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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

결혼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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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78g | 133*200*20mm
ISBN13 9791165342500
ISBN10 116534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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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더는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었다. 물론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고, 우리가 함께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단계는 오래전에 지나버렸다. 이미 우리 부부 사이에는 아이가 둘이나 있었고, 내가 첫 번째 결혼을 통해 얻은 딸아이까지 있었으니 그 정도면 자식은 충분했다. 무엇보다 아내는 자기 일을 더 하고 싶어 했다. 달리기와 자전거를 타는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싶어 했고, 암벽등반도 배우고 싶어 했다. 온종일 돌봐줘야만 하는 신생아가 없는 부모, 그들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이점을 온전히 누리고 싶어 했다
--- p.26

우리 부부는 다른 건 몰라도 결혼 생활만큼은 자부심이 대단한 편이었다. 남들은 모르는 기쁨을 우리만 경험한 듯 막 자랑하고 싶어 한달까. 마치 갓 태어난 아이를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나서 유모차를 끌고 돌아다니는 부모들처럼 말이다.
--- p.32

한때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더는 연인도, 부부도 아닌 두 사람 사이에서 과격한 논쟁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아이 엄마와 나는 서로에게서 벗어나려고 죽어라 다툼을 벌였고,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토로하기에 바빴으며, 그 배신과 실망감에 관해 토론을 거듭했다. 그리고 정확한 이유가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 배신과 실망을 불러온 온갖 이유에 대해서 각자 변명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 p.78

딱 한 가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때때로 그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에 대해 생각했다. 티미와 함께 지내는 내내, 열 번 아니 스무 번 정도 그 생각이 차가운 협곡처럼 나를 꿰뚫고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거대한 재앙으로부터 협박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저 먼 길의 끝에서. 나도 언젠가 마음의 상처를 입겠지. 그런 가슴 아픈 생각이 드는 날에는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나는 평소에 기도 같은 건 믿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똑같은 소원을 열심히 빌던 때처럼 진지하게 소원을 빌었고, 두 손을 모은 채로 한 번도 입 밖에 꺼낸 적이 없었던 소원을 읊조렸다. 티미와 영원히 함께할 수 있게 해달라고, 누구도 우리 사이에 끼어들지 않게 해달라고.
--- p.84

우리에게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이지만 서서히 괜찮은 이야기로 바뀔 것이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리 둘의 사랑이 인생에서 딱 한 번 찾아오는 유일한 사랑으로 보일 날이 올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눈에만 그렇겠지만 결국은 다른 모든 이들도 인정하게 되겠지.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서로에게 완벽한 반쪽,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그럴 것이다. 그 남자나 그 여자가 나의 하나뿐인 반쪽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수십 년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우리는 지금과 또 다른 삶, 또 다른 상대가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알고 있었고 어쩌면 지금보다 더 풍족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가능성을 원하지 않을 것이며, 어쩌면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 믿고 서로 함께하기 위해서 어렵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 점에 있어서만큼은 서로 동의했으며, 이전 상대들에게 했던 끔찍한 짓을 서로에게는 절대 할 수 없었다.
--- p.93~94

한 번은 만약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된다면, 나랑 함께 살았던 것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내가 느끼는 두려움을 소리 높여 말했고,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전부 내 입으로 토해냈다. 티미는 고통스럽고도 분노에 가득 찬 그리고 가슴 아픈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주방에 서서 식기세척기 안을 비우고 찬장 문을 쾅쾅 닫으면서 온갖 말들을 퍼부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유롭게 살라고 원하는 건 뭐든 해도 좋다고 말했다. 나의 아내이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만 변하지 않는다면, 누구랑 무슨 짓을 해도 이해하겠노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상기된 얼굴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눈을 번뜩이며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그 순간 티미가 가장 바라고 또 원하는 것은 바로 평화로움이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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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본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슬프지만 섹시한 소설. 읽는 내내 숨이 막힌다.
- A. M. 홈스 (소설가)
부부의 사랑과 무모한 방종이 분노의 불덩어리로 폭발하기까지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
-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사랑의 자가면역이 뭔지 짧고 아름답게 풀어낸 강력한 소설.”
- [가디언(The Guardian)]
미묘한 긴장감 속에서 단숨에 읽게 된다!
-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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