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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비밀

두 사람의 비밀

리뷰 총점8.1 리뷰 9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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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52g | 135*200*22mm
ISBN13 9788932320434
ISBN10 893232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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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인 엄마와 세라 이모. 이때 두 사람은 열일곱 살로 에코리지 고등학교의 졸업반이었다. 에즈라와 나도 곧 그렇게 된다. 이 사진을 찍고 나서 몇 주 뒤 이모는 실종됐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이모가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누군가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나는 두 사진을 책장 위에 나란히 올려놓고, 어젯밤 공항에서 앤디가 묻지도 않은 출생 비화를 들려준 후 에즈라가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그런데 참 섬뜩하지 않아? 까딱하면 자기가 잘못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자랐을 거 아니야.’
--- p.23

처음 보는 내 또래 아이 두 명이 앉아 있다. 이 마을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 나는 목을 길게 빼고 더 자세히 본다. 남자애는 잘 안 보이지만 여자애는 못 보고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눈에 확 띈다. 거의 살아 있는 것처럼 제멋대로 헝클어진 곱슬머리, 할머니 옷장에서 꺼내 입은 것 같은 괴상한 꽃무늬 원피스. 복고풍 패션인가, 모르겠다. 커트린이라면 죽어도 안 입을 옷이다. 여자애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데클런의 동생으로서 지난 5년 동안 배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켈리가의 남자가 빤히 쳐다보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 p.40

보먼 선생님의 무덤에서 우리 눈길을 끌었던 것의 정체가 뭔지 알아볼 만큼 가까워지자 우리는 발걸음을 멈춘다. 이번에는 낙서만이 아니다. 한 거대한 석조 무덤의 꼭대기에 인형 세 개가 밧줄로 교수형을 당한 듯 매달려 있다. 모두 왕관을 쓰고, 빨간 페인트에 흠뻑 젖은 길고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있다. 그리고 문화센터에서처럼, 인형들 아래 흰 비석에 빨간 글자들이 피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내가 돌아왔어
너희의 여왕을 뽑아, 에코리지
즐거운 홈커밍
--- p.66

비브가 코웃음을 치며 딱 잘라 말한다. “멋지긴, 어디가? 그리고 데클런은 감옥에 있어야 해.”
“데클런이 레이시 킬더프를 죽였다고 생각해?” 내가 이렇게 묻자 비브가 고개를 끄덕인다.
커트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다. “아깐 레이시를 죽인 범인이 마을 사람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데클런은 지금 다른 주에 살고 있잖아.”
비브가 한 팔꿈치를 테이블에 올리고 눈을 부릅뜬 채 친구를 빤히 쳐다본다. “켈리 가족이랑 같이 살면서 정말 몰라?”
커트린이 얼굴을 찡그린다. “뭘 몰라?”
비브는 극적 효과를 최대로 높이기 위해 몇 박자 뜸을 들이다가 히죽 웃는다. “데클런 켈리가 마을에 돌아왔어.”
--- p.81

“작은 마을에 살면 다 그렇지 뭐. 가족이 잘해야 나도 칭찬받고. 가족이 잘못하면 나도 안 좋은 소리 듣고.”
“가족이 안 좋은 일을 당해도 그렇지.” 엘러리가 생각에 잠긴 채 혼잣말하듯 중얼거린다.
엘러리와 얘기를 나누는 게 왜 그렇게 편하게 느껴지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우리는 같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우리 둘 다 에코리지의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에 갇혀 있다. 다만 엘러리의 가족에는 피해자가, 우리 가족에는 용의자가 있을 뿐.
--- p.108

브룩이 무릎을 세워 가슴에 붙이고는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본다. 눈동자는 초점이 없고, 눈가는 거무스름하다. 브룩이 조용히 묻는다. “정말 엄청난 실수 저질러본 적 있어?”
나는 브룩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해하려 애쓰며 좋은 답을 골라본다. “음, 그럼. 거의 매일 그렇지.”
“아니.” 브룩은 고개를 저은 다음 두 팔에 얼굴을 묻는다. “그런 평범한 일 말고.” 그녀의 목소리가 둔탁하게 들린다. “되돌릴 수 없는 실수 말이야.”
--- p.166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몰라요. 우리도 노력 중이…….”
로드리게스 경관이 말을 시작하지만 할머니는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 여자애가 실종됐어. 이틀 전 온 마을 사람들 앞에서 협박당했던 여자애가. 바로 내 손녀처럼.” 할머니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지난 20년 동안 억눌러 왔던 모든 감정이 마구 분출되고 있는 것 같다. 얼굴은 벌겋고, 눈은 눈물로 젖어 있고, 말하는 내내 온몸이 바르르 떨린다. 차분하고 항상 이성적인 할머니가 이렇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니 내 심장도 훨씬 더 세게 뛰어댄다.
--- p.173

나는 형이 지난 5년 동안 겪은 일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아침 내내 에코리지 고등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들 내 등 뒤에서 수군거리고, 몇 명은 내게 정면으로 싸움을 걸었다. 카일 맥널티가 그랬다. 카일과 그의 누나 리즈는 주말 내내 리즈의 버몬트 대학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있다. 오늘 아침 내가 복도로 들어서자마자 카일이 내 팔을 붙잡더니 나를 사물함으로 세게 밀쳤다. “브룩한테 무슨 짓이든 했으면 넌 끝장이야.”
--- p.196

“오, 엄마.” 내 빈손에 풀이 닿고 나서야 내가 주저앉았다는 걸 깨닫는다. “그건 엄마 잘못이 아니야.”
“당연히 내 잘못이지! 그때 내가 같이 있었으면 세라는 아직 살아 있을 거야!”
“그건 모르는 거야. 엄마가 어떻게 할 수…… 엄만 그냥 엄마 인생을 살고 있었던 거야. 평소처럼. 엄마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엄마 책임이 아니야.”
“너라면 어떻겠어? 네가 같이 있어줘야 할 때 에즈라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곧장 대답하지 않자 세이디는 더 매섭게 악을 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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