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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밤의 애도

여섯 밤의 애도

: 고인을 온전히 품고 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살 사별자들의 여섯 번의 애도 모임

리뷰 총점9.9 리뷰 21건 | 판매지수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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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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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8쪽 | 296g | 120*182*20mm
ISBN13 9791160406801
ISBN10 1160406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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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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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알려지는 극단적 선택들은 예전보다 더 극적인 극단적 선택들이다. 비리나 범죄에 연루된 자살이거나 자살 사망자가 처했던 현실이 기막히게 안타깝거나 분노를 유발할 만한 경우, 그리고 공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의 죽음 같은 경우에 기사화된다. 그러나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내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자살 사망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난다. (중략)

‘그 일’은 가스 불 위에 찌개를 올려놓은 상태에서, 가족여행을 계획해두었던 주말에,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했던 어느 날에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내가 만난 많은 자살 사별자들은 자살을 한다는 것, 또는 자살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삶의 사건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다른 사람들이 겪은 자살 사망은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뉴스나 기사에 보도되는 극적인 극단적 선택들처럼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거나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헤어 나올 수 없는 경제적인 곤궁 속에 있었거나 자살 사망자 주변에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어떤 악인이 있었거나 하는 상황들 말이다. 그래서 고인의 죽음에는 자신이 이해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워했다.
--- p.11~13

자살 사별자들은 그날 이후부터 한동안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증상들을 많이 호소한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외상적이며 압도적인 사건에 큰 충격을 받는다.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마구 분비시키면서 이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게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준비시킨다.

갑작스럽게 분노가 치밀고 폭발할 것 같은 감정 상태가 되거나 내가 듣고 본 것들이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불안과 공포, 모든 감각들의 전원이 갑자기 꺼진 것 같은 멍함도 여기에 해당한다. 공황 발작이 생길 것 같은 느낌, 숨 막힘, 어지러움 등의 신체 증상을 비롯해 수면과 식습관 패턴의 변화들도 동반된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인간의 싸움-도주-경직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며 감당하기 힘든 사건에 직면한 모든 사람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대처 방식이다.
--- p.54~55

사별자들이 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조각들이라는 것은 아주 작고 적다. 물론 어떤 이는 작지만 죽음과 관련된 결정적인 영역의 조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죽음의 이유와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조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별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각이 어떤 것인지, 얼마만큼인지 계속 생각하는데, 이 과정은 멈출 수 없으며 멈춰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그 사람의 죽음 이야기가 사실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했던 사별자들의 분투, 그것이 애도 과정에서 중요하다.
--- p.72~73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는 사인을 말해야 하는가, 말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가, 말을 해야 하는 대상은 어디까지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다. 때로는 가족 구성원 내에서도 누군가에게는 고인의 사인과 죽음 정황이 비밀인 경우가 있으며, 고령의 가족 또는 어린 자녀들이 종종 그 대상이 된다. 사별자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고인의 사인을 밝히고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자살에 대한, 자살자에 대한, 자살 사망자의 가족에 대한 오해와 무지,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을 두고 건강하게 애도한 자살 사별자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인의 죽음과 관련된 어떤 사실을 감추지 않고 이야기했던, 그때의 결정이 없었다면 지금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어떤 방법이 더 옳고 어떤 방법이 그르다고 말할 순 없지만 사실을 밝혔을 때 이점이 있다. 누가 얼마만큼 고인의 죽음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살피기 위해 심리적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으며, 혹시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사실을 가까운 사람에게 알릴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운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어야만 비로소 사별자에게 필요한 지지와 위로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 p.126

꺼내서 말하고 또 말하다 보면 엉킨 감정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린다. 당신의 분노는 이것 때문이군요, 당신 불안은, 당신의 공포의 시작은 여기였고 끝이 저기를 향해 있어서 그렇게 아픈 거였군요. 그제야 슬픔이 밀려온다. 결국 사별자들이 느껴야 하는 것은 슬픔이다. 하지만 온전한 슬픔은 아주 깊숙한 곳에 고통과 불안, 공포, 분노 뒤에 숨어 있어서 그곳에 쉽게 다다르기 힘들다. 자살 사별자 혼자 이 과정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데, 혼자라면 대부분 그런 감정이 없는 것처럼 가장하거나 출구 없이 자신을 강렬한 감정에 산화시켜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죄책감이 더해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 p.198

직장에서 더 좋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 무한 경쟁했던 한 아버지는 자식이 죽고 난 후 그동안 자신의 모든 삶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든다며 깊은 무력감에 빠졌다. 숨 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그분에게 삶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한 애도 과업이 된다.

“선생님,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이 고통이 언제쯤 끝날까요?” 다음으로 많이 듣는 질문이다. 남편과 사별 직후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분투하시던 분이 계셨다. 그분은 레고 블록으로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집이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발로 뻥 차서 조각조각 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레고 설명서는 사라졌으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블록을 다시 쌓아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부서진 조각들이 밟혀 아프고, 모두 쓸어 모아 버리고 싶은 마음들도 있었다. 온통 폐허가 된 듯한 삶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 아마도 그것이 첫 번째 애도 과정이 될 것이다.
--- p.24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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