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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H2O인가?

물은 H2O인가?

: 증거, 실재론, 다원주의

[ 양장 ]
장하석 저 / 전대호 | 김영사 | 2021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17건 | 판매지수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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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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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80쪽 | 984g | 151*221*36mm
ISBN13 9788934988861
ISBN10 89349888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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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부러 인간의 삶에서 가장 친숙한 물질들 중 하나와 그 물질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과학적 사실들 중 하나를 연구 주제로 선택했다. 나의 목표는, 아무리 단순하고 당연시되는 과학 지식이라 하더라도 그 지식의 형성에 수반되게 마련인 어려움들을 우리 모두가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깨달음이 없으면, 우리는 과학의 성취들에 대한 참된 인정에도 도달할 수 없고 과학의 주장들에 대한 적절한 비판적 태도에도 도달할 수 없다.
--- p.21

그런데 왜 다원주의를 채택하는 편이 더 나을까? 왜 여러 지식 시스템들을 살려두어야 할까? 즉각 떠오르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의 모든 필요들을 충족시키는 완벽한 단일 이론 혹은 관점에 도달할 개연성은 낮다는 직감이다. 이것을 비관론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근거 없는 비관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이것을 인간의 능력에 대한 합당한 겸양으로 여긴다. 우리가 완벽한 단일 시스템을 발견할 성싶지 않다면, 다수의 시스템을 보유하는 것이 합당하다.
--- p.31

나의 주요 목표는 ‘만약에 ...였다면’을 내세우는 가상적 역사 서술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나는 더 활동가적인(activist) 유형의 학문 활동을 옹호한다. 부당하게 버려진 사유의 방향을 되살릴 가능성을 실제로 열고 그 방향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보는 그런 학문 활동 말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포괄적인 견해다. 플로지스톤 이론이 과학 지식에 기여한 바가 무엇인지, 그 이론이 더 오래 존속했다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었을지, 지금 그 이론이 부활한다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나는 알고 싶다. 이 모든 범주의 기여들이 플로지스톤 이론의 조급한 폐기 때문에 소실되거나 간과되었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되찾고 상상하고 창조해야 한다. 이런 기획은 역사학도 아니고 철학도 아니고 진짜 과학도 아니라고 당신이 반발한다면, 어쩔 수 없다.
--- p.58

결론적으로 솔직히 말하는데, 나로서는 플로지스톤주의 시스템을 단호히 배척할 타당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고 판정할 길이 없다.
--- p.123

나는 종결에 대한 집착이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 집착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과학철학자들과 과학사학자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며 몇몇 의외의 장소에서도 불쑥 등장한다. 예컨대 토머스 쿤은, 과학적 논쟁은 명백한 옳음과 그름에 의해 결판난다는 통념을 반박한 인물로 유명한데도, 각 분야에서 정상과학 연구가 가능하기 위하여 독점적 패러다임이 필수적이라고 강변했다.
--- pp.206~207

간단히 말해서, 쿤은 정상과학과 탈정상과학(extraordinary science) 사이에 상당히 뚜렷한 균열이 있다고 보았지만, 거기엔 더 많은 연속성이 있을 수도 있다.
--- p.247

위대한 과학적 성취들은 이런 식으로 미결정성을 육성하는(cultivate) 것에서 나오지, 미결정성을 제거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 p.327

일반적으로 찰스 샌더스 퍼스에게서 유래했다고 여겨지는 신념, 곧 탐구의 길들이 결국엔 진리로 수렴할 것이라는 신념을 나는 배척한다. 오히려 나는 (퍼스도 인정하듯이) ‘결국’은 끝내 도래하지 않고 탐구는 영영 종결되지 않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 pp.422~423

나는 실재란 탐구하는 사람의 의지에 종속되지 않는 모든 것이며, 앎이란 실재의 저항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고 행위하는 능력이라고 본다.
--- p.426

당신이 이 책의 앞선 장들을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읽었다 하더라도, 짐작하건대 당신은 여전히 어떤 명확한 직관을 지녔을 테고, 그 직관은 물이 H2O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물은 H2O라는 명제에는 도저히 부정할 수 없게 옳은 구석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직관의 토대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이 책의 처음 세 장에서 보았듯이, 저 명제가 참임을 물 샐 틈 없게 증명하는 논증이 심지어 과학자들이 그 명제에 합의한 시점에도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 직관의 토대는 대체 무엇일까? 성가신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 질문을 단박에 묵살하지는 말아야 한다.
--- p.428

나는 ‘성공’을 일차원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 자체가 부질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반적인 삶에서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과학에서 그런 시도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과학의 성공’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과학에서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 가운데 무엇이라도 성취하기일 수밖에 없다.
--- p.486

어쩌면 나의 성향을 더 잘 대변하는 문구는 “진리에 대한 사랑(love of truth)” 따위는 없다는 리처드 로티의 선언일 것이다. 로티에 따르면 “진리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것은 상호주관적 합의에 도달하기에 대한 사랑, 반항하는 데이터 집합을 장악할 힘을 얻기에 대한 사랑, 논쟁에서 이기기에 대한 사랑, 작은 이론들을 종합하여 큰 이론들을 구성하기에 대한 사랑의 혼합물이다”.
--- p.509

우리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보아하니 고갈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세상을 이해하고 그것과 관계 맺으려 하는 유한한 존재들이다. 우리가 단 하나의 완벽한 과학 시스템을 발견할 성싶지 않다면, 다수의 과학 시스템들을 육성하는 것이 합당하다.
--- p.532

조지프 프리스틀리는 인식적 겸허함에 대해서 특히 교훈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개념은 역동적이었다. “모든 각각의 발견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우리의 시야 안에 가져다놓는다.” 그는 대단히 멋진 이미지를 떠올렸다. “빛의 원이 커질수록, 그 원을 둘러싼 어둠의 경계도 더 커진다.”
--- p.533

나는 다원주의와 상대주의를 구별하고 싶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상대주의는 판단과 결심의 포기를 적어도 어느 정도 동반하는 반면, 다원주의는 더없이 분명하게 그런 포기를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숙한 다원주의적 태도를 지닌 사람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것과 생산적으로 관계 맺는다.
--- p.544

“하지만, 하지만... 미친 놈들은 어떻게 막을 거죠?” 과학의 권위가 침식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반발한다. 우리가 다원주의를 받아들인다면 학교에서 진화와 더불어 성경에 나오는 창조론(또는 지적 설계론)을 가르치고,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과학자들의 다수와 동등한 목소리로 환경 정책을 결정하고, 대안 의술이 기성 의료계에 발을 들이는 등의 결과를 초래하리라고 그들은 우려한다.
--- p.546

다윈주의 진화생물학은 큰 걸음으로 진보하고 있으며 아마도 그 수수께끼를 푸는 최선의 가용한 길이라는 주장은 하면서, 다른 방법은 통할 리가 없고 심지어 떠올리지도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으면 좋지 않을까? 생물학 수업에서 신다윈주의 정통 이론부터 신라마르크주의를 거쳐 성경의 창조론까지의 모든 대안들을 거론하고 우리가 그것들 각각이 얼마나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하는지 솔직히 말하는 것이 왜 그토록 끔찍한 일일까?
--- p.549

거듭되는 얘기지만, 창조론은 논쟁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창조론이 설득력 있다고 느끼는 것에는 틀림없이 어떤 이유가 있다. 그렇게 느끼지 말아야 한다고 당신이 생각한다면, 그들을 설득하여 그 느낌으로부터 끌어내는 것을 시도하라. 그 느낌은 광기에서 비롯된 집단 망상이라고 당신이 생각한다면, 정신의학에 입문하라! 더 그럴싸하고 창조적인 제안은 이것이다. 창조론자들의 생각은 검증 불가능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지 말고, 창조론자들을 격려하여 그들의 생각을 검증할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안하게 하면 어떻겠는가?
--- p.550

그런 일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과학자들은 단지 자신들의 연구 프로젝트를 최선의 지적 논증으로 정당화하고 정부와 재단들은 그냥 필요한 지원을 해주면 그만이라고 한탄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물리학과 관련 과학들만 누린 매우 드문 상황이었다. 그 상황은 오로지 원자폭탄과 냉전의 조합 덕분에 가능했다.
--- p.593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들 중 다수는 광신주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예컨대 중세 유럽의 거대한 대성당들을 생각해보라. 나는 그것들을 더없이 존경한다. 그것들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데 필요했을 탁월한 솜씨와 조직력뿐 아니라, 기술의 지원이 그토록 빈약했던 시절에 그런 엄청난 건물들을 세울 생각을 품기만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했을 헌신과 확신도 더없이 존경스럽다. 그러나 그 모든 마땅한 존경과 더불어, 나는 그 대성당들을 지은 사람들은 틀림없이 종교적 광신주의자였으며 광신주의는 그런 위대한 성취들에 필수적이었음에 틀림없다고 결론짓지 않을 수 없다. 그 위대한 성취를 위하여 어떤 비용을 치렀을까?
--- p.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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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의 전반적인 우수성에 우리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학술적으로 뛰어난 연구가 이 책의 역사적인 부분을 뒷받침하고, 저자는 그 위에서 자신의 철학적 논제를 명확하고 엄밀한 논증으로 발전시킨다. 이 책의 독창성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 집중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과학사의 에피소드들을 다루는 2장과 3장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철학적으로 저자는 과학철학의 두 근본 영역인 실재론과 다원주의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제안한다. 우리는 이 책이 앞으로 많이 논의되고, 과학의 역사와 철학에서 중요한 텍스트가 되리라 확신한다.”
- 페르난두 질 (과학철학 국제상 심사평)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통합하는 작업의 모범사례다. 다루는 역사는 상세하고 예리하고 풍부하며, 옹호되는 철학적 견해는 도전적이다. 관련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독자에게 널리 읽힐 가치가 충분한, 귀중한 책이다.”
- 앨런 차머스 (『현대의 과학철학』, 『과학이란 무엇인가』 저자)
“이 책을 읽는다고 당신이 실험을 하거나 연구비 지원서를 쓰는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 지원금이나 논문을 검토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며 과학을 가르치는 방식을 확실히 바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현재의 과학이 안고 있는 교육, 재정, 정치, 대중화의 어려움들뿐만 아니라 당신이 과학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장하석은 철학적 마술사다. 교묘한 속임수의 달인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상식과 그것을 내가 왜 믿게 되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솜씨 좋은 일루셔니스트다.” .
-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이그노런스』, 『구멍투성이 과학』 저자)
“지금까지 내가 읽은 과학사, 과학철학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책이다. 통찰력 있고 읽는 이를 격양시키는, 영리하고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때로는 아주 재치가 있는) 책이다. 모두가 읽어야 한다.”
- 마이클 고딘 (프린스턴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이 책은 과학의 역사와 철학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도전하는 신선한 통찰과 파격적인 사유로 가득 차 있다.”
- 요아힘 슈머 (카를스루에 공과대학교 철학과 교수)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교육의 학문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화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을 재구성한 이 책은 머지않아 고전의 반열에 들 것이라 생각한다. 독자의 관심 방향, 화학에 대한 이해 정도, 철학적 논의에 대한 기본 소양의 정도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구성한 것도 큰 장점이다.”
- 박범순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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