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규칙이 180도 바뀌고 기존 질서가 모두 무너져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이제 세상이 바이러스가 없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준비된 사람은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모두가 허둥대고 있을 때 중심을 잡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위기가 오히려 절호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즉, 변화의 방향을 미리 파악한 사람, 특히 코로나 이후 바뀌게 될 세계지도를 정확하게 읽어낸 사람은 앞으로 다가올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세상을 정확하게 표현한 새로운 지도는 불리한 환경에서 고전하던 약자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지리적 상상력으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 p.13, 「들어가며」 중에서
전염병과 싸우는 전쟁, 방역에서도 지도는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지도와 국내지도를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19세기 영국 의사 스노우는 런던의 콜레라 환자 발생 장소를 지도화하며 전염병의 원인을 규명하기도 했습니다.
1854년 런던 소호에서는 콜레라 환자가 급증하면서 하루에 500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콜레라의 원인이 나쁜 공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런던은 악취가 진동할 정도로 대기 오염이 심했거든요. 하지만 스노우는 콜레라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콜레라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곳을 용감하게 찾아 나섭니다. 나쁜 공기가 실제로 콜레라의 원인이라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한 현장을 제 발로 찾아간 것이지요. 스노우는 탐정 셜록 홈스처럼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해 콜레라 환자 발생 지역을 지도에 표시하고 환자 수를 막대그래프처럼 표현하며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 식수 펌프 주변이라는 점을 발견합니다. 스노우는 콜레라가 독기(毒氣)에 의해 전염된다는 통설을 뒤집고 오염된 물을 통해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임을 밝혀내 현대 역학의 선구자가 됩니다. 전염병 발생지역에서 환자들의 분포를 지도화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얻고 콜레라의 미스터리를 풀게 된 것입니다.
--- p.85~86, 「영국인은 모든 솔루션을 지도에서 찾는다」 중에서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 나라입니다. 유대인이 많은 미국과 영국도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로 꼽히죠. 백신 개발을 주도한 제약회사에 유대인들이 많았던 점도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첩보 기관 모사드의 정보 수집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 p.91, 「백신 개발의 주역 중에 유독 유대인이 많은 이유」 중에서
미국 〈포브스〉 웹사이트(2010년 8월 2일)에 의하면 미국 억만장자들의 첫 번째 직업은 신문 배달부가 가장 많았고, 그 외에도 이들은 주유소나 상점 등 저임금을 받는 직장에서 비즈니스를 처음 경험했다고 합니다. 토머스 에디슨, 데이비드 사노프, 잭 웰치, 워런 버핏,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팀 쿡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은 모두 어린 시절 신문 배달을 하며 비즈니스 감각을 길렀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마틴 루터 킹, 허버트 후버, 월트 디즈니, 존 웨인, 톰 크루즈, 데이브 토머스 등 미국 출신의 쟁쟁한 인물들도 마찬가지였죠. 세계 최대 증권사로 유명했던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의 창립자 찰스 슈왑은 고향인 새크라멘토에서 호두, 계란, 닭 장사를 하며 비즈니스 감각을 기르기도 했습니다.
《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라는 책도 있는데, 그 책에서 저자는 ‘신문 배달이야말로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배우는 진짜 비즈니스’라고 이야기합니다. 추운 겨울, 일단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나간다면 모든 일의 반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고 신문을 배달하든, 전단지를 돌리든, 잔디를 깎든, 베이비시터를 하든, 자동차를 청소하든 자신의 힘으로 돈 버는 경험을 빨리하면 빨리할수록 좋다는 겁니다.
--- p.124, 「억만장자들의 첫 번째 직업, 신문 배달부」 중에서
매장 입지와 점포 개발은 맥도날드 성장의 핵심과제였습니다. 레이 크록은 후보지를 직접 보러 다녔습니다. 유망한 부지를 찾은 후에는 차로 주변을 돌아다니고 동네 술집이나 슈퍼마켓에 들어가 보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이 오가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합니다. 그는 ‘아무도 없던 공터에서 1년에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 부지를 찾는 일은 고도의 창의성을 요하는 일이었던 동시에 가장 큰 성취감을 주는 일’이었다고 회고합니다. (…)
입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레이 크록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새로운 부지 찾는 일을 지속해 왔습니다. 비록 음식과 요리에 문외한이었어도 프랜차이즈 기업의 CEO로서 크록은 사람들의 사업을 컴퓨터나 통계가 대신할 수는 없다고 늘 힘주어 말했다지요. “미국 지도 위에 가맹점을 핀으로 꽂아 표시해두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런 지도가 없습니다. 더 자세하고 정확한 지도가 나의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죠.”
--- p.154·156, 「대학졸업자는 너무 많고 정육점 주인은 너무 적다」 중에서
이건희 회장은 정확한 정보, 가장 앞선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아는 지도자였습니다. 특히 지역전문가 제도는 삼성이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1973년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이 지역전문가 육성을 강조했을 때만 해도 주위에선 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비용 문제도 발목을 잡았지요. 월급과 체재비 등 각종 지원비용을 고려하면 연수자 1인당 1년에 3억 원가량이 듭니다. 한 해에 300명을 보낸다고 쳤을 때 연간 800~900억 원의 거액을 투자하는 셈입니다. (…)
이렇게 해외로 나가게 된 지역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80여 개국에 5,000여 명이 파견되며 글로벌 삼성을 만든 주춧돌이 됐습니다. 지역전문가 제도가 삼성의 현지 마케팅 근간이 됐기 때문입니다. 지역전문가들은 현지에서 ‘파라과이의 술 마시기 좋은 곳’, ‘미국에서 주택을 싸게 얻는 법’ 등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현장에 가지 않으면 얻기 힘든 정보들을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은 해당 보고서를 사내에 전파해 누구든 자유롭게 관심 지역을 살펴볼 수 있게 했습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도 수천, 수만 건이 모이면 해당 지역에 대한 훌륭한 데이터베이스가 된다”며 보고서를 읽어보면 어느 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해당국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 p.191~192,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삼성전자의 혁명」 중에서
이건희 회장의 멘토였던 요시카와 료조는 4차 산업혁명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케팅은 시장조사에서 시장발굴의 시대로 가고 있다.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수요에 기민하게 반응하려면 이제 마케팅은 지정학적 제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기술이 가장 중요한 IT 기업들도 세계지도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손정의 회장은 인생 최고의 책으로 《손자병법》을 꼽았는데, 그는 국면 전환이 필요하거나 어려움에 부딪히면 《손자병법》을 읽고 세계지도를 본다고 합니다.
--- p.215~216, 「손정의 제국의 설계도가 담긴 세계지도
실리콘밸리에는 ‘2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동차로 2시간 넘게 걸리는 곳에 있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이것은 1970년대 초반 샌드필 로드에서 ‘서부의 월스트리트’가 형성될 무렵부터 내려오는 불문율입니다. 그들은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하려면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실리콘밸리 내의 지역은 모두 2시간 이내에 자동차로 이동이 가능한 범위입니다. 이것은 실리콘밸리의 현자라고 불리는 유진 클라이너가 제시한 법칙에 철저히 부응합니다.
--- p.228, 「21세기 게임 스팟, 실리콘밸리」 중에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2018년 발표한 디지털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기술혁신의 속도가 가장 빠르고 창업 생태계가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도시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인도 중부 내륙의 벵갈루루입니다. 그 밖에도 인도의 뭄바이·뉴델리, 중국의 북경·상하이·광저우·선전, 동남아의 자카르타·마닐라·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신흥 도시에서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런던(9위), 뉴욕(11위), 싱가포르(14위), 서울(27위)을 제치고 8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세부적인 지표 중 하나인 혁신 및 기업가 정신 부분에서는 8위로 중국의 대표 창업 도시 중 하나인 선전(11위)까지 제쳤습니다.
--- p.277, 「실리콘와디, 실리콘 사바나가 뜬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