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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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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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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500g | 128*188*33mm
ISBN13 9791197148927
ISBN10 1197148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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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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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가 존재의 조건인 것처럼 죽음은 삶을 삶답게 하는 전제가 된다. 죽음이 없다면 삶은 어떤 끝없는 상태 혹은 지루한 상황의 연속으로서 그 독특한 의미를 잃고 말 것이다. 삶은 죽음 때문에 유한성에 갇히게 되지만, 또한 그 죽음 때문에 무한과도 견줄 만한 의미를 얻게 된다.
---「이문열 ‘머리말’」중에서

이반 일리치의 인생은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너무나 끔찍했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중에서

이반 일리치는 어떤 치료법도 효과가 없으리라는 것, 이제 남은 것은 훨씬 지독한 고통과 죽음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도 알고 있고 이반 일리치도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끔찍한 상태에 대해 그를 속이려 들 뿐만 아니라, 환자 자신에게까지 그 기만에 참여하기를 원하면서 그것을 강요하려 들었다. 이런 기만이 이반 일리치를 괴롭혔던 것이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중에서

모든 것이 똑같았다. 희망의 불꽃이 번득였는가 싶으면, 다음 순간에는 절망의 바다가 사납게 출렁였다. 그리고 변함없는 통증, 변함없는 절망. 언제나 마찬가지였다.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를 부르고 싶은 강렬하고 비참한 욕망을 느꼈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중에서

‘나는 위로 올라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그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모양이군. 아니, 그런 모양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어. 사람들 눈에는 내가 위로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만큼 생명은 썰물처럼 나한테서 멀어져가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제 생명은 다 끝났고, 남은 건 죽음뿐이야.’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중에서

만일 운명이 여신이 나를 물에 빠뜨려 죽일 작정이었다면, 왜 진작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겪은 온갖 수고를 덜어주지 않았단 말인가! 모든 게 다 터무니없다……. 하지만 아니, 그럴 수는 없어. 운명의 여신이 나를 물에 빠뜨려 죽일 작정이라니, 그럴 수야 없지. 나를 물에 빠뜨려 죽이려 하다니, 감히 그럴 수는 없지. 나를 물에 빠뜨려 죽일 수는 없어. 이렇게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한 다음, 사람들은 구름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 나를 물에 빠뜨려 죽여봐라! 그리고 내가 퍼붓는 욕이 어떤 건지 한번 들어봐라!’
---「스티븐 크레인 ‘구명정’」중에서

자연의 여신은 인간에게 잔인하지도 자비롭지도 않았으며, 그를 배반하거나 그의 앞에서 현자인 척하지도 않았다. 다만, 무심할 뿐이었다. 철저하게 무심할 뿐이었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우주의 냉담함에 압도된 채 자기 삶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결함을 직시하고는 짓궂게도 마음속으로 그 맛을 하나하나 음미한 다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지기를 갈망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곧이어 닥칠 죽음의 위기에 대해 이처럼 여전히 무지한 상태에서도,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의 구분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그에게 명백한 것처럼 느껴질 터였다. 그리고 만일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진다면, 품행과 어투를 바르게 고칠 수 있을 것이며, 남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나 함께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좀 더 선량하고 똑똑하게 처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었다.
---「스티븐 크레인 ‘구명정’」중에서

동짓달에 비가 내리면 내 무덤의 꽃잎은 썩을 것이고, 6월의 햇볕에 꽃잎들은 타버릴 것이고, 내 영혼은 조바심에 언제나 울고 있을 것이오. 아! 언젠가 죽음의 기념일에 당신이 기억을 더듬어 내 사랑의 주변으로 오기를 바랄 뿐이오. 그땐 마치 당신의 목소리와 당신의 얼굴을 얼핏 듣고 보고서도, 당신을 맞아들이기 위해 환희의 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오.
---「마르셀 프루스트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중에서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크눌프는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소리로 시인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제가 아직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왜 저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질 못했을까요? 왜 올바른 인간이 되지 못했을까요? 시간은 충분했는데 말입니다.”
---「헤르만 헤세 ‘크눌프’」중에서

킬리만자로는 6,008미터 높이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 한다. 그 산의 서쪽 정상은 마사이족의 말로 ‘누가예 누가이’라 불리는데, 이는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이다. 서쪽 정상 가까이에는 미라 상태로 얼어붙은 표범의 사체가 하나 있다. 그런 높은 곳에서 표범이 무얼 찾고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까지 아무도 없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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