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9년 10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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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140*200*20mm |
ISBN13 | 9788950983673 |
ISBN10 | 8950983672 |
출간일 | 2019년 10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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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140*200*20mm |
ISBN13 | 9788950983673 |
ISBN10 | 8950983672 |
나에게 떳떳하기보다 남에게 보여주기 바빴던 삶 난생처음 스스로 결정한 40살 은퇴의 기록 전직 열혈 기자에서 현직 좋은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로 거듭난 김선우 저자가 『40세에 은퇴하다』를 21세기북스에서 출간했다. 『40세에 은퇴하다』는 무작정 은퇴의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은퇴의 A to Z를 담아 은퇴의 정석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며, 무턱대고 현실로부터 도피하라고 권하는 책도 아니다. 오히려 『40세에 은퇴하다』는 ‘40세’, ‘은퇴’라는 굉장히 현실적인 단어를 빌려 지금의 삶이 어떤지 한번 뒤를 돌아보고 숨 고르기를 하자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제목에 쓰인 40세와 은퇴는 충분히 다른 단어로 치환될 수 있다. 당신이 몇 살이든 무엇을 하든 엑셀 대신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하다. 이 책과 함께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는 용기, 새롭게 할 일을 찾아가는 도전, 삶의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지 버튼을 누르다 1장 내려놓기 아무도 아닌 존재여도 괜찮아 · 다른 줄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 잡고 있는 줄을 놓아야 한다 ·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 알람과 스누즈 버튼 ·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주제 파악하기 · 밥벌이의 어려움 일 잘하는 사람은 비인간적인가 · 기본 전제가 틀렸을 수도 있다 인정 욕구 버리기 2장 뻥치지 않기 자신에게 솔직하자 · ‘꽝’만 나오는 복권 과연 계속 살 것인가 · 하고 싶은 게 없어도 괜찮아 하고 싶은 게 없는 건 욕심이 많아서다 · 일단 일을 벌이자 하고 후회하는 게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 시도하고, 배우고, 개선하기 그리고 계속 반복하기 · 근면 성실만이 절대 선은 아니다 일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 3장 소비 줄이기 자발적 빈곤 속의 풍요 · 스마트폰도 없고 TV도 없고 그리고… 8無 집안 · 생일도 없고 크리스마스도 없다 6가지 소비 원칙 · 머리는 집에서 깎고 비누는 만들어 쓰고 물건을 소비하는 방식 4장 끊기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것도 끊었더니 죽지는 않더라 · 인터넷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 · 커피 작은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 고기와 영양제, 그리고 술 You are what you eat · 졸음과 스트레스 끊을 수 있으면 돈보다 좋은 것 5장 금융, 현명하게 이용하기 빚 권하는 사회의 이면 · 중산층의 붕괴 나의 경제적 롤 모델은 누구? · 절대 하면 안 되는 일 펀드 투자로 빚 갚기 · 풋내기 금융 담당 기자의 깨달음 이해가 안 되면 투자하지 마라 · 40대부터 일하지 않으려면 필요한 것 돈보다는 의미 6장 내버려두고 있는 그대로 즐기기 스스로 강해지는 법 · 여유와 여백이 있는 삶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기 · 가정의 평화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 눈치 보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원칙 세우고 지키기 · 지루한 일상의 공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즐기기 · 아이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 엄마 없이 아빠 혼자 아이 키우기 7장 기본으로 돌아가기 주객이 전도된 세상 · 직접 하기 ① 아웃소싱의 일상화가 가져온 폐해 · 직접 하기 ② 두 번째의 법칙 · 현재에 존재하기 내 인생은 나의 것 · 끊임없이 묻기 “왜”라는 질문을 하자 · 지속 가능하게 살기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말자 8장 샴페인 터트리기 즐겁게, 다르게, 충만하게 · 남들과 다르게, 과거와 다르게 살기 남을 보지 말고 내 안을 보라 · 심심하고 지루한 하루 일상이지만 매일 샴페인을 터트리는 충만함이 있다 · 할 수 있는 자유보다는 하지 않을 자유 · 공짜로 운동도 하고 삶의 진리도 깨닫고 수상 안전 요원이 되다 에필로그 나를 찾아온 여정 |
모든 것을 내려놓다
박용범 독서작가(2022)
지금의 금융 시스템에는 최소한의 발만 담그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으며, 밤마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이를 닦을 수 있는 곳에서 사는 건 행운이다. 새롭게 마주한 삶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 일단 소비를 줄였다. 물건은 되도록 사지 않았고 꼭 필요한 물건은 중고로 구입했다. 지금 잡고 있는 줄을 놓아야만 다른 줄을 잡을 수 있다.
우리는 시스템적으로 이런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와 실적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그런 시대. 개인이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그런 시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남들이 다 그렇게 사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사는 것일 뿐이다. 일을 그만두고 일을 찾지 못하게 되고 나서야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일만 해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평생 받들고 살아온 틀, 즉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바로 그 틀이 사실은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본질에 집중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성공할 수 없다. 행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운은 우연과 재능, 노력의 조합이다. 행운을 부르는 3개의 키워드는 주의 집중, 끈질김, 그리고 긍정이다. 주의를 기울여 기회를 포착하고 끈질기게 시도하며 낙천적으로 생각하라.
많은 걸 버리고 더 많은 걸 사지 않았다. "진짜 이렇게까지 소비를 줄여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겠다. 전혀 필요 없는 걸 너무 많이 갖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를 줄이는 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다고 덧붙이고 싶다. 소비와 소유를 줄이면서 물질로부터 얻고 싶은 욕망의 크기 자체가 작아졌다. 그리고 적게 사면 살수록 갖고 싶은 물건도 함께 줄어든다는 걸 배웠다. 그러다 보면 소유와 구매에 집착하는 마음도 함께 줄어든다. 물건을 버리다 보면 소비가 더더욱 단출해진다. 삶은 더더욱 단순해진다. 좁은 집에서도 넓게 살 수 있다. 단순하게 살수록 좋은 점이 많다 보니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건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불충분한 수면이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학습을 방해하며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우울증, 비만, 당뇨병과 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수면욕이 본능이듯이 충분한 잠은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행복한 삶의 기본 조건이다.
하지만 대출을 받는 순간 내 삶은 대출금을 갚기 위한 노예가 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일을 벌이고 소득을 높이기보다는 가계 규모를 줄이고 일을 덜 하는 방향으로 살기로 했다. 채우고 늘리기보다는 버리고 줄이는 걸 선택했다.
평생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즉 '변형 자산'이 필요하다. 삶에 대한 유연한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생 최소 2~3개 이상의 직업을 경험하게 되고, 다양한 곳에서 살게 될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일련의 작업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돈을 벌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사회적 기여도 또한 욕망에 기인한 것이다. 모든 욕망을 억누르고 자제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길을 가련다. 수행 정진 공부하면서 조용하게 깨달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다. 명예욕보다 무서운 것도 없다. 인생사 살면서 욕망의 덩어리에만 파묻혀 살다가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는 사림이 하나도 없는 안동 시골에 살면서 주변의 인정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집착했던 것, 중독되었던 것을 하나씩 떠나보내면서 알게 된 건 집착을 버리면 상당히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뭔가를 놓아줌으로써 갖게 되는 해방감은 정말이지 하늘을 찌를 듯한 충만감을 준다. 옛날에 집착하느라 안절부절못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웃음만 나온다. 하지만 지금 집착하는 걸 놓기 위해서는 익숙한 삶에 이별을 고해야 한다. 갖고 있는 물건 중에서 정말로 필요하지 않는 건 다 갖다 버리고, 좋아하는 커피를 끊으며, 잘 다니고 있는 회사에 사표를 내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해지는 낯선 곳까지 자신을 보내봐야 한다.
《40세에 은퇴하다(김선우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내용입니다.
40세에 은퇴하다
/저자 김선우/출판 21세기북스/발매 2019.10.14.
나의 밑바닥을 보고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인지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아온 현실이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것도 끊었더니 죽지는 않더라. 남들이 만들어놓은 틀을 버리고 내가 만든 틀 속에 살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미래에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새롭게 마주한 삶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 일단 소비를 줄였다. 물건은 되도록 사지 않았고 꼭 필요한 물건은 중고로 구입했다. 책은 도서관으로 출퇴근하면 봤다. 지금 잡고 있는 줄을 놓아야만 다른 줄을 잡을 수 있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인정 욕구를 내려놓아야 한다. 하루하루를 풍성하게 살기 위해 인정 욕구를 내려놓고 시골로 가서 자급자족하면서 미니멀하게 살아야 한다. 행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행운을 부르는 3대 키워드는 주의 집중, 끈질김, 그리고 긍정이다. 주의를 기울여 기회를 포착하고 끈질기게 시도하며 낙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너무 미래만 그리면서 살다 보니 내 생각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던 게 아닐까. 행복은 고생 끝에 오는 게 아니라 이미 현재에 와 있다. 포기를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생각을 바꾸자 현실이 천국이 되었다.
많은 걸 버리고 더 많은 걸 사지 않았다. '진짜 이렇게까지 소비를 줄여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전혀 필요 없는 걸 너무 많이 갖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를 줄이는 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다. 만들어 쓸 수 있는 건 만들어 쓰고 빌릴 수 있는 건 빌렸다. 소비와 소유를 줄이면서 물질로부터 얻고 싶은 욕망의 크기 자체가 작아졌다.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남아도는 시간으로 물질 대신 사람에 집중하고 관계와 경험에 방점을 뒀다. 그러면서 소비를 줄이는 건 꼭 비참해져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적게 사면 살수록 갖고 싶은 물건도 줄어든다는 걸 배웠다. 그러다 보면 소유와 구매에 집착하는 마음도 함께 줄어든다. 뭔가 사고 싶은 게 생기면 적어도 3번은 나에게 정말로 저 물건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물건을 버리다 보면 소비가 더더욱 단출해진다. 삶은 더더욱 단순해진다. 좁은 집에서도 넓게 살 수 있다. 단순하게 살수록 좋은 점이 많다 보니 물건을 쌓아두게 되고 사는 건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굳이 모든 물건을 소유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특히 좁은 집에서 넓게 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P190~191
하지만 풋내기 금융담당 기자 시절 이후 나는 금융 시스템을 믿지 않기로 했다. 이 세상에 살면서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지만 발은 최소한으로 담그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요즘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까지 빚을 지라고 난리다. 주택 담보 대출부터 마이너스 통장에 신용카드 각종 론까지 돈을 빌리는 방식은 다양하다. 신용카드 회사도 수수료보다는 각종 론과 리볼빙으로 돈을 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에 힘입어 돈을 빌리는 비용도 낮다. 돈은 그냥 빌려주지만 예금을 예치하면 수수료를 내는 은행이 유럽에 생겼다는 소식도 들었다. 하지만 한번 빚을 지기 시작하면 헤어 나올 방법이 없다. 빚이 바로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지 않으면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돈을 최소한으로 벌고 금융 회사를 멀리하면서 소비를 최대한 줄여 작게 사는 것이 쉽지는 않다.
《40세에 은퇴하다(김선우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지금의 금융 시스템에는 최소한의 발만 담그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으며, 밤마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이를 닦을 수 있는 곳에서 사는 건 엄청난 특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새롭게 마주한 삶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 일단 소비를 줄였다. 물건은 되도록 사지 않았고 꼭 필요한 물건은 중고로 구입했다. 사람을 별로 만나지 않기에 좋은 옷을 입을 필요도, 멋을 낼 필요도 없어 옷은 대충 입고 머리는 집에서 바리캉으로 깎았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봤다. 스마트폰을 폴더 폰으로 바꿨고 집에서 사용하던 인터넷을 끊었다. 비누와 샴푸는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썼다. 그러다가 아예 샴푸는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처럼 단순하게 살다 보니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땅을 사서 시골로 이사를 왔다. 사과나무와 블루베리 나무를 심고 채소를 길렀다. 끼니는 간단하게 해 먹는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요리도 최소한으로 하고 식재료는 되도록 있는 그대로 먹는다. 모든 집안일은 직접한다. 농사를 짓지만 땅을 파고 큰 나무를 자르는 등 값비싼 기계가 필요한 농사일은 웬만해서는 하지 않는다. 내 몸이 감당할 만큼의 일만 한다.
시골 부동산 시장은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땅은 금방 팔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쇠뿔을 단김에 빼는 건 스타트업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린 스타트업'과 비슷한 전략이다. 린 스타트업이란 아이디어를 빠르게 전개해 최소 요건 제품을 만든 뒤에 시장 반응을 보고 그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미국의 벤처 기업가 에릭 리스가 개발했다. 린 스타트업의 기본 모토는 일단 시도하고, 배우고, 개선하는 것이다. 사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 가능한 삶의 진리다. 특히 요즘 같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무조건 극도의 긴축 재정을 시행하는 건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돈이 부족한 대신 일을 하지 않아 시간이 많기 때문에 시간으로 때울 수 있는 건 일단 시간으로 해결했다. 시간이 많으면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천천히 조금씩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시간이 많으면 요리할 때 굳이 전자레인지가 필요 없다. 만들어 쓸 수 있는 건 만들어 쓰고 빌릴 수 있는 건 빌렸다. 소비와 소유를 줄이면서 물질로부터 얻고 싶은 욕망의 크기 자체가 작아졌다.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남아도는 시간으로 물질 대신 사람에 집중하고 관계와 경험에 방점을 뒀다. 그러면서 소비를 줄이는 건 꼭 비참해져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방 3개 대신 방 2개짜리에서 살면 상당히 많은 돈을 아낄 수 있다.
자연 농법으로 일군 농장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이 생기면서 마음이 느긋해졌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이 그리워서 대안으로 시작한 번역 및 글쓰기도 적당하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갔다. 농사일은 '우이공산'의 마음가짐으로 하기 시작했다. 올해 날씨가 안 좋아서 잘 안 되면 어차피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굳이 힘들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안 해도 좋았다. 뭔가를 꼭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사라졌다. 스트레스가 줄어든 셈이다. 게으르지만 너무 게으르게만 지내지 않으려 한다.
사실 미국인들은 모든 것을 빚으로 산다. 집은 모기지로 사고 자동차는 리스를 하며 심지어 가구도 할부로 산다. 조금이라도 비싼 물건은 다 장기 할부 옵션이 있다. 그래서 많은 수의 미국 중산층들이 월급을 받은 뒤에 할부금과 이자를 내고 남은 돈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한다. 목돈 마련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에 보내고 모기지를 다 갚고 나면 은퇴를 해서 역모기지로 현금을 받아 생활한다. 잘만 되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하나라도 어긋나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냉장고나 세탁기가 갑자기 고장 나면 새로 장만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은 축에 속한다. 혹시라도 회사에서 잘리면 월급으로 모기지와 할부금을 내는 선순환 구조가 한순간에 악순환으로 바뀐다. 모기지를 내지 못하면 몇 달 안에 집에서 쫓겨나고 자동차도 빼앗긴다. 멀쩡하게 잘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가만있자… 써 놓고 보니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점점 더 미국을 닮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빚이 없거나 적으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일단 매달 나가는 돈의 액수가 엄청 줄어든다. 그러면 직장을 잃어도 당장 집에서 쫓겨나는 대신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 갈 수 있다. 바닥에 나앉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의 천정부지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적인 주거를 하려면 빚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긴 하다. 반대로 빚치 없으면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홀가분한 세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