마를 잃어버렸다. 그러니까 엄마를 인식하는 마인드가 분실된 것이다. 소설은 임신한 지민이 죽은 엄마(은하)의 마인드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여성이 사회와 어떻게 단절되고 고립되는지 섬세하게 보여준다.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딸에게 집착하는 은하를 이해할 수 없었던 지민이 임신을 통해 막연하게 느끼는 어떤 두려움. 그것은 지금 우리 시대의 여성이 경험하고 견디는 현실이다.

 

“마인드들은 우리가 생전에 맺었던 관계들, 우리가 공유했던 것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뇌에 남기는 흔적들과 세상에 남기는 흔적들을 자신들의 방식들로 기억한다는 것이죠. 마인드와 자아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영원히 미해결로 남는다고 해도, 우리는 마인드를 통해 그들의 삶을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관내 분실」, 257쪽)

 

나 아닌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할까? 이해한다는 것이 감정을 읽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낯선 행성에 도착해 외계 지성 생명체를 만나 그들과 지낸「스펙트럼」속 희진은 가능했을 것이다. ‘루이’로 불린 그들이 색채를 의미로 읽는다는 설정은 신선했다.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을 구매한다는「감정의 물질」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상대가 이해하기를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생각하게 한다. 가장 가까운 이의 감정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 인간과 「스펙트럼」속 ‘희진’과 ‘루이’를 비교하게 된다. 인간이 유년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미지의 외계 생명체와의 공생으로 풀어낸 「공생 가설」을 통해서도 내밀한 관계를 말하는 듯하다. 타자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미래,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현재를 살아가기에도 급급한 나는 우주를 살아가는 미래를 상상한 적이 없다. 그러나 김초엽의 소설을 통해 만난 미래라면 조금 달라진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대하고 공생을 꿈꾸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미래, 나도 그 미래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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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십리대밭 | 2020.10.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허블 출판사에서 출간한 김초엽 작가님의 sf 단편 소설입니다. 미래에서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막연하게 상상하던 것들이 작가님의 소설에선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고 그곳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러 단편중 저는 공생가설과 스펙트럼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sf소설이 우리가 빛의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책이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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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출판사에서 출간한 김초엽 작가님의 sf 단편 소설입니다. 미래에서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막연하게 상상하던 것들이 작가님의 소설에선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고 그곳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러 단편중 저는 공생가설과 스펙트럼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sf소설이 우리가 빛의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책이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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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fdsa1788 | 2020.10.2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리뷰이 책은 7개의 SF소설이 엮여있는데, 그 중 4번째 소설 제목이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다. 한편은 두자릿수 페이지로 금방 읽을 수 있어서 그런지 책장이 잘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편 한편이 길지 않은 것에 비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생각할 거리는 많다. 제일 기억에 남는 편은 첫번째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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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리뷰


이 책은 7개의 SF소설이 엮여있는데, 그 중 4번째 소설 제목이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다. 한편은 두자릿수 페이지로 금방 읽을 수 있어서 그런지 책장이 잘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편 한편이 길지 않은 것에 비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생각할 거리는 많다. 제일 기억에 남는 편은 첫번째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이다.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감정의 물성’이다. ‘감정의 물성’에서 어떤 돌을 만지면 특정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설정이 있다. 사람들이 행복한 감정 뿐만 아니라 우울한 감정도 원하고 소비하는 것을 화자는 이해하지 못한다. 즐겁고 편안하거나, 집중력을 높여주는 돌은 내생각에도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그리고 반대로 힘들고 슬픈 감정을 일부러 원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됐다. 엄청나게 매워서 혀와 내장이 다 아플만큼 매운 떡볶이를 먹는 사람,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로 무섭고 공포스러운 영화를 보는 사람이 생각났다. 감정이라는게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감정을 어떤 상태에서 얼마나 느끼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감정이 일어나는 타이밍, 속도, 식는 과정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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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49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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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재밌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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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26
구매 평점5점
문학시간에 이 책으로 수업을했는데 이야기가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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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 2020.10.25
구매 평점5점
재밌어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럭키 | 20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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