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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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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577g | 128*188*30mm
ISBN13 9788954697354
ISBN10 8954697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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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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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일상의 경계 너머 사라진 것들을 돌아보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으로 사랑을 받은 앤드루 포터의 두 번째 소설집. 표지에 그려진 낙엽처럼, 푸르던 시절을 지나 어딘가 메마르고 공허한 사람들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고, 현 시점의 좌표가 불안정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게 건네고 싶은 책. - 소설/시/희곡 PD 남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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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것들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나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구분하는 시각을 잃어버렸으며 살인과 죽음 같은 문제라면 그저 다 슬플 뿐이다. 정당화가 되느냐 아니냐를 따질 일이 아니다. 두 인간과 그들 각각의 가족에게 일어난 아주 슬픈 사건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 말고는 그다지 할 얘기가 없다.
---「오스틴」중에서

나는 잔을 내려놓고 마야를 바라보았다. 벌써 마야가 떠나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빛이 어딘가 달랐다. 아마도 그때가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이미 가버린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낀―내 인생의 유일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넝쿨식물」중에서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첼로」중에서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버렸을지.
---「라인벡」중에서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알아?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 넌 그다지 다르지 않아.” 칼리가 말했다. “우리 둘 다 그래.”
“더 성공한 사람으로 변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 나는 말했다. “혹은 현명한 사람으로.”
---「히메나」중에서

대니얼을 떠올리며 그 친구가 벌써 얼마나 그리운지, 그의 얼굴을 얼마나 보고 싶은지, 대니얼이 없는 내 인생을 상상하기가 벌써 얼마나 불가능하게 느껴지는지 생각했다. 소중한 나의 친구. 인생의 다른 수많은 일에서는 그토록 운이 좋았으나 한 번의 지독한 일격을 당한, 소중하고 또 소중한 나의 친구. 대니얼이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그의 수영장에 우리는 있는데 그는 없다는 것이 너무도 부당하게 느껴졌다.
---「사라진 것들」중에서

나는 그녀도 아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우리는 아주 이상한 이틀을 함께 보냈다고, 그리고 내가 떠난 뒤 우리는 아마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어쨌든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할 이유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에겐 아직 반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 순간이 계속되는 척할 반시간, 어둠 속에서 고요히, 하지만 둘이서 함께 물에 뜬 채로 누워 있을 반시간,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젠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
---「사라진 것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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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사라진 것들』의 인물들은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시간에 말을 건다. 그들에게 기억하기는 상실을 감내하며 사라진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자 끊임없이 자기를 바라보는 과정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기억하는 행위가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거에서 현재를 조망하는 일이라고도 느꼈다. 과거의 자리에서 바라볼 때만 드러나는 낯선 지금은 우리가 피하고 싶은 자기 자신을 대면하게 한다. 문학이 줄 수 있는 자기 발견의 기쁨과 고통을 앤드루 포터만큼 잘 그려내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좋은 책은 독서가 끝나고 자기만의 글을 쓰고 싶게 한다. 나에게 『사라진 것들』은 다시금 ‘나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책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더는 외면하고 싶지 않은 이에게, 자기 이야기를 재발견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의 차기작을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 최은영 (소설가)
이 훌륭한 소설집을 읽고 나면 모든 글쓰기의 숨겨진 주제는 시간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분명 시간은 사랑보다 조금 더 오래되었고, 앤드루 포터의 유연한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것은 우리의 가장 친밀한 안타고니스트, 연인이자 적이다. 스쳐가는 의심을 귀신 들린 집으로 만드는 시간, 가장 소중한 희망을 상실이 메아리치는 밀실로 만드는 시간, 가장 강한 마음마저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시간. 그러나 시간과 고통 없이는 영혼도 없을 것이며, 이 이야기들에는 영혼이 담겨 있다. 이탈로 칼비노는 고전은 말해져야 할 것을 말하기를 그치지 않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사라진 것들』은 이미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 찰스 담브로시오 (소설가)
놀랍도록 감동적이고 우아한데다가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너무 많은 와인, 너무 많은 사랑, 너무 많은 결혼, 너무 많은 오해,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책 읽기.
- 데브 올린 언퍼트 (소설가)
이 다정하고 감동적인 단편들은 불안과 희망, 그리고 우리가 지니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사랑과 젊음을 그리고 있다. 평범한 삶이 품은 신비로움에 관한 아름다운 책.
- 앨릭스 올린 (소설가)
앤드루 포터만큼 정교하고 가슴 아프고 마음에 새겨지는 이야기를 쓰는 미국 작가가 또 있을까?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사라진 것들』을 오래도록 내 곁에 둘 것이다.
- 피터 오너 (소설가)
이 책에는 커다란 역설이 담겨 있다. 어떻게 우리의 삶은 이토록 확고히 그리고 편안하게 안착한 듯 보이면서도 이토록 완전히 그리고 절망적으로 길을 잃을 수 있을까? 포터는 우리의 내면에 깊이 숨겨진 감정들과 세월이 흐르면서 쌓이는 의심, 후회, 기억의 무게를 탁월하게 감각한다. 사랑, 상실, 크고 작은 패배, 그 모든 것들이 이 책 안에 결코 잊을 수 없는 방식으로 쓰여 있다.
- 벤 파운틴 (소설가)
소리 없이 충격을 주는 소설집. 예배당의 어두운 구석에 놓인 봉헌 양초처럼 정결하고 간결하며, 자신이 해내야 할 일을 수행하는 데 정확히 필요한 만큼의 권위를 지니고 있다.
- [뉴욕 타임스]
가슴이 저미고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이야기들. 포터는 형식의 마스터다.
- [북리스트]
모든 단편들이 아름답게 직조되어 있다. 우아하면서 서정적이고, 매력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으며, 섬세한 목소리로 서술되며 나아간다.
- [뉴욕 저널 오브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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