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백미입니다.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게 유도된 참가자들은 ‘모두가 같이 일하고 싶어 한다’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참가자들보다 초콜릿 쿠키를 두 배 더 많이 먹었다”라는 실험 결과를 읽는데 어찌나 쓸쓸하던지.
감정과 음식 사이의 연결고리를 단칼에 끊어내겠다는 과욕이 부글부글 차오를 때쯤, 저자는 다독이듯 이렇게 말합니다. 끊어내려 하지 말라고, 대신 매듭을 느슨하게 만들어보라고.
--- p.11~12, 「추천의 글_이다혜」 중에서
뇌의 시상하부에는 식욕과 쾌락을 관장하는 곳이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먹는 행위는 우리의 몸에 영양분을 공급해서 ‘아, 배부르다’라는 포만감을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아, 기분 좋다’라는 심리적 만족감도 함께 줍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의 뇌는 심리적 허기를 배고픔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허전할 때 뇌는 ‘음식을 먹어’라는 신호를 보내서 기분을 달래주려 노력합니다. 떡볶이를 찾는 우리의 뇌는 다 계획이 있었던 거죠!
--- p.29, 「저녁에 뭐 먹을지 생각하며 하루를 버텨요」 중에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진아 씨는 요새 집에 들어가기가 겁납니다. 자꾸만 폭식으로 마무리되는 하루가 끔찍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진아 씨가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오늘은 과식하지 말자’입니다. 하지만 퇴근길에 텅 비어 있는 집을 떠올리면 적막감과 공허함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나는 오늘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살았지?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웃고 친절하게 대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왜 이렇게 괴롭힐까?’
오늘은 음식이 아닌 다른 것으로 위안을 삼고 싶지만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힘든 이야기를 하면서 징징거릴 자신은 없습니다. (중략) 지하철에서 친구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몇 번이고 들춰 보다 진아 씨가 선택한 것은 결국 매운 곱창볶음과 소주입니다.
--- p.75~76, 「야식 어떻게 참아야 할까요?」 중에서
05. 음식 중독의 7가지 증상
첫째,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고 싶다
밥을 먹으면서 디저트로 뭘 먹을지 생각하고, 이미 치킨을 뜯으면서도 먹방을 보면 또 군침이 도나요? 우리는 ‘배고픔’이 아니라 ‘갈망’ 때문에 먹기도 한답니다. 이런 갈망을 모두 음식 중독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하지만 먹어도 먹어도 계속 먹고 싶고 욕구를 참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먹는다
‘라면 한 젓가락만 먹어야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국물에 밥까지 말아 싹싹 긁어 먹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나요? 아예 안 먹거나 끝장을 보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사고는 알코올 의존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셋째, 배가 터질 듯한 느낌이 들 때까지 먹는다
어느 정도 포만감이 들 때 수저를 놓지 못하고 토하기 직전까지 음식을 밀어 넣는다면, 이는 주의해야 할 폭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흔히들 “과식했다”, “폭식했다”라고 일상적으로 말하지만 식이장애에서 임상적인 ‘폭식’을 말할 때는 “내가 먹는 것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구별한답니다.
넷째, 자꾸 실패할 만한 규칙들을 세운다
‘저녁 6시 이후로는 금식’, ‘과자, 빵, 초콜릿은 입에도 대지 않기’와 같이 누가 해도 실패할 것 같은 규칙을 계속해서 세우고 있진 않나요?
다섯째,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엄격한 규칙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불러옵니다. 한동안은 참더라도 식욕을 이기지는 못하죠. 욕구에 굴복해버린 내 의지를 탓하며 자책하고 또다시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무한 반복의 굴레에 빠져 있진 않나요?
여섯째,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서 먹는다
규칙을 세우고 나면 그 규칙에 벗어나는 예외를 찾아서 먹기 시작합니다.
‘내일부터 다이어트할 거니까 오늘은 몰아서 먹어야지.’
‘다이어트도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오늘같이 꿀꿀한 날에는 기름진 치킨에 맥주를 딱 먹어줘야지. 딱 오늘만!’
‘이 빵은 내가 산 게 아니고 동료가 먹으라고 준 거니까 어쩔 수 없이 먹어야겠다.’
일곱째, 남들 몰래 숨어서 먹는다
음식을 절제해 먹는 절식과 지나치게 먹는 폭식이 반복되면 먹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창피해집니다. 몰래 차에서 먹기도 하고, 가족들이 자는 사이에 부엌으로 숨어들어 음식을 챙겨오기도 하고, 서랍에 빵이나 과자를 숨겨놓고 먹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폭식’을 하는 분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 p.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