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06월 22일 |
---|---|
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328g | 128*188*20mm |
ISBN13 | 9788998599683 |
ISBN10 | 8998599686 |
출간일 | 2020년 06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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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328g | 128*188*20mm |
ISBN13 | 9788998599683 |
ISBN10 | 8998599686 |
식물이 말을 할 줄 안다면 대체 뭐라고 할까. 물을 달라, 햇빛이 필요하다, 핸드폰 그만 보고 일찍 좀 자라, 패스트푸드는 삼가라, 울지 마라 등 다양하겠지만 그중 나에게 건네는 첫마디는 단연코 “쓸데없이 집착하지 말고 너만의 리듬대로 살아라.”일 것 같다. 공간 디자이너에서 ‘잼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는 디자이너로, 식물 킬러에서 식물 동반자로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김파카가 글과 그림을 엮어 첫 식물 에세이를 내놓았다. 집에 식물을 들이는 족족 죽였던 자칭 식물 킬러가 식물의 유연한 태도를 배우면서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식물을 키우는 과정은 나를 정성껏 돌보는 일과 닮아 있다. 화분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천천히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리듬으로 이파리를 더해가는 식물의 모습은 어떤 조언보다 명확하고 감동적이다.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 책을 통해 식물 킬러들이 식물뿐 아니라 자신의 삶도 잘 키울 수 있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
Prologue _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어떻게 알았어? Introduce _반려 식물 소개 Part 1. 키우기 쉽다던데 난 왜 어렵지? : 어리석은 노란 인간과 인생 선배 초록이들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 화분 밖 세상이 궁금해 키우기 쉽다던데 난 왜 어렵지 식물을 사고파는 일 함께 살기 위한 준비 2년 만기 분갈이 [Green mind, green days] 귀면각 선인장 “이제는 화분이 나의 집이라네” 칼라데아 진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스파티 필름 “뿌리 없는 인간 관찰기” Part 2. 말 없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기분 : 식물과 잘 지내기 위한 작은 안내서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키우는 게 아니라 같이 잘 지내는 겁니다 말 없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기분 식물은 알고 있는 느린 시간의 비밀 식물이 말을 한다면 잘 키울 수 있을까? 최선의 하루를 위한 식물 루틴 관찰력을 기르는 법 좋은 흙, 나쁜 흙, 이상한 흙 [Green mind, green days] 필레아 페페로미오이데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백성 선인장 “내 꿈을 위해 나는 지금 못생겨지는 중” 더피고사리 “시간의 빈곤에서 벗어나는 법” Part 3. 집 안에서 멋지게 식물 키우는 법 : 식물과 같이 사는 삶, 그들에게 배우는 함께 사는 것의 의미 식물이 좋아하는 집 우리 집은 햇빛이 잘 들지 않습니다만 집에서 식물을 키우기 위해 알아야 할 것 나와 잘 맞는 식물을 고르는 법 식물이 자라는 원리(흙, 햇빛, 바람, 물, 그리고 과습 하는 사람을 위한 팁) 우리 집 식물이 시든 이유 분갈이 할 때 알아야 할 것 실내에서 멋지게 식물을 키우는 현실적인 방법 선인장에게 배우는 함께 사는 것의 의미 매력적이지 않은 공간을 바꿀 수 없다면 Part 4. 이번 생은 화분에 담긴 인생이라 : 화분 속 나의 인생, 그들을 닮고 싶은 나의 이야기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 두 사람이 만든 열매의 맛 대체 뭘 원하는지 속을 알 수 없다니까 문제를 찾아라 작은 존재의 위대함 딱 요만큼의 인간관계 [Green mind, green days] 봉선화 씨앗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미니 알로에 “쓸모 있는 삶” 마오리 소포라 “그들이 사는 건조한 세상” 틸란드시아 세로그라피카 “관계의 네 가지 유형” Part 5. 모든 것은 식물 덕분입니다 : 식물의 태도를 배우면 인생에 도움이 된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식물의 비밀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하는 방식 꽃을 못 피웠어도 나는 선인장이야 숨거나 도망칠 수 없다면 잡초의 쓸모 자연의 디자인 원칙 식물과 함께 사는 기적 [Green mind, green days]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식물 킬러에게 보내는 편지” 산호 선인장 “뿌리와의 대화에서 깨달은 것” 호프 셀렘 “그림자조차 밝게 만드는 날” Epilogue _우리 같이 잘 지낼 수 있을까? |
숲노래 책읽기 2021.8.3.
인문책시렁 203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김파카
카멜북
2020.6.22.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김파카, 카멜북, 2020)를 읽다가 곳곳에서 갸웃갸웃합니다. 이를테면 37쪽 “식물도 생각할 줄 아는 존재가 된다면 ‘나는 왜 사는가, 내 인생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고민할 것이다”라든지 99쪽 “크게 자라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못생겨지는 시간을 견디는 일이다.”라든지 “식물의 인생을 지탱하는 것은 물과 바람 그리고 흙이다” 같은 대목입니다.
우리는 으레 사람 눈썰미로 보려 하기에 풀꽃나무나 들짐승이나 헤엄이가 ‘늘 생각한다’는 대목을 모릅니다. 어떻게 풀꽃나무가 생각할 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풀꽃나무나 애벌레한테는 “못생겨지는 시간”이란 없습니다. 그저 사람 눈썰미인데, 사람 가운데에서도 틀에 박힌 서울내기 눈썰미입니다. 모든 풀꽃나무는 저마다 다르고, 모든 사람도 저마다 달라요. 다른 삶과 몸과 넋이기에, 누구는 잘나고 누구는 못나지 않아요.
풀꽃나무는 사람이 아닌 터라 ‘식물의 인생’일 수 없어요. ‘인생 = 사람살이’입니다. ‘식물의 인생’은 틀린 말입니다. ‘풀꽃나무 한해살이’나 ‘풀꽃살이’쯤으로 바로잡아야겠는데, 풀꽃나무는 ‘물·바람·흙’이 아닌 ‘해·바람·비를 누리는 흙’을 바탕으로 살아갑니다. 이는 사람도 같아요. 그냥 ‘물’이 아닌 ‘비’이지요.
어느 풀꽃나무이든 그냥 물(거의 수돗물)을 주어서는 겨우 숨을 잇는다고 할 터이나, 싱싱하게 살아날 숨을 얻지는 못합니다. 예부터 마당이 아닌 그릇으로 풀꽃을 기르는 분들은 비가 오면 으레 그릇을 죄 비를 맞도록 바깥에 내놓았다가 들이기 바빴어요. 아무리 ‘사람이 손으로 물을 주어’도 ‘하늘에서 오는 비’만큼 풀꽃을 살리지 못하는 줄 알거든요.
비란 무엇이기에 풀꽃나무를 그토록 싱그러이 살릴까요? 비는 구름이지요. 구름은 아지랑이지요. 아지랑이는 바다이지요. 바다는 냇물이지요. 냇물은 샘물이고, 샘물은 빗물입니다. 늘 온누리를 돌고도는 싱그러운 숨결이기에 ‘비’라고 합니다. ‘비 = 흐르는 물 = 삶물·살림물’이요, ‘그냥 물(수돗물) = 갇힌 물·고인 물 = 죽음물’입니다. 숱밭(농장)에서는 그토록 싱싱해 보이는 풀꽃을 집으로 가져오면 이내 시드는 까닭을 읽어내야 합니다. 숱밭에서는 싱싱해 보이며 버티도록 ‘그냥 물’을 주니, 풀꽃으로서는 그 모습을 악착같이 지킬 뿐입니다.
그런데 풀꽃나무는 ‘해바람비흙’만으로 살아가지는 않아요. 해바람비흙에 ‘사랑’을 더해야 합니다. 비록 그냥 물을 받고 햇볕조차 없는 데에 있더라도 사랑을 받는 풀꽃은 야무지게 살아납니다. 사람도 이와 같으니, ‘돈이름힘’이나 ‘옷밥집’이 모자라거나 적거나 없더라도 ‘사랑’을 받을 적에 싱그럽게 피어나요.
마지막으로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는 내내 ‘햇빛’만 이야기하는데, 풀꽃은 ‘빛’이 아닌 ‘볕’을 먹습니다. “해가 잘 드는 곳”이란 “햇볕이 잘 드는 곳”입니다. 풀꽃이며 짐승이며 사람을 북돋우는 ‘해 기운’은 ‘햇볕’입니다. 햇볕이 적은 겨울은 풀꽃나무도 잠을 자지요. 빛만이 아닌 볕을 쬐는 풀꽃나무이기에, 그릇으로 풀꽃을 키우는 분이라면 으레 풀꽃그릇이 볕을 고스란히 받도록 헤아리면서 그릇을 자꾸자꾸 옮겨 줍니다. 해는 ‘빛·볕·살’을 온누리에 베푸는데, ‘빛·볕·살’은 또렷이 다릅니다.
그리고 ‘반려식물’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곁풀·곁꽃·곁풀꽃’을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풀꽃을 ‘곁’에 둔다는 마음이 된다면, 해바람비에다가 흙하고 사랑을 곁에 두는 길을 늘 마음으로 읽어내리라 봅니다.
ㅅㄴㄹ
인생 첫 독립 후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을 때 알게 되었다. 농장에서는 물만 줘도 잘 자라는 것 같던 식물들이 집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5쪽)
식물을 가장 잘 키우는 존재는 자연이다. 그 위대한 진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 (66쪽)
처음 간 모임에서 아무도 나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그곳에 계속 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집에 갔는데 날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떠나고 싶을 것이다. (89쪽)
처음엔 햇빛과 환기가 그렇게나 중요한지 몰랐다. 며칠 동안 집에서 꼼짝 않고 나가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나도 몰랐던 우울감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116쪽)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괜찮았던 책이다. 저자는 식물을 키우면서 깨닫게 된 인간관계와 인생의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식물은 이 문제를 고민한다면 뭐라고 답할지 생각해 보았다. 아, 그들은 이런 고민은 하지 않겠지. 스스로를 환경에 적응시키니 말이다. 식물은 환경을 선택하거나 바꿀 수 없는 대신 유연함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넓은 세상에서 자랄지, 내게 꼭맞는 세상에서 자랄지 골똘히 고민할 필요 없이 식물의 방법대로 살아 봐야겠다. 그것이야말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을 받아들이는 방법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태도일지 모른다>
최근 회사를 옮긴 나에게 이 문단은 여러번 곱씹어 볼만한 부분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회사를 2번 옮겼다. 첫번째 회사는 권고사직으로 퇴사했으니 자의가 아니었다. 두번째 회사에서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평생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급격한 변화와 더불어 끝없는 야근과 주말출근을 1년간 버티다 더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 2번의 이직 모두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이 생긴다. 내가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결국 한 회사에서 4년까지는 버티지 못하고 떠나왔다. 내가 이정도밖에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떠나온 두번째 회사에서도 나보다 더 오래 버티는 사람도 있는데... 이러다가 평생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장소를 옮길 수 없는 대신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회사에는 10년 이상 근속을 목표로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자신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노란 인간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일단 하나씩 해결하자고. 갖고 있는 능력을 다 쓰지도 않고 더 큰 능력을 바라는 삶을 살다가 병이 나지 않았느냐고.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크고 단단한 잎을 위해 일단 작고 여린 잎부터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한 장, 두장 쌓이고 나면 일곱 번째쯤에는 정말 내가 바라던 멋진 잎이 나올 것이다>
30대 초반이 되면서 인생의 방향과 속도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분명 남들만큼은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제자리에 서서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가 나보다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룬 친구, 내 집 마련을 실천한 친구, 대기업으로 이직한 친구. 분명 나도 그 친구들과 똑같이 열심히 달렸는데 내 달리기가 느렸던 걸까? 왜 이렇게 뒤쳐진 기분이 드는걸까? 아니면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온 것일까? 이런 고민들이 거듭되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일단 하나씩 해결하자.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뒤를 돌아보면 크고 작은 잎들이 가득한 나무 한그루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시들어 버린 잎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이 과정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천천히 아물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 예전보다 더 탄탄한 회복력을 가진 채 되살아난다. 보이지 않는 흙 속 뿌리가 단단해져서 새롭게 태어나려면 일단 햇볕을 쬐러 나가야 한다>
급하게 이직을 하면서 이전보다 낮은 직위, 낮은 연봉 때문에 퇴보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척 조급해졌다. 그래서 자꾸만 달려야 할 거 같은데 달릴 기운도 없고 어디로 어떻게 달려야할 지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일단 멈춰, 천천히 가는게 옳아 라는 조언을 주었다.
나처럼 다급하고 조급한 마을을 다스려야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김파카
카멜북스/2020.6.22.
sanbaram
경제발전으로 생활의 여유가 생기자 반려동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움직이는 동물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많고 반려식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말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식물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지만, 초보자를 위한 마땅한 책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이 쓴 책은 너무 이론적이고 과학적인 내용이 주가 되어 재미없고, 경험을 강조하는 책은 지은이의 개성이나 선호도가 강해 참고할 점이 적었다. 그런데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는 식물 전문가라기보다는 초보를 면한 사람으로 식물에 대한 열정과 경험을 고스란히 책에 녹여냄으로써 처음 식물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 된다. 저자 김파카는 본명이 김유은으로 식물과 잘 지낸 지 5년차다. 식물과 함께 자라는 중이며,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식물을 키우며 ‘잼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한다.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는 식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 좀 더 친근하게 말을 걸고 싶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식물과 친해지고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들을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이보다 더 좋은 인생의 친구이자 조언자가 또 있을까 싶다.(p.6)”는 생각을 하게 되기까지 식물 초보에서부터 책을 쓰게 되기까지의 5년간의 경험을 5가지 주제로 엮었다. “1. 키우기 쉽다는데 난 왜 어렵지? 2. 말 없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기분 3, 집 안에서 멋지게 식물 키우는 법 4. 이번 생은 화분에 담긴 인생이라 5. 모든 것은 식물 덕분입니다.”가 그것이다. 각 주제마다 식물과 함께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설명을 하면서 집에서 키우기에 적합한 식물을 소개하면서 그 식물의 특성이나 주의할 점 등을 이야기로 전개하여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성격도 키우는 식물들을 닮은 것 같고, 그들의 일하는 모습도 키우는 식물의 리듬과도 많이 닮아 있었는데, 자주 가는 다육식물 농장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알게 되었다.(p.34)” 번식한 식물을 새로운 포토에 옮겨 심는 일, 분리된 아기 다육 식물이 뿌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 더 풍성하게 자라도록 줄기를 다듬는 일, 잘라 낸 줄기에 새잎이 나오길 기다리는 일, 적절한 흙으로 배합하는 일까지, 모든 스케줄은 식물의 리듬에 따라간다. 식물이 자라는 속도와 순서에 맞춰 업무가 정해지는 것이다. 식물 파는 일은 어렵지만 웃음이 나는 일 같다. 작은 존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커다란 매력이 있다고 한다.
“햇빛이 부족하면 커다란 잎이 소용없다. 큼직한 잎을 가지고 있던 식물한테서 어느 날부터 조그만 잎만 나온다면 햇빛이 부족하다는 의미다.(p.61)” 스파티 필름이 햇빛이 부족한 우리 집에서 살게 된 날, 딱 그랬다. 잎이 엄청 큼직하고 풍성했는데 계절이 두세 번 바뀌고 나서는 새로 나는 잎들이 완전히 다른 사이즈로 자랐다. 광합성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 에너지가 반토막 난 만큼 잎의 크기도 반쪽으로 줄어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쩌다 혼자 사는 남자의 집에 가게 되었다. 방을 슬쩍 둘러보다가 베란다에서 빨간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린 화분을 발견한다면 그 남자가 조금 달라 보이지 않을까?(p.82)” TV두라마 속 장면을 보면서, 글을 쓰는데 꽃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먹고 살만 하니까 꽃도 키우나 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저 사라지는 것에 돈을 쓰는 작은 사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가에게 꽃은 사치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최선의 하루를 보내기 위한 일상 속 루틴이다.
“식물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식물을 고른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 햇빛이 얼마큼 들어오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식물은 햇빛 없이 자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종종 잊어버린다.(p.119)” 우리 눈에는 똑같은 빛인데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한 번 걸러져서 들어온다. 식물이 원하는 일조량의 절반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서쪽과 북쪽을 바라보는 창문에 식물을 두었다면, 유리창을 활짝 열어 놓는 것이 좋다. 환기도 되니까 식물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다. 햇빛이 부족해서 기분 상한 식물에게 바람을 쐬어 주는 것으로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식물 킬러들이 물을 많이 줘서 죽인다.(p.135)” 흙 속을 관찰해 보고 축축한지, 건조한지를 체크하자. 흙이 건조하게 말라 있으면 물을 주면 되지만, 물을 줬는데도 잎이 처진다는 건 뿌리가 상해 죽어 가는 중이라는 뜻이다. 아쉽지만 방법이 없다. 죽어가는 식물을 살리는 방법은 뿌리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뿐이다. 진짜 고수는 화분 위에 초록빛 존재가 없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새잎이 나올 것을 알고 햇빛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이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현실적인 방법은 일단, 처음 들인 식물은 무조건 가장 좋은 창가 자리로 안내하는 것이다.(p.144)” 그곳에서 최소한 2주-1개월 정도 우리 집에 적응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결국 식물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우리와 다를 게 없다. 아주 조금씩 꾸준하게 적응하는 시간이 식물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사실 햇빛이 얼마나 잘 드는지 보다 매일 창문을 열고 얼마나 환기를 자주 시키는지가 더 중요하다. 새로 산 식물이 우리 집에 와서 조금씩 변하는 것처럼 나도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의해 조금씩 변한다. 언제나 그대로인 것 같은 선인장도 자세히 보면 몸집이 커진다든지 분명 조금씩 자라고 있다. 변화가 없는 건 죽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의 일은 나무와 같다. 그 뿌리는 꿈과 욕망이라는 흙 속에서 살아간다. 모두의 꿈과 욕망이 아니라 당신이 섬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꿈과 욕망 말이다.” -세스 고딘(p.171) 누군가의 나무가 멋져 보일 때, 그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해낸 것이라는 것을 안다. 쉽게 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숲을 떠올린다. 똑같은 나무만 있는 숲보다는 다양한 나무가 자라는 숲이 더 멋지다. 각자 피는 시기가 달라서 늘 아름다운 이유다. 반려식물을 성공적으로 키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관심을 갖다보면 열정이 생기고 그렇게 됐을 때 제대로 식물을 이해하고 키울 수 있는 것이 보이게 된다. 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초보자라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