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8년 05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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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28쪽 | 212g | 124*182*20mm |
ISBN13 | 9791160401608 |
ISBN10 | 1160401608 |
포함 한겨레출판 소설 2만원 ↑ 〈코리안 티처〉 틴케이스 증정(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18년 05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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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28쪽 | 212g | 124*182*20mm |
ISBN13 | 9791160401608 |
ISBN10 | 1160401608 |
MD 한마디
"독서라는 치유되지 않는 병"에 걸린 어린 시절부터 망명 후 모국어를 잃고 ‘문맹’이 되어야 했던 시절과 프랑스어를 배워 소설을 쓰기까지. 20세기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오롯이 감내해야 했던 ‘여자’이자 ‘이방인’으로서 결코 침몰하지 않았던 의지와 용기를 담은 이야기. - 문학MD 김도훈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있기까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전적 이야기 『문맹』은 인간사회의 불확실성과 부조리함을 지독히 담담하고 건조한 문장으로 그려냄으로써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소설가 김연수, 은희경, 정이현, 작가 이동진을 비롯한 수많은 명사들의 존경을 받는 헝가리 출신의 여성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언어적 정체성을 다룬 자전적 이야기다. 현대 프랑스어권 문학의 고전이자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조용한 베스트셀러’라고 불린 3부작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이후 약 12년 뒤 2004년 스위스의 출판사 Zoe에서 출간했다. 네 살 때부터 글을 읽기 시작해 병적일 만큼 독서와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어린 시절부터, 스위스로 망명해 모국어를 잃고 ‘문맹’이 되어야 했던 시절, 그리고 다시 프랑스어를 배워 첫 소설이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1부인 「비밀 노트」를 쓰기까지의 그녀의 반생이 기록되어 있다. 『문맹』은 모국어인 헝가리어를 ‘살해’하고 헝가리인으로서의 정체성까지 위협해오던 ‘프랑스어’라는 ‘적어(敵語)’를 배워야 했던 시간에 대한 조용한 싸움의 기록이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가혹하면서 잔혹한 정경과 스스로를 호되게 단련하며 도덕성이 존재하지 않는 소년들의 모습의 소설적 원류를 확인할 수 있는 창작의 기록이며, ‘읽기’와 ‘쓰기’에 대한 고뇌와 갈망이 담긴 ‘언어의 자서전’이다. 『문맹』을 통해 그녀는 모국어인 헝가리어와 함께 빼앗기듯 잃어버렸던 친밀했던 기억을 열한 개의 장으로 되살리며, 20세기의 역사를 감내해야 했던 ‘여자’이자 ‘이방인’으로서 결코 침몰하지 않았던 의지와 용기를 꺼내 보여준다. 소설가 백수린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
시작 말에서 글쓰기로 시 어릿광대짓 모국어와 적어(敵語) 스탈린의 죽음 기억 제자리에 있지 않는 사람들 사막 우리는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문맹 옮긴이의 말 |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프랑스어로 글을 썼던 헝가리 출신의 소설가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빈곤 속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여파를 피해 남편과 4개월된 딸을 데리고 헝가리를 떠나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의 뇌샤탈로 이주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글을 썼고, 한국에서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이라는 책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어로 글을 써 다수의 상을 수상하고, 2011년 7월 뇌샤텔에서 일흔 다섯 살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한다.
이 책<문맹>은 말그대로 '글을 모르는', 하지만 비유적으로 헝가리 사람이라서 프랑스 말을 모르는 문맹을 가리킨다. 헝가리 혁명의 여파로 더 이상 헝가리에 사는 것이 무리가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과 같이 헝가리를 탈출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에게 처음의 이주가 아니었다. 그녀가 아홉살 때 "적어도 인구의 4분의 1이 독일어를 쓰는 국경 도시로 이주"한다. "헝가리 사람들에게는 독일어는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상기시켰으므로 적의 언어였고, 그것은 또한 당시 우리나라를 점령했던 외국 군인들의 언어이기도 했다." "1년 후, 다른 외국 군인들이 우리나라를 점령했다. 러시아어가 학교에서 의무화되었고, 다른 외국어는 금지되었다. 아무도 러시아어를 알지 못한다. ... 외국어를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몇 달 동안 러시아어 속성 수업을 배웠지만, 그들은 그 언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것을 가르칠마음이 전혀 없다. 그리고 어쨓든 학생들도 그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국민적인 지식의 사보타주를, 당연히 미리 계산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수동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저항을 목격하게 된다."
" 우리는 소련의 문화와 역사, 지리도 이처럼 열정 없이 가르치고 배운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 세대의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다."
"그렇게 해서 스물한 살의 나이로 스위스에, 그 중에서도 전적으로 우연히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에 도착했을때, 나는 완벽한 미지의 언어와 맞서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이 언어를 정복하려는 나의 전투, 내 평생 동안 지속될 길고 격렬한 전투가 시작된다."
" 내가 프랑스어를 말한 지는 30년도 더 되었고, 글을 쓴 지는 20년도 더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언어를 알지 못한다. 나는 프랑스어로 말할 때 실수를 하고, 사전들의 도움을 빈번히 받아야만 프랑스어로 글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내가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하나더 있는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이유다. 이 언어가 나의 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꽤 긴 이야기동안 저자는 그녀가 왜 문맹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려한다. 다시 말해 잘 알지 못하는 프랑스말로 글을 쓰게되었나를 설명하는 것이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 구사한다하여도 외국어는 외국어일뿐 모국어보다 잘 사용하기란 쉽지않다. 헝가리 사람인 그녀가 우연히도 정착하게된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게되고, 그것이 계기가되어 다시 본격적으로 프랑스어를 배워 글을 쓰게된다. 이야기는 주로 이런 골자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프랑스말을 잘쓴다하여 프랑스사람은 아니며, 그렇다고 스위스 사람도 아니다. 그녀의 삶은 글을 모르는 문맹처럼 헝가리 사람으로서 맴도는 그녀의 정신적 문맹을 나타내 보이려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이지만 헝가리를 탈출하면서 모든 것을 헝가리에 두고 나온 텅빈 그녀라는 것을 강조한다. 애국보다는 한나라가 그 나라의 국민에게주는 안식에 대한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1956년 11월 말의 어느 날, 나는 하나의 민족집단에 속해 있던 나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녀의 고백이 언어를 잃은 , 조국을 잃은, 가족을 잃은 그녀를 설명하고 있다. 주변인이 아무리 친절하고 잘해준다 하여도 그녀의 안식할 곳이 없는 외부인 내지 이질감이 느껴지는 사이라는 것이다. 정착하게된 스위스의 한 공장에서 말이 통하지 않고, 익숙하게 먹던 음식이 달라 적어도 1년 동안은 점심 식사로 빵과 우유를 탄 커피만 마실 수밖에 없었던 상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말을 몰라 그들에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의 전달이 어려운 '그녀'는 말한다. 그녀가 느꼈을 정신의 황량함을. "사막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사회적 사막. 문화적 사막. 혁명과 탈주의 날들 속에서 느꼈던 열광이 사라지고 침묵과 공백, 우리가 중요한, 어쩌면 역사적인 무언가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던 나날들에 대한 노스텔지어,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뒤따른다."
과거 그녀가 혹은 헝가리 사람들, 그들이 했을 법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곳에 오면서 무엇인가를 기대했다.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몰랐지만 틀림없이 이런 것, 활기 없는 작업의 나날들, 조용한 저녁들, 변화도 없고 놀랄 일도 없고 희망도 없는 부동의 삶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실에 대해 "물질적으로 보면 우리는 예전보다 조금 더 잘 살고 있다. 우리는 방 하나 대신 두 개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석탄이 충분하고 음식도 넉넉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비하면 너무 비싼 값을 지불한 셈이다."
그녀는 "만약 내가 슬프다면 그것은 오히려 지금 너무 많이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직장과 공장, 장보기, 세제, 식사 말고는 달리 생각할 것도, 할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잠을 자고 내 나라 꿈을 조금 더 오래 꿀 수 있는 일요일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헝가리국적의 여인의 이야기였지만 우리는 어딘가 몹시도 익숙하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들이다. 이 상실감에 대해 우리에게 수도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는다. 북에서 남으로 혹은 사할린의 동포들, 연변의 동족들의 이야기들, 하와이에 우리 선대를, 일본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 독일로 떠났던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들 무수한 이야기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의 외침같은 저자의 이야기 "아름다운 나라가 우리 난민들에게는 사막, 사람들이 '통합'이라든지, '동화'라고 부르는 것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가 건너야만 하는 사막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막을 건너고도 끝내 다다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에게 위로조차 줄 수 없는 아픔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사막을 건너기위한 몸부림으로 그녀가 선택한 글쓰기를 통해 조금은 살만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녀는 다짐한다.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것, 그것은 나에게 강제된 일이다. 이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한 문맹의 도전." 이미 저자 그녀의 육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진 않지만, 그녀의 정신 만큼은 아직도 살아서 지금 이순간에도 어디선가 사막을 건너며 살기 위해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