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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하여

자살에 대하여

: 죽음을 생각하는 철학자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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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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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7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40g | 120*188*20mm
ISBN13 9791191438086
ISBN10 1191438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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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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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많은 현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자살이라는 문제를 직시하기보다는 회피하려 한다. 우울한 철학자 사이먼 크리츨리는 자살이라는 문제와 당당히 맞선다.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자살을 둘러싼 철학 담론과 유서를 검토하며 그만의 자살론을 구축했다.- 손민규 인문 M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자살은 잘못된 것인가·소셜미디어와 자살 세대·코로나19와 아직 오지 않은 봄날·자살은 다소 신과 같다

I 우리에게는 자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언어가 없다
자살에 대하여·자살에 대한 글쓰기

II 자살은 왜 비도덕적이라 여겨지는가
고대와 근대의 자살 문제·자살 금지를 반박한 철학자들·삶이 신이 준 선물이라면·죽음을 선택할 권리·공동체에 대한 의무?·죽음이 더 낫다는 판단은 가능한가

III 자살 유서
마지막 소통·우울증과 사랑-증오·복수, 응징, 항의로서의 자살·희생에 대한 환상·자살 유서 쓰기 수업

IV 자살자들
죽음이 하는 일·부조리한 창조·인간만이 가진 능력·충분하다

부록 자살에 대하여 -데이비드 흄
출처 및 감사의 말

― 해제
삶의 무의미성, 죽음의 무의미성: 어느 페미니스트 우울증 연구자의 자살 노트 -하미나

― 옮긴이의 말
‘극단적 선택’ 너머의 것들

저자 소개 (3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잘못된 것으로서, 그 질문을 제기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정신은 잊어버린 더러운 도덕적 세탁물을 찾아내기 위해 자기회의, 자기혐오, 자기연민의 서랍을 뒤지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극단적인 폭력 행위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삶을 다정하게, 주의 깊게 볼 수 있도록 삶을 정지해 있게 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계속해나가야 한다.
--- p.17

가장 흔히 자살하는 계절은 모든 것이 되살아나는 듯 보이는 봄이고,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날은 사람들이 다시 일하려 노력하는 월요일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자살에 미친 결과는 상황이 상당히 개선될 때까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사실 자가격리와 봉쇄가 행해진 팬데믹 상황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에게는 약간 더 낫다는 증거가 있다. (…) 이 경우 팬데믹 이후 공유하는 봄날로서 그토록 찬양하는 ‘노멀(normal, 정상)로 돌아가기’는 우려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 p.28

이 책은 자살 유서가 아니다. 에두아르 르베는 2007년 『자살』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고 열흘 후 아파트에서 목을 맸다. 그는 42세였다. 장 아메리는 1976년 『자유죽음』이 출간되고 2년 후에 수면제를 과다복용했다. 그는 65세였다. 1960년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자살의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한 후―그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그는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이 가장 부조리한죽음이라 말했다고 하는데, 옷 주머니에 사용하지 않은 기차표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의 죽음이 지닌 부조리함을 더한다. 그는 46세였다.
--- p.35

나에게는 자살의 문제가 실제로 또는 조금도 학문적인 문제가 아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이유로, 지난해 전후 내 삶은 뜨거운 차 속의 설탕처럼 사라져버렸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자살에 대한 생각, 도움이 되지 않는 명명이지만 ‘자살사고’와 진정으로 싸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자살의 문제에 대해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으로―글쓰기로―충분히 생각해보기로 결심한 후에 나는 어디에서 글을 써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 여기는 11년 전 뉴욕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내가 살았던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로,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나는 호텔에서 방을 하나 빌려 북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 pp.43-45

삶이 신이 준 선물이라면 정확히 선물이란 무엇인가? 선물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주는 행위 후에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속한다. 정의에 따르면 선물을 주는 사람은 선물을 주고 나면 더 이상 선물을 소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살 금지가 삶은 신이 준 선물이라는 생각에 근거한다면, 삶은 많은 조건이 달린 선물처럼 보이며 이는 그것이 더 이상 선물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선물은 선물이 아니다. 선물이 되기 위해서는 삶은 거부되고, 버려지고,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주어지고, 돈을 받고 되팔거나 거저 주어질 수 있어야 한다. 삶이 신이 준 선물이라면 신은 그 선물을 거부하는 행위로서 자살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 p.66

사실 자살의 세부사항을 비밀로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골든게이트교는 자살 명소이다. 그러나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모든 자살행위는 샌프란시스코를 향한 채 이루어진다. 아무도 태평양을 향해 뛰어내리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이상하지 않은가? 자살이 때때로 공적인 행동이며 공개적인 행동이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렇다.
--- pp.90-91

그런데 자살이 그 자체를 위해, 그저 죽고 싶어서 선택된 것이라면 어떤가? (…) 이것은 우리 같은 사람, 예를 들면 매우 평범하게 신경이 예민하지만 치명적인 질병이나 임상적 우울증을 앓고 있지 않은 사람이, 바로 여기, 바로 지금 자신의 삶을 끝내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더 불편한 문제이다. 우리는 권리 또는 의무 개념에 기반해 자살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모든 주장에는 명백한 철학적 결함이 있음을 보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가 자살하는 것을 막고 있는가? 우리는 왜 사는가?
--- pp.120-121

자살이 구원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밧줄이나 총알로 스스로를 구하려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통의 삼단논법』에서는 “낙관주의자만이 자살을 한다. 그 낙관주의자들은 더 이상 (…) 낙관주의자가 될 수 없는 낙관주의자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 왜 죽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쓴다. 여기서 시오랑이 말하는 “다른 사람들”은 염세주의자로, 그 가운데에는 자신도 포함된다. 그리고 여기에 이러한 사고방식이 지닌 뛰어난 재치가 있다. 자살에는, 죽음을 통한 구원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히기에는 결정적으로 너무 낙관적이고 적극적이며 단정적인 무언가가 있다.
--- p.134

삶이 다양한 만큼 죽음도 다양할 것이다. 궁지에 몰리는 방식도 다양하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다 고시원에서 약을 먹은 여자와, 성폭력을 저지르고 수치심에 죽음으로 도망간 권력자와, 여성들이 자신과 자주지 않음에 분노하여 여러 명을 총기로 살해하고 스스로도 죽인 인셀과,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에도 군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싶다고 울며 고백하던 트랜스젠더 군인과,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받고 온갖 악성 댓글과 악의적 기사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여성 연예인의 자살은 도저히 같게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자살이라고 불리지만사실은 그 사람의 손을 빌린 사회적 타살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이들을 돌보아야 한다.
--- p.17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신형철, 하미나, 주디스 버틀러 추천!

크리츨리와 나는 비슷한 것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서로 다른 곳에 도착하기도 했다. 크리츨리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에서 질문 자체의 부당함을 지적했다면 나는 왜 누군가에는 유독 ‘이런 삶’의 정도가 더욱 가혹한지를 묻게 됐다. (…) 한국은 30분마다 한 명씩 자살하는 국가이지만 정작 자살에 관한 논의 자체는 텅 비어 있다. 자살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한국에서, 그러나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곳에서 이 책이 자살을 이야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하미나·논픽션 작가

우아하고 박식하며 도발적인 이 책은 도덕적 판단에 기대거나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자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크리츨리에 따르면, 자살의 이유로 제시되는 것은 많지만 너무 막대하거나 불가사의한 상실에 직면해 우울함과 싸우는, 인간의 특징으로서의 자살에 대해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다. 철학이나 대중문화에서도 자살의 이유를 많이 찾을 수 있겠지만, 그런 행동에 앞서는 단순하면서 확고한 진실이 있다. 그가 볼 때 자살은 삶 전체를 완전히 파악하기 위한 문제틀을 확립하며, “과거를 슬프게 하고 미래를 파괴해버린다.” 이 책은 우리가 자살에 대해 잘 잊어버리는 사실을 가리킨다. 자살은 우리가 “여기, 지금 지속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경이롭고 반복적인 순간이다.
-주디스 버틀러(『젠더 트러블』)

자살할 만한 이유가 없는 사람은 없다고 체사레 파베세는 썼다. 사이먼 크리츨리는 열정적인 통찰력과 철학적 지성을 갖춘 채 단순한 도덕적 판단을 보류하고, 언제나 당혹스러운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려 할 때마다 항상 우리를 가로막는 사회적·심리적·실존적 장애를 물리치고 나아가려 하면서 그 이유를 탐색한다.
-라스 아이어(『비트겐슈타인 주니어』)

우리는 수치심을 갖거나 고상한 척하지 않으면서 자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다.
-맥스 류(《인디펜던트》)

‘극단적 선택’과 ‘사회적 타살’ 사이,
일상과 공론장에서 ‘자살’을 이야기하자


그동안 금기시되던 주제인 ‘우울증’이 최근 한국사회에서 사적·공적 담론의 장으로 나온 것처럼 ‘자살’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국가다. 뉴스에 나오는 유명인의 죽음부터 ‘사회적 타살’의 사례로 신문 사회면에 제시되는 죽음과 ‘극단적 선택’이라고 모호하게 처리된 죽음, 그리고 이웃에게도 알리지 않고 쉬쉬하는 죽음까지, 자살은 도처에 만연하다. 우울증이나 좌절, 또는 신체적 고통이나 생활고로 인한 죽음,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사회적 불합리함에 항의하는 죽음, 법적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죽음까지, 그 양상도 매우 다양하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을 시도해본 사람들, 자살한 가족과 친구를 둔 사람들까지 감안한다면, 자살이라는 말과 자살 사건은 우리에게 매우 일상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자살을 일상적 화제로 올리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것은 검색되어선 안 되는 것이며, 정신과 의사와 자살 상담전화 상담사와의 대화에 국한되어야 한다. 자살은 비도덕적이거나 끔찍하거나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기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침묵한다.
하지만 진실들은 ‘극단적 선택’과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 사이에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 영역을 좀더 섬세하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야기해야 한다. 그곳에는 최근 대두되는 ‘안락사’나 ‘자살생존자’의 문제 또한 존재한다. 윤리학과 정치이론을 연구해온 철학자 사이먼 크리츨리의 『자살에 대하여: 죽음을 생각하는 철학자의 오후』는 이러한 자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최적의 책이다. 크리츨리에 따르면, “자살에 대한 무의미하고 상투적인 말 몇 마디”를 제외하곤 “우리에게는 자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언어가 없다.”(37~38쪽) 이 책은 자살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우리는 왜 자살에 대해 침묵하는가’, ‘자살은 잘못된 것인가’,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자살을 둘러싼 굵직한 윤리적·철학적 쟁점들을 두루 살펴본다. 아울러, “자살하는 사람은 유서에서 항상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89쪽)며, 작가와 예술가와 일반인들의 다양한 자살 유서에 귀를 기울인다. 『자살에 대하여』는 다른 이야기의 물꼬를 터주며, 자살에 대해 말하는 법과 듣는 법을 배우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자살사고와 싸우며 삶을 극복해보려는
어느 우울한 철학자의 글쓰기


“죽음을 생각하는 철학자의 오후”라는 부제가 붙은 『자살에 대하여』는 자살사고와 싸우고 있던 철학자 사이먼 크리츨리가 북해가 내려다보이는 호텔방에서 써내려간 기록에 바탕에 둔 에세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 책은 자살 유서가 아니다”(35쪽)이다. 에두아르 르베, 장 아메리처럼 자살에 관한 책을 쓴 작가와 철학자들이 얼마 후에 죽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크리츨리는 자신에게 자살이 “학문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며, “삶을 극복해보”려고 “자살의 문제에 대해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글쓰기―로 충분히 생각해보기로 결심”(44쪽)한 후에 영국의 고향 인근 바닷가의 한 호텔을 찾았다고 쓴다.
그러므로 이 책에는 자살의 문제를 탐색하며 결국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기로 결정한 시간이, 어느 철학자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을 내적 투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철학적 고찰 뒤에 죽음충동과 생의 의지가 격렬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생각을 밀고 나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유의 동선과 머뭇거림의 흔적들은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다.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 때때로 내비치는 위트도 매력적이다.
“아방가르드 아티스트 같은 철학자”로서 셰익스피어, 대중문화, 축구, 유머 등에 관한 실험적이고 대중적인 글쓰기를 해온 저자의 공력이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에피쿠로스, 알베르토 라디카티 디 파세라노에 코코나토, 데이비드 흄을 중심으로 엄밀한 철학적 논증을 펼치면서, 크리츨리는 삶의 문제를 철학, 나아가 문학과 연결 지어 사유한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도로시 파커, 에두아르 르베, 카뮈, 장 아메리, 에밀 시오랑, 버지니아 울프 등의 문장을 아우르며, 이들과 함께 일말의 결론이 떠오른다. 이 책의 추천글을 쓴 신형철 평론가는 “이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는, 저자가 자살을 죄악이나 질병으로 취급하는 관점에 명석하게 반대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삶을 긍정하는 데 성공하는지, 그 반전의 드라마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다. 크리츨리는 자살이 전하는 매혹에 깊숙이 다가가지만,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오류로서 그 질문은 그만두어야 한다”(139쪽)는 결론에 이른다. 이 책은 “11월 말 목요일 오후 4시 30분 무렵, 회색 구름과 갈매기, 돌풍이 있는 가운데 광활한 어둠이 내려오는 이스트앵글리아 해변의 이 순간”(140쪽)을 언급하며 끝난다. 한밤중이나 새벽이 아니라 늦은 오후에 끝을 맺는, 우울한 철학자의 글쓰기 『자살에 대하여』는 우리 곁에 있는 자살을, 관념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살에 대한 더 많은 말들,
더 다양하고 섬세한 언어가 필요하다


『자살에 대하여』는 자살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형식, 즉 심리학·정신의학적이거나 사회학적인 관점을 취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 주제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실존적으로 분석한다. 1장이 일상에서 자살을 둘러싼 사람들의 언어와 태도를 들여다본다면, 2장은 자살에 대한 생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자살과 관련된 일련의 상식들을 논리적으로 차례차례 격파해나간다. 이 책에 따르면, 자살이 잘못으로 여겨지는 것은 기독교적 관점의 영향이 크며, 데이비드 흄(흄의 「자살에 대하여」가 이 책에 부록으로 실려 있다)을 비롯한 여러 철학자들이 이러한 자살 금지를 반박해왔다. 특히, 우리가 신의 소유물이라서, 또는 삶이 신이 준 선물이라서 자살을 반대한다는 주장에 대한 논박은 명쾌하다. 크리츨리는 공동체에 대한 ‘의무’로서 자살을 반대하는 주장, 자기소유권과 관련해 자살할 ‘권리’를 내세우는 주장 모두 그 근거가 허술하며, 합리적으로 선택한 자살은 정당하다는 주장 또한 맹점이 있음을 밝힌다. ‘사람은 왜 자살을 하는가’라는 문제를 탐구하면서 여러 자살 유서들을 통해 자살의 이유를 유형화하는 3장을 지나면, 4장은 이유 없이 죽음 그 자체를 위해 선택된 자살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2014년 11월에 쓰인 이 기록을 바탕으로 2015년에 처음 출간되었지만, 그로부터 5년 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 중인 2020년 8월에 뒤늦은 서문이 덧붙여졌다. 서문에서 크리츨리는 기존의 자기 작업을 비판하며, “자살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가능한 한 풍부한 사회학적 데이터와 함께, 적어도 역사적·문화적으로 최대한 넓은 걸쳐 자살행동에 대해 오랫동안 폭넓은 관점을 구축해야”(21쪽) 하며, “자살이라는 주제 아래 함께 묶이는 현상을 서술할 더 섬세하고 다양하며 폭넓은 개념이 필요하다”(30쪽)고 쓴다. 소셜미디어가 자살사고에 미치는 영향과 ‘자살 세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래할 봄날에 증가할 자살률을 이야기하며, 지금 우리가 이 문제들을 함께 고민할 것을 요청한다.
이 책은 자살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집대성하는 작업도 아니고, 자살에 이르는 메커니즘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거나 사회적 인과관계를 설명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철학자의 자리에서, “인간이 복잡한 생명체”인 만큼 “우리가 삶을 끝내기로 결정하는 방식”(31쪽)인 자살의 문제가 여러모로 복잡함을 상기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을 가로지르며 그 핵심을 건드리는 이 작은 책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서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들을 촉발한다. 이 책을 옮긴 변진경 번역가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을 비판하며 “누군가 저 극단을 홀로 선택했던 게 아니라 우리의 세계가 이미 너무 많은 극단들로 채워져 있던 건 아닐까”(180쪽)라고 묻는다. 이삼십대 여성의 우울증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인 하미나 작가의 사려 깊고 힘 있는 해제는 일상에서 자살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이유를 살펴본 후, 죽음과 함께 삶의 문제를 들여다볼 것을 촉구한다. 그것은 ‘사회적 타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혹한” 삶들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곁을 떠난 많은 이들을 향한 애도의 문제를 포함한다.
크리츨리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자살을 둘러싼 어휘를 넓히고, 그 현상을 기술하고 이해할 더 많은 단어를 찾으며, 공허하고 진부한 말보다는 공감으로 자살을 대하는 것”(29쪽)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자살에 대하여』로부터, 자살에 대한 더 많은 말들, 더 다양하고 섬세한 언어를 찾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는 낡은 말장난은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다. 이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는, 저자가 자살을 죄악이나 질병으로 취급하는 관점에 명석하게 반대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삶을 긍정하는 데 성공하는지, 그 반전의 드라마를 지켜보는 것이다. 드라마의 절정에서 저자는 에밀 시오랑의 시니컬한 지혜를 캐스팅한다. “낙관주의자만이 자살을 한다.” 삶은 자살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는 “강한 염세주의”가 오히려 우리에게 “일상의 작은 기적”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 자, 이 결론은 최선인가?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이 사이먼 크리츨리가 쓴 것들 중 가장 쉬운, 그러나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자살뿐이라고 한 카뮈의 말이 옳다면) 가장 진지한 책이라는 점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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