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구분은 무너지고 두 세계가 통합되는 현상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가상 세계와 현실을 넘나들면서 슬럼가 출신의 주인공과 친구들이 사랑과 우정으로 뭉쳐, 악덕 기업과 목숨을 건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가상 세계에 대한 지배는 현실 세계에서의 부와 권력과 일치한다. 스필버그의 상상이 이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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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 시장에는 멀티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 등 핫한 코인들이 무궁무진하다. 블록체인 기술로 가상 세상을 만들어 좌표를 구분해 돈을 받고 팔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땅을 사고파는 것이다. 백화점도 짓고, 게임도 만들고, 아레나를 만들어 음악회도 개최할 수 있다. 경제활동을 하려면 여기서 통용되는 코인을 사야 한다. 그래야 음악회도 가고 백화점에서 물건도 사고 게임도 한다.
--- p.13
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원대한 목표를 지니고 있는데, ‘목표가 얼마나 멋진지’보다는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확보한 ‘고객사가 하나라도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로 결제 시스템을 혁신하겠다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목표는 어떤지 볼 것이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의 결제 기술을 쓰는 대기업 고객사가 하나라도 있는지 봐야 합니다. 결국에는 그런 고객사들이 수요를 창출하고, 수요가 암호화폐 가격 상승을 견인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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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까지 이어진 전 세계적 경제 위기, 금융 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사토시가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제네시스 블록(첫 번째 블록)에 새긴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2009년 1월 3일 더타임스: 은행들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앞두고 있는 U.K 재무장관”
사토시가 이 같은 문구를 새긴 이유가 비트코인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 위기가 발발하자 돈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대응했던 금융 당국을 비판한 것이다. 사토시는 이를 해결하고자 중앙기관(정부, 중앙은행)의 간섭을 받지 않는 탈중앙화 기반의 P2P(개인 간 거래) 화폐인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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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강하게 만든 주인공은 역설적으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다. 미국 연준(FED)을 보자. 2008년 금융 위기 직전 1조 달러도 안 되던 연준의 자산이 지금은 8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연준은 달러를 찍어 미국 국채를 매입한다. 자산 대부분이 국채다. 자산이 늘어났다는 얘기는 달러를 찍었다는 얘기와 같다. 2020년부터 4조 달러가 풀렸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풀릴지 모른다. 바이든 행정부가 팬데믹 위기 극복, 인프라 확대를 위해 달러를 마구 풀고 있다.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불안하다. 돈은 많이 찍으면 ‘똥’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 창시자 레이 달리오는 “현금은 쓰레기야”라고 했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유는 다른 나라도 돈을 마구 찍어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주목하는 이유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돼 있고 4년마다 신규 발행량을 줄이고 있다. 공급이 일정한데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은 오른다. 살아남았고 오른다는 사실을 10년 동안 보여줬다. 사람들이 비트코인 진영에 합류할수록 비트코인은 더 강해진다.
--- p.38
예를 들어보자. “사업가 A에게 어떤 사업계획이 있다. 이 사업에 투자하고 싶으면 언제까지 이더리움을 입금해라. 그러면 투자 대가로 코인 A를 1이더당 10개씩 주겠다. 이 사업을 하려면 100이더가 필요한데 정해진 기일까지 100이더를 모으지 못하면 투자 원금은 돌려주겠다. 앞으로 A코인은 총 얼마를 발행하겠다. 해당일까지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지면 투자자들에게 A코인이 지급되고 미달할 경우 이더를 돌려준다. 계약대로 자동으로 이행된다.”
지금 설명한 사례가 크게 유행했던 ICO(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공개)다. 코인을 이용해 투자 자금을 모으는 것이 ICO다. 이더리움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고 네트워크다. 여기서 사용하는 암호화폐를 이더 또는 이더리움이라고 한다.
--- p.44
금융기관에 가면 직원들이 많다. 본점에 지점에 전산 인력, 관리 인력 등등 평균 연봉이 억대에 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DEX에서는 고객을 만나면서 급여를 받아가는 직원들이 없다. 개발자가 대부분이고 일부 관리자가 있을 뿐이다. 억대 연봉과 건물 유지 등에 들어가는 돈이 고객과 코인 보유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전 세계 사람들이 고객이다. 지금은 초기라서 거래도 느리고 수수료도 비싼 편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객 인터페이스도 좋아지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도 DEX를 만들고 있다. 공존하면서 서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 p.49~50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장난삼아’ 만든 코인이다. 도지코인 홈페이지에 가면 “도지코인은 전 세계 시바견들의 지지를 받는 오픈소스 P2P(개인 간 거래) 디지털 화폐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것만 봐도 장난스럽게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시바견의 지지를 받는 화폐답게 로고도 시바견이다.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진 비트코인과는 달리 도지코인은 발행량도 무제한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오랜 기간 도지코인을 예찬해왔다. 그가 도지코인 관련 트윗을 수없이 올리고, 도지코인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예찬하자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 p.62~63
NFT는 원작자의 서명이 들어 있고 카피할 수 없는 새로운 상품이다. 그림 하나를 열 개로 쪼개서 팔 수도 있다. 그림은 같은데 열 개의 코인마다 고윳값을 부여하면 된다. 그림은 열 개 코인에서 즐기고 가격은 나눠서 부담하면 된다. 구매자도 좋다. 하지만 열 개의 값은 다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전 소장자가 일론 머스크였다면 좀 더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그건 구매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림, 영상, 음악, 게임 아이템 등의 콘텐츠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의 첫 트위터, 크립토키티(CryptoKitties), 은성수 토큰 등 기발하고 참신한 NFT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러분도 당신만의 NFT를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 p.90~91
우리나라 최초의 보도기사를 바탕으로 만든 NFT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 블록체인, IT 기술 전문 미디어인 블록미디어가 제작, 판매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21년 4월 22일 국회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은 위원장은 2018년 1월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의 “암화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에 버금가는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가상 자산은 가치가 없으며, 여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가상자산 투자라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말을 해줘야 한다”고까지 했다. 은 위원장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은 2030 청년들은 물론 정치권에도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블록미디어는 은 위원장의 해당 발언을 취재한 기사 세 꼭지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영구 박제하기로 결정했다. NFT 플랫폼 오픈씨(OpenSea.io)에 ‘은성수 코인’으로 명명한 NFT 1개를 제작해 업로드했다. 은성수 코인은 발행 사실이 알려진 지 2시간 만에 1이더리움, 당시 시세 270만 원에 판매됐다.
--- p.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