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위로보다 진심 어린 공감이 더욱 와닿을 때도 있지 않은가.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자연스레 깨닫곤 했다.
나의 고민과 너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그것은 대부분 객관적인 답이 없는 인생의 어려운 문제임을,
결국 자신의 판단에 맡겨야만 한다는 것을.
--- 「프롤로그」 중에서
“마치 연령대별로 ‘맞춤 상처’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맞춤옷도 아닌데 말이야.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누구나 인생을 처음 살 듯, 각자의 나이에서 받는 상처도 처음 겪는 거야.
그게 면역이 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봐요. 그러니까 은아 씨, 자책하지 마요.
은아 씨의 잘못이 아니야. 은아 씨가 부족해서 그런 건 더더욱 아니고.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처음 겪는 거라 낯설지만,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퀘스트’ 같은 거라고 보면 편안해질까?”
---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무뎌질까?」 중에서
우리 둘은 서로 응원해주고 위로해주며 뜨거웠던 여름을 보냈지만, 딱 거기까지였어.
더도 덜도 아닌 딱 친구까지만. 누구도 명확하게 선을 긋진 않았지만,
누구 하나 용기 있게 다가가지도 못했던 거야. 하지만 후회하진 않아.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믿으니까. 친구마저 잃을까봐 두려움에
고백하지 못했던 내 모습도,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해.
--- 「때로는 시작하지 못하는 관계도 있어」 중에서
우리 둘 다 서툴었던 거야. 이별인 줄도 모르고 이별을 했지.
만남과 헤어짐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길고 긴 장마가 지나가고,
뜨거운 한여름을 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는 거야. 이해와 배려라는 감정을.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즈음에 이전보다 성숙해진 내가 있었어.
--- 「너의 안녕할 연애를 위해」 중에서
물론 세심하고 꼼꼼하게 해야 할 작업도 있어.
모든 일을 대충대충 하라는 뜻은 아니야.
다만 매사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자신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걸,
한 번쯤은 생각해주면 좋겠어. ‘대충대충’이, ‘적당히’라는 수식어가
필요한 경우가 의외로 많이 있을 테니까.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버거워하지 않았으면 해.
--- 「가끔은 “열심히”보다 “적당히”가 필요하기도 해」 중에서
무더웠던 여름, 우리에게 찾아온 열병은 한 번 큰 소란을 피우고 지나갔어.
열병이 남긴 상흔은 서로를 연결해주는 상징이었어.
친구라는 이름으로 무례함도 이기심도 이해받으려 하지 말자는 걸 배웠으니까.
--- 「친구니까 익숙한? 아니, 친구라서 무례한」 중에서
사람의 마음은 내가 억지로 끌어당긴다고 끌려오는 게 아니라는 걸.
조바심내지 말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람이 들고 나는 걸 받아들였으면 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말이야. 썰물과 밀물처럼, 사람도 똑같아.
이 단순한 진리를 진심으로 이해하기까지 제법 큰 대가를 치렀지.
아! 그렇다고 내가 완벽히 이해했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말아줘.
--- 「나는 아직 머리와 마음이 따로 움직여」 중에서
글에서 묻어나오는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삶이란 게,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거름 삼아 예쁜 꽃을 피워내는 과정임을 배우는 것.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간다는 건, 세상을 좀 더 깊고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는 현미경을 얻는 일이구나.
--- 「나이가 들어 간다는 건 예전에는 몰랐던 걸 알게 된다는 거야」 중에서
미안했어. 병원 신세를 지기까지 내 몸이 보냈을 신호를 무시했던 게.
쉬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탈이 날 거라고 몇 번이나 눈치를 줬던 걸까.
세심하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후회는 언제나 때가 늦은 법이지.
평소에는 귀담아 듣지 않다가 건강이 떠난 후에야 남겨진 빈자리를 어루만져 보는 거야.
너의 소중함을 절절히 느끼고 있으니 제발 다시 돌아오라고 애원하면서.
참 아이러니하지? 꼭 아프고 나서야 자신을 돌보니까.
---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잖아? 그럼 마음이 아플 땐 어디로 가야 해?」 중에서
“정말이야. 진짜로, 한 끗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특히 요즘엔 더더욱 그렇더라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친구들만 모였으니
거기서 최종 인원을 가려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대 당신이 모자라서 떨어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혹시 너도 면접 때문에 힘든 기억이 있다면 선주의 말이 작은 위로가 되었길 바라.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네가 부족해서도 아니야. 그러니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친구.”
--- 「면접에서 떨어졌던 날에 듣고 싶은 말이 있었어」 중에서
이 편지를 읽는 네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네 나이대에만 즐길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네가 그걸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행복을 가져다줄 거야.
설령 네가 잃어버린 게 있다 하더라도, 이미 네 품을 떠난 것에 미련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꾸 뒤돌아보는 데 힘을 쓰느라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 속상하지 않겠니?
---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있어」 중에서
그녀와 호흡을 맞추는 동안, 소홀히 넘겼던 하루하루에서
따뜻하게 머무르는 시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 더 많이 웃었고, 조금 더 많이 나를 안아주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아무것도 아니지 않게 만드는 건,
내가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나는 앤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