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과 달리, 초능력을 가진 초미니 요원은 이동하는 데 확실히 더 오래 걸린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호르몬 아드레날린은 몇 초 안에 목적지로 질주한다. 하지만 어떤 전달물질은 몇 분에서 심지어 몇 시간까지 걸린다. 심혈관계, 뇌, 체온, 소화 등 온몸에 효력을 미치는 갑상샘호르몬은 후자에 속한다. 그러므로 이런 호르몬들은 늘 일정량을 비축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이 원활하다.
반면 성호르몬이 소녀를 여자로, 소년을 남자로 바꾸기까지는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린다. 인간의 성장발달에서 아주 큰 한 걸음을 떼는 일이니 그럴 수밖에! 호르몬은 매일, 매월, 매년 생성되기 때문에 측정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각각의 호르몬 수치는 시간, 섭식, 스트레스 수준, 나이, 성별에 따라 전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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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몸에서 활동하는 미니 권력자는 대략 1,000개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렇게 추측만 할 뿐, 정확히 알아내기는 어렵다. 현재 약 10퍼센트, 그러니까 100개 정도만 정체가 밝혀졌다. 인간은 이들 호르몬의 존재를 알아냈고 이름을 붙였으며 생성 장소를 찾아냈다.
각 호르몬은 일종의 그룹으로 모여 있는데, 대략 여섯 개의 그룹이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삶 전체를 결정하고 무엇보다 생식을 담당하는 에스트로겐 그룹은 그 구성원이 심지어 30개나 되고, 이들은 서로 긴밀하고 정교하게 협력하며 각자의 특수 임무를 수행한다. 또한, 여러 특수 세포들도 호르몬을 생산할 수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니 배후조종자들은, 인간 세상의 배후조종자처럼 이름 없이 뒤에 숨어 여전히 비밀리에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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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40세부터 소마트로핀 생산량이 감소한다. 줄곧 성장에 집중했던 몸이 이제 조직 유지로 프로그램을 변경한다. 물질대사가 느려지고, 에너지 필요량이 감소한다. 우리는 그 결과를 거울에서 날마다 확인하고 속상해한다. 몸의 변화가 하루가 다르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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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 여성전용클럽의 회원은 총 30명이다. 여성전용클럽이라고 해서 남성에게 이 호르몬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여성에게도 있듯이, 대표적인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은 남성에게도 있다. (어쩌면 지금 몇몇은 속으로 누군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그 여자가 그렇고, 그 남자가 저렇군…’.)
에스트로겐은 주로 난소에서 생성되지만(남성에게는 난소가 없는데?), 에스트론은 지방조직에서도 절반이 생성된다(지방조직은 남성에게도 있고, 특히 어떤 남성에게는 아주 ‘넉넉’해서 그들은 이 호르몬을 넉넉하게 누릴 수 있다). 또한, 부신피질에서도 생성되고, 비록 소량이지만 남성의 고환에서도 만들어진다. 임신 중에는 태반에서도 생성된다. 폐경기와 과체중일 때 복부 지방조직 역시 에스트로겐을 생성한다. 그리고 에스트로겐 그룹 구성원 중에서 에스트라디올은 특히 중요한 여성 성호르몬이다.
--- p.47~48
옥시토신의 영향으로 산모는 세심한 엄마가 된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 엄마의 몸에서는 옥시토신이 다량 분비되고, 그래서 밤을 꼬박 새우더라도 여전히 아이를 향한 애정이 식지 않는다. 엄마가 수유하는 동안 가슴에서 젖이 나오게 하는 것도 이 호르몬 덕분이다.
침팬지나 프레리들쥐 같은 다른 포유류도 깊은 유대감을 유지한다. 일부다처 성향의 산악들쥐와는 달리, 프레리들쥐는 평생 일부일처로 산다. 왜 그럴까? 프레리들쥐에게는 옥시토신과 결합하는 세포수용체가 더 많고, 이것이 신의를 지키게 하기 때문이다. 2012년 본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옥시토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기혼남성이 실제로 이성의 유혹을 더 잘 견딘다.
옥시토신은 인간과 충성스러운 반려견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한 연구진이 발표한 것처럼, 반려견과 주인 모두 옥시토신 수치가 높았다. 그래서 치료 도우미견으로는 특히 암캐가 효과적이다.
--- p.84
낮에 최소한 30분 정도는 외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결핍이 시작되고, 늘 그렇듯 호르몬 균형이 깨진다. 밤에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다면, 혹은 아침에 멍한 상태로 커피를 마시며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멜라토닌 결핍 상태다.
몸은 멜리토닌을 분비하여 우리에게 단잠을 선사한다. 멜라토닌은 밖이(그리고 침실이) 어두울수록 더 많이 분비된다. 잠들기 1시간 전에는 청색 빛을 방출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 멜라토닌은 생체시계의 열쇠다.
--- p.101
아드레날린이 우리를 슈퍼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다. 아드레날린은 몸에 분비되자마자 금세 다시 분해되기 때문이다. 최고의 짜릿함이 지나간 뒤, 몇 분만 흐르면 벌써 혈중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 평온과 이완을 누리고 싶다면, 아드레날린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이 전달물질은 언제나 빠르게 질주하고, 활력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
아드레날린은 긍정적인 감정을 만든다. 도전에 성공하면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둘은 행복감을 주는 보상 호르몬이다. 극단적인 고생 뒤에 이 두 신경전달물질은 당신을 다시 균형 상태로 데려온다. 이때 도파민은 다시 도전하고 싶은 중독에 빠지게 하고, 그래서 위험한 도전을 즐기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진짜 아드레날린 중독자가 될 수 있다.
--- p.13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