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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30*224*20mm
ISBN13 9788954696807
ISBN10 8954696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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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흰자와 노른자 사이에 숨겨진 마음들] 오믈렛을 먹을 때 알 수 있다. 평범한 계란 속 피망, 햄 등 다채로운 재료가 어우러져 특별한 맛이 나온다는 것. 임유영의 시집은 그 오믈렛을 닮았다. 사각사각 리듬을 따라 숨겨진 마음들을 찾다 보면, “무언가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게 해주는” 시의 세계로 가닿을 것이다.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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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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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둑들.
품속에 연필 한 자루쯤 넣고 다니는 불한당들.
할머니의 성가집 한 장을 찢었다.
시인의 국어사전에서 다섯 장을 뜯었다.
노인과 예술가는 가장 손쉬운 상대.
노인은 예의바른 손자를 좋아하고
예술가는 술 선물을 반기지.
우리에겐 세상일이 이토록 우습다.
---「도둑들」중에서

나는 바다 앞에서 너를 향해 외치네. 너를 돌아오게 하려고. 듣게 하려고. 네가 들어오게 하려고. 나는 보는데. 너는 뒤돌아보지 않고. 한때 젊은 당신은 결코 머뭇거리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네.
---「유형성숙」중에서

겨울이 제철인 굴은 날것으로 먹어도 좋다,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리거나 매운 양념을 곁들여도 맛있다, 미국에는 굴 요리를 파는 해안가 식당들이 있고 거기에선 굴을 위스키와 같이 먹는다

(……)

따뜻하고 배부르고 다 좋은데
겨울밤에 굴을 먹으면 다음날 눈이 온다

정말 그렇게도 된다

굴껍데기 위에 내려앉는 눈송이가 몇 개
---「굴은 바다의 우유」중에서

두 사람을 여기 둘 수 있는 이유가 될까. 찬바람 부는 가을밤을 둘이 계속 걷게 해도 될까.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붙잡아두어도 될까. 둘의 신발을 벗기고 싶어진다. 이상하게. 싸늘한 밤의 강변을 맨발로 걸어가라. 그래도 그런 기분을 완전히 적을 수는 없다. 강 건너에 불을 질러본다. 일정한 속도, 일정한 보폭, 일정한 온도로, 넓어지세요. 옮겨지세요. 퍼지세요. 멀리멀리 가보세요.

손잡아. 그냥 한번 꽉 잡아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보이지 않게 두어도 될까.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만사형통」중에서

확실히 내가 시 속에 개 이야기를 많이 쓰긴 한다. 그러나 그건 중요한 일이 모두 시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탓이다.
---「기계장치강아지」중에서

우리가 조금만 말하고 조금만 움직이고 조금만 살았더라면 이 세상이 전부 우리 것이었을 텐데 쓸쓸하게도 살아 있어서 말을 해가며 몸짓을 해가며 침을 튀겨가며 진땀을 흘리며 폭소를 터뜨리며 산짐승처럼 너절한 잠자리에 풀썩거리며 몸을 누이고 잘 때조차 뒤척인 죄로 자면서도 코곤 죄로 꿈에서도 말한 죄로 우린 말하지 않는 법을 잊어버리는 벌을 받고 있어요 끝없이 움직이는 벌을 서고 있어요 아무도 아무에게도 왜 사냐고 묻지 않았어요.
---「처서」중에서

나에 관해서라면 아무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곧 누군가는 알아차려주리라. 얼마나 지나야 할까? 누군가. 누구일까? 여러 명일까? 단 한 사람일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남자일 것 같다. 그이는 뜨내기 순경일까. 별 어려움 모르고 자란 젊은 남자일까. 물론 산전수전 다 겪었을 수도 있지. 상관없다. 아니, 상관있다. 나는 죽은 자의 얼굴을 하고 있겠지. 죽은 자의 얼굴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죽은 자의 얼굴이겠지.
---「포노토그래프」중에서

너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얼마만큼 그런가 하면 네가 좋게 들은 곡을 모아서 계절마다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 나는 이 순간이 끝나지 않길 바라지만. 혹시 네가 무언가 슬픈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섭다. 그것이 영영 슬픈 생각일까 두렵다.
---「무언가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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