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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계속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1장 우리는 모두 처음이었다 : 첫 번째 애도의 밤 - 우리가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이유 - 나를 자살 사별자로 소개한다는 것은 - 그 사람이 떠난 그날에 대해 - 고인의 모습을 보는 것에 대해 - 우리 모두, 장례식은 처음이었다 - 그들이 보냈을 어떤 경고신호, 죽음의 이유를 찾는 추적자 - 첫 번째 모임을 마치며 2장 애도, ‘우리는 서로를 보고 있구나’ 깨닫는 시간 : 두 번째 애도의 밤 - 함께 나누는 것의 힘을 조금씩 체험해가다 - 그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 지우기: 법적, 행정적 기록 - 죽음 직후 나의 일상, 마주한 나의 슬픔 - 나의 애도와 너의 애도는 다르다: 가족의 애도 - 가족과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 고인이 자살했다는 것을 타인에게 알릴 것인가 - 타인의 위로에 대해 - 두 번째 모임을 마치며 3장 그 사람의 이름을 조금 더 편안하게 부르는 연습 : 세 번째 애도의 밤 - 나의 애도에서 ‘당신의 애도’로 시선이 조금씩 옮겨가다 - 여섯 번의 자조모임이 끝날 때쯤 나는 - 그날 이후 사람들이 ‘자살’을 말할 때 - ‘스스로 목숨을 끊는 마음’에 대해 - 그 사람의 물건을 정리하거나 쓰는 것에 대해 - 디지털 세상에 남아 있는 그 사람의 흔적에 대해 - 세 번째 모임을 마치며 4장 남은 삶에 대해 엄두를 내는 용기 : 네 번째 애도의 밤 - 무언가를 ‘하지 않을’ 여유가 스며들다 - 그 사람이 떠난 후 첫 1년, 기일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 유서에 담긴 것, 또는 담기지 않은 것 - 사별 직후의 감정을 ‘통과’하는 일 - 죄책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어야 할까 - 네 번째 모임을 마치며 5장 고인의 행복, 고뇌, 열정까지 온전히 기억하기 : 다섯 번째 애도의 밤 -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 - 각자 몫의 애도가 있다 1: 부모와 자녀의 관계 - 각자 몫의 애도가 있다 2: 남편 사별 이후 시댁과의 관계 - 고인을 온전히 기억하는 것의 의미 - ‘박탈된 애도’를 겪는 사람들 - 삶의 의미와 가치의 변화 - 다섯 번째 모임을 마치며 6장 내 삶과 고인과의 건강한 연결 : 여섯 번째 애도의 밤 - 우리에게는 각자 만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 유품을 보며 고인의 삶을 기억하기 - 고인을 추모하는 방법: 글쓰기 - 여섯 번의 만남을 마치고 우리는 - 애도,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일까? 에필로그: 고인의 이야기 상자를 열어, 미뤄왔던 애도를 시작할 수 있기를… 부록: 자살 사별자 권리장전 / 자살 경고신호 분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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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알려지는 극단적 선택들은 예전보다 더 극적인 극단적 선택들이다. 비리나 범죄에 연루된 자살이거나 자살 사망자가 처했던 현실이 기막히게 안타깝거나 분노를 유발할 만한 경우, 그리고 공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의 죽음 같은 경우에 기사화된다. 그러나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내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자살 사망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난다. (중략)
‘그 일’은 가스 불 위에 찌개를 올려놓은 상태에서, 가족여행을 계획해두었던 주말에,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했던 어느 날에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내가 만난 많은 자살 사별자들은 자살을 한다는 것, 또는 자살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삶의 사건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다른 사람들이 겪은 자살 사망은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뉴스나 기사에 보도되는 극적인 극단적 선택들처럼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거나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헤어 나올 수 없는 경제적인 곤궁 속에 있었거나 자살 사망자 주변에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어떤 악인이 있었거나 하는 상황들 말이다. 그래서 고인의 죽음에는 자신이 이해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워했다. --- p.11~13 자살 사별자들은 그날 이후부터 한동안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증상들을 많이 호소한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외상적이며 압도적인 사건에 큰 충격을 받는다.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마구 분비시키면서 이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게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준비시킨다. 갑작스럽게 분노가 치밀고 폭발할 것 같은 감정 상태가 되거나 내가 듣고 본 것들이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불안과 공포, 모든 감각들의 전원이 갑자기 꺼진 것 같은 멍함도 여기에 해당한다. 공황 발작이 생길 것 같은 느낌, 숨 막힘, 어지러움 등의 신체 증상을 비롯해 수면과 식습관 패턴의 변화들도 동반된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인간의 싸움-도주-경직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며 감당하기 힘든 사건에 직면한 모든 사람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대처 방식이다. --- p.54~55 사별자들이 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조각들이라는 것은 아주 작고 적다. 물론 어떤 이는 작지만 죽음과 관련된 결정적인 영역의 조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죽음의 이유와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조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별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각이 어떤 것인지, 얼마만큼인지 계속 생각하는데, 이 과정은 멈출 수 없으며 멈춰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그 사람의 죽음 이야기가 사실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했던 사별자들의 분투, 그것이 애도 과정에서 중요하다. --- p.72~73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는 사인을 말해야 하는가, 말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가, 말을 해야 하는 대상은 어디까지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다. 때로는 가족 구성원 내에서도 누군가에게는 고인의 사인과 죽음 정황이 비밀인 경우가 있으며, 고령의 가족 또는 어린 자녀들이 종종 그 대상이 된다. 사별자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고인의 사인을 밝히고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자살에 대한, 자살자에 대한, 자살 사망자의 가족에 대한 오해와 무지,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을 두고 건강하게 애도한 자살 사별자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인의 죽음과 관련된 어떤 사실을 감추지 않고 이야기했던, 그때의 결정이 없었다면 지금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어떤 방법이 더 옳고 어떤 방법이 그르다고 말할 순 없지만 사실을 밝혔을 때 이점이 있다. 누가 얼마만큼 고인의 죽음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살피기 위해 심리적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으며, 혹시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사실을 가까운 사람에게 알릴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운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어야만 비로소 사별자에게 필요한 지지와 위로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 p.126 꺼내서 말하고 또 말하다 보면 엉킨 감정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린다. 당신의 분노는 이것 때문이군요, 당신 불안은, 당신의 공포의 시작은 여기였고 끝이 저기를 향해 있어서 그렇게 아픈 거였군요. 그제야 슬픔이 밀려온다. 결국 사별자들이 느껴야 하는 것은 슬픔이다. 하지만 온전한 슬픔은 아주 깊숙한 곳에 고통과 불안, 공포, 분노 뒤에 숨어 있어서 그곳에 쉽게 다다르기 힘들다. 자살 사별자 혼자 이 과정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데, 혼자라면 대부분 그런 감정이 없는 것처럼 가장하거나 출구 없이 자신을 강렬한 감정에 산화시켜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죄책감이 더해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 p.198 직장에서 더 좋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 무한 경쟁했던 한 아버지는 자식이 죽고 난 후 그동안 자신의 모든 삶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든다며 깊은 무력감에 빠졌다. 숨 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그분에게 삶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한 애도 과업이 된다. “선생님,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이 고통이 언제쯤 끝날까요?” 다음으로 많이 듣는 질문이다. 남편과 사별 직후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분투하시던 분이 계셨다. 그분은 레고 블록으로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집이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발로 뻥 차서 조각조각 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레고 설명서는 사라졌으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블록을 다시 쌓아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부서진 조각들이 밟혀 아프고, 모두 쓸어 모아 버리고 싶은 마음들도 있었다. 온통 폐허가 된 듯한 삶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 아마도 그것이 첫 번째 애도 과정이 될 것이다. --- p.245~246 |
“온통 폐허가 된 듯한 마음을
우리는 피하지 않고 함께 바라보기로 했다“ 더 이상 애도를 미루지 않고, 고인을 온전히 품기 위해 함께 손을 잡은 애도 이후, 다시 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랑하는 이를 자살로 잃은 이들은 ‘삶이 갑자기 정지된 듯한’ 고통에 시달린다. 저자 고선규 박사는 “한 명의 자살 사망자는 고인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흔을 남긴다”고 기록하며, “여러 가지 이유로 자살 뒤에 남겨진 사람들은 고인을 잃은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위로받지 못”해, 슬픔에 마음이 곪게 된다고 말한다. 애도되지 못한 슬픔은 “사별자들의 삶을 황폐화시키거나 죽음의 그림자에 가두”어, 사별자들을 극단적인 마음으로 내몬다. 그 결과 자살 사별자들은 흔히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자살 사별자들의 자살 사고, 자살 시도가 실제 다른 자살에 비해 몇 배에 달할 정도이다. 고선규 박사는 “오랫동안 발이 묶일 수 있는 그 슬픔의 골을 사별자 홀로 빠져나오기란 매우 어렵다”고 지적하며, “남겨진 사람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각자 지닌 사별의 아픔을 함께 위로하는” 데서 희망을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애도는 “남은 삶에 대한 엄두를 내도록 하는 일이며, 그 시작은 당장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 수 있도록 자신을 돌보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쉽지 않은 시작을 함께할 조력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깊은 슬픔의 소용돌이에 발 묶인 당신을 이끌어내고 환대하며, 격려할 다섯 명의 동반자를 소개한다. 복잡한 감정의 골을 함께 빠져나올 다섯 명의 따뜻한 동반자 원이는 2018년에 남동생을 잃었다. “저는 고인의 이야기를 저의 이야기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게 애도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그 사람과 제가 같이 만드는 일기 같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새롭게 해요.” 민이는 2019년에 오빠를 잃었다. “저는 고인을 마냥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아요. 오히려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아야 온전히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이는 2015년에 여동생을 잃었다. “모든 감정은 다 자연스럽고 날씨처럼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다른 거고 그대로 허용하면 되는 거구나, 깨달았어요. 제 애도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영이는 2019년에 아버지를 잃었다. “고인이 이런 면도 있었고, 저런 면도 있었다는 걸 그대로 인정하려고 해요. 떠오르는 대로 기억하자, 피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경이는 2019년에 언니를 잃었다.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게 죽을 만큼 힘든 사람을 돕는 일 아닐까요? 삶의 끈들을 많이 만들어주는 거요.” “우리 사회에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수많은 자살 사별자들을 위한 구명조끼, 『여섯 밤의 애도』“ 앞선 누군가의 발자취와 ‘기록’이 뒤이은 누군가의 ‘생명줄’이 되기도 한다. 고선규 박사는 『여섯 밤의 애도』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수많은 자살 사별자들을 위한 구명조끼”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히며, 첫 번째 모임을 시작한다. 이 책의 큰 주제는 ‘고인을 온전히 품고 다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섯 번의 모임’으로, 실제 진행된 모임에 따라 총 6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우리는 모두 처음이었다」는 첫 번째 애도의 밤의 기록이다. 사람들과 세상에 자신을 자살 사별자로 소개하는 것에 대한 솔직한 마음부터, 그 사람이 떠난 ‘그날’과 장례식, 고인의 모습을 보는 것, 그들이 보냈을 경고신호, 죽음의 이유를 계속 찾는 추적자가 된 자신 등을 고백한다. 두 번째 애도의 밤인 2장 「애도, ‘우리는 서로를 보고 있구나’ 깨닫는 시간」은 더 깊이 있는 소재를 다룬다. 고인의 법적, 행정적 기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죽음 직후 나의 일상은 어떠했으며, 같은 사별에도 다른 마음일 수 있는 가족과 고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지, 직장동료, 친구, 지인 등에게 고인의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이며, 타인의 위로가 나에게 어떠했는지 등 주변 환경과 얽힌 사별자의 마음을 좀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세 번째 애도의 밤인 3장 「그 사람의 이름을 조금 더 편안하게 부르는 연습」은 좀 더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한다. 어쩌면 나와 상관이 없었던 ‘자살’의 의미가 지금은 내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사람들이 손쉽게 ‘죽겠다’ 말하는 것에 대한 그간 터놓지 못한 마음, 고인의 카카오톡과 SNS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데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나눈다. 네 번째 애도의 밤인 4장 「남은 삶에 대해 엄두를 내는 용기」는 고인의 첫 기일을 각자 어떻게 보냈는지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유서에 담긴 것과 담기지 않은 것, 사별 후 찾아올 수 있는 불안과 공포, 죄책감에 대한 고백이 이어진다. 특히 이 ‘죄책감’은 자살 사별자들의 애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저자는 네 번째 모임을 마치며, “국가 수준의 자살예방정책을 펼 때 ‘자살 예방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너도나도 자살을 막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교육”하면서, 막상 “자살 사망자가 발생하면 그것은 당신 혹은 당신 가족의 일이 되어버린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자살 예방에 대한 국가 정책의 역설적 면모와 미비함을 꼬집는 대목이다. 다섯 번째 애도의 밤인 5장 「고인의 행복, 고뇌, 열정까지 온전히 기억하기」는 고인의 모습을 고통스러웠던 그날의 모습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제대로 기억하기 위한 연습이다. 그러려면 나의 애도뿐 아니라 가족의 애도도 돌아봐야 한다. 이 장에서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 ‘남편 사별 이후 시댁과의 관계’ 등을 언급한다. 또 실제 가까운 지인, 가족의 사별뿐 아니라 건너서 알던 사람 혹은 유명인의 자살로 겪는 ‘박탈된 애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6장 「내 삶과 고인과의 건강한 연결」은 마지막 여섯 번째 애도의 밤이다. 이 책의 목적인 ‘고인을 온전히 품고 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의미 있는 의식을 치른다. 먼저 유품을 하나씩 가져와 고인의 삶을 추억, 회고하고, 고인을 추모하며 글쓰기를 한다. 고인과의 연결을 회복해, 끊어진 내 삶도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고인에게 편지를 쓰고, 참여자 서로가 서로에게 편지를 읽어준다. 이 책의 부록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데, 자살 사별자들이 애도 과정에서 당연히 겪을 수 있는 감정과 과업을 제대로 인지하게 하는 ‘자살 사별자 권리장전’과 자살 예방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자살 경고신호 분류’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잃은 것을 아파하느라 다시 또 많은 것들로부터 멀어지지 않길 바란다”며, “꾹꾹 눌러 담아놓은 고인의 이야기 상자를 열어 회피하거나 미뤄왔던 애도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염원한다. 『여섯 밤의 애도』 이후, 당신의 삶은 계속될 수 있다. “누군가를 잃은 그 자리에서 사별자는 다시 누군가와 단단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내가 만난 자살 사별자들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 누군가를 자살로 잃었다. ‘그 일’은 가스 불 위에 찌개를 올려놓은 상태에서, 가족여행을 계획해두었던 주말에,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던 어느 날에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대부분의 자살 사망은 이렇듯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난다.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를 눈앞에 둔 듯한 중압감을 사별자 혼자서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오랫동안 발이 묶일 수 있는 그 감정의 골에, 우리는 이제 함께 가보려 한다. 혼자라면 지치고 외로울 수 있는 그곳에서 서로를 부축하는 길동무가 되려고 한다. 여섯 밤의 애도 이후, 당신이 다시 세상 밖으로, 사람 속으로 용기 내 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환대하며 격려하려 한다. -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