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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

: 위기에 빠진 21세기 세계의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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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566g | 153*224*30mm
ISBN13 9788964621691
ISBN10 896462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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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시는 위기―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위기―란 이른바 ‘권위의 위기’, 즉 지배계급들이 기반을 잃고, 그들의 지배를 떠받히는 합의가 시들해지며, 대중에 대한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장악력이 허물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람시가 보기에, 이 대중은 이제 더이상 전통적인 이데올로기를 따르지 않았다. 대중은 점점 냉소적이고 회의적으로 변해갔다. 이제 더이상 엘리트를 신뢰하지 않았고, 엘리트들도 그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예측할 수 없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전통적으로 위기를 급진적 변화를 이루기 위한 기회로 보았다. 우리와 한결 가까운 그람시는 그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그람시가 묘사하는 위기 국면은 잠재적인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 ‘병적 징후’들로 가득한 ‘공백기’였다. 그람시는 낡은 것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지성의 비관주의’와 반대되는 ‘의지의 낙관주의’를 품은 채―이런 병적 징후들이 진보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를 기대했다.
--- p.17~18

1945년 이래 유럽을 통치해온 기성 정당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감소하고 있다. 주로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좌파가 지지를 잃었지만 전통적인 보수당도 만만치 않게 기반을 상실했으며, 무엇보다도 서구 대다수 나라에서 외국인 혐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리하여 강하고 안전하며 통합된 유럽으로 우리 앞에 놓인 도전에 마주할 것이라는 ‘유러피언 드림’이 허물어지고 있다.

2004년, 언론에서는 영원한 구루이지만 대개 틀린 말만 하는 제러미 리프킨은 유럽이 ‘아무도 모르게 아메리칸 드림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선언한 바 있었다. 2020년에 이르면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했고, 에스파냐는 계속해서 카탈루냐 분리주의에 맞닥뜨리고 있으며, 그리스는 훨씬 더 어려운 시절이 올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벨기에는 정부를 구성해서 나라를 하나로 뭉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정당들이 급부상하는 중이다.
--- p.23

사람들이 지구 전체에서 이동이 확대됨에 따라 외국인 혐오가 퍼지고 있다. 유럽인들―종종 기꺼이 ‘인도적’ 개입을 지지하는 이들 포함―은 난민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강제로 쫓겨난 사람들 가운데 17퍼센트만이 유럽에 수용되는 반면(미국에는 16퍼센트), 아프리카에 30퍼센트, 중동에 26퍼센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11퍼센트가 받아들여진다.

2014년에서 2017년 사이에 이주자 2만 2500명이 안전한 곳까지 가려다가 사망했다. 그중 절반은 지중해를 건너던 와중에 목숨을 잃었다. 1993~2018년 동안 3만 4361명 이상의 죽음이 ‘요새 유럽Fortress Europe이라는 치명적 정책’ 때문에 발생했다. 1970년 1월 이래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로 죽은 전체 사망자(1만 1288명. 유럽 최대의 테러 피해자인 러시아를 포함한 수치다)보다 많은 숫자다.
--- p.29

실제로 많은 권력자 남성은 종족적 출신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성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파이낸셜타임스』에서 폭로된 것처럼, 2018년 1월 런던 도체스터 호텔에서 남자들만 모인 가운데 열린 ‘자선’ 갈라쇼(33년째)에는 검은 넥타이를 맨 남자 360명이 참석했다. 기업가, 부동산 재벌, 영화 제작자, 금융가, 괴짜 정치가 등이 뒤섞인 참석자들 사이사이에 특별히 뽑은 호스티스 130명이 함께했다. 노출이 심한 검정색 의상에 어울리는 속옷과 하이힐을 갖추라는 지시를 받고 비밀 엄수 계약서에 서명하고 온 여자들이었다.

여자들―일부는 용돈을 벌려고 온 학생이었다―중 다수가 몸을 더듬는 등의 성추행을 당하고, 추잡하고 외설적인 말을 듣고, 남자하고 침실까지 같이 가라는 요청을 거듭 받았다. 몇몇 남자들은 계속해서 여자의 치마를 걷어올렸다. 어떤 남자는 그날 저녁에 자기 성기를 노출했다. …… 이날 밤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이른바 ‘세계의 지배자들’과 ‘산업의 수장들’은 애처로울 정도로 섹스에 굶주린 젊은 잡놈들처럼 행동했다. 자기 자아를 달래달라고 여자한테 맡기면서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p.35~36

게이트스톤연구소의 웹사이트에는 유럽에 이슬람의 ‘접근 금지 구역’과 ‘이슬람의 샤리아 법으로 통치되는 마이크로국가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올라 있다. ‘접근 금지 구역’ 개념은 영국 제2의 도시인 버밍엄이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은 전혀 가지 않는’ ‘완전한 무슬림 도시’라고 주장하는 테러리즘 ‘전문가’ 스티븐 에머슨이 처음 만들어낸 것이다. 나중에 에머슨은 비굴하게 사과했다(“끔찍한 실수를 했다. … 대단히 유감이다”). 하지만 이때쯤이면 그의 주장이 워낙 중대한 이야기가 된 까닭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결국 에머슨을 ‘형편없는 멍청이’라고 정확히 지칭했다(『데일리텔레그래프』 2015년 1월 12일자).

트럼프가 네덜란드 주재 대사로 임명한 피터 훅스트라(그 자신이 네덜란드 출신 이민자다)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5년에 네덜란드에 ‘접근 금지 구역’이 있어서 정치인이나 차가 들어가면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불을 지른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텔레비전에서 그는 자신은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가짜뉴스’라고 말했다). 그러자 진행자가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거짓말한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 p.49

서구에는 반유대주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반면, 불필요한 소동을 자극하는 언론 보도들 때문에 걸핏하면 이슬람 혐오가 부추겨진다. 『타임스』는 2017년 8월 28일 이른바 선임 탐사기자 앤드루 노포크가 쓴 ‘기독교인 아동이 무슬림의 위탁 보호로 내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서 노포크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5세 소녀(어머니가 알코올 중독이고 마약 중독자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가 무슬림 위탁 돌봄 가정에 ‘강제로 보내졌다’고 주장했다.

이 가정에서는 양육자 중 한 명이 부르카를 쓰고 있고, 유럽 여자를 비하하는 발언이 들렸고, 아무도 영어를 쓰지 않으며, 아이가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지당하고 십자가도 강제로 빼앗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어진 조사 결과, 이런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물론 극우파 활동가들은 이 보도를 한껏 써먹었고, 『데일리메일』은 실제 가정이 아닌 다른 무슬림 가족사진을 이용하여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을 베일로 가려 이미지를 바꿨다.
--- p.75

국민의료보험 문제는 지금도 미국 정치에서 치열한 전장이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 나선 주요 후보 전부, 즉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지금은 다행히 잊힌 존 에드워즈(2011년 외도 사실을 감추기 위해 선거기부금법을 위반한 중범죄 혐의로 기소되었다. 기소는 나중에 기각되었다)가 국민의료보험 구상을 열렬히 지지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오바마가 적대적인 의회에 맞서 몇 년간 싸운 끝에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오바마케어’)뿐이었다. 의료보험을 확대하는 내용이지만 국민의료보험이라는 목표를 충족시키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오바마가 내세운 선거 구호인 ‘예스 위 캔!’은 선거운동 당시에는 좋아 보였다.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하고 나자 그는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트럼프 역시 정책은 매우 달라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세워 당선되었다. 라틴계와 무슬림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멕시코가 장벽 건설비용을 내게 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역시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정치인들은 흔히 선거운동 기간에는 실질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처지에 내몰린다.
--- p.93~94

이 모든 상황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금을 억누르면서 복지 지출을 높게 유지하는 게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는 적어도 어느 정도는 과거 우파의 특권이었던 영역을 점유해야 했다. ‘현대화’, 즉 신자유주의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국유화의 시대, 경제를 기업가 계급에게 맡겨두기보다는 직접 운영하려 한 ‘온정적 가부장’ 국가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시장이 거침없이 활개치게 놔두고 거기서 생겨나는 돈으로 저소득층을 돕는 게 필요했다.

석유 같은 중요한 원료를 가진 운 좋은 나라들은 예나 지금이나 바로 이런 일을 한다. 카타르,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푸틴의 러시아는 이런 공통점이 있었다. 기업가들이 자기 몫을 챙긴 뒤 석유 노다지로 대중에게 돈을 풀어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변화를 가져오는 개혁이나 새로운 경제 모델, 전략, 정책 같은 건 필요 없었다. 부유층은 더 부자가 된 반면 빈곤층은 더욱 가난해졌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할 터였다. 석유 노다지가 계속되는 한에는. 하지만 물론 그럴 리는 없다.
--- p.113

부유한 서구 전체에서 복지국가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도와줄 가치도 없는 빈민’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은 점차 마지못해 국가의 복지 혜택에 의지해 삶을 이어나갔다. 그리하여 미국(푸드뱅크가 시작된 나라),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영국 같은 부유한 나라들에서도 구걸인과 홈리스의 수가 늘어나고 푸드뱅크 사용이 널리 확산되었다. 자유시장의 혜택에 관한 온갖 선전이 넘쳐났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시장은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지 않으며, 세계화가 모든, 아니 대다수 시민을 위해 작동하는 것을 보장해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복지국가는 비록 그 성원들이 여전히 소득과 부와 교육 수준에서 불평등하지만, 그래도 다른 어떤 종류의 사회체제의 삶보다 선진 자본주의의 삶을 더 낫게 만들 만큼 충분히 응집력이 있는 민족공동체를 창출한다고 여겨졌다. 이처럼 거의 일반화된 통합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무너지기 시작했지만, 마지막 20년간에 이르러서야 전통적인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를 약화시킴으로써 전후戰後 정당체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사회의 위기가 정치의 위기로 바뀌고 있다. 병적 징후들이 넘쳐난다.
--- p.121~122

2020년대의 최부유층은 지난날의 부유층, 즉 20세기 전환기 미국 도금시대에 한껏 경멸을 받은 재벌들―카네기가, 록펠러가, 밴더빌트가 같은 가문들―보다 훨씬 더 부유할 것이다. 우리 시대에 최고 부자 다섯 명―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아만시오 오르테가(자라를 비롯한 세계 최대의 의류 소매업체인 에스파냐의 인디텍스Inditex 소유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이 425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이 다섯 명 가운데 제조업자는 없다―실제로 블룸버그의 100대 부자 명단에는 산업자본가가 13명뿐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욱 ‘뜬구름 속에 있’거나 소매업종 안에 있다.
--- p.145~146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의 절대 다수가 트럼프에게 투표한 한편,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의 절대 다수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했다. 트럼프는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하느님을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는데도(게다가 지금까지 부인만 세 명이고 숱하게 바람을 피웠는데도) 복음주의 기독교인 사이에서 80퍼센트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얻은 표의 이면에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반대, 월스트리트 큰손들(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에 대한 거부, 부패한 워싱턴의 현실 등 ‘좌파’의 요소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브렉시트 투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요소를 활용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부터 영국의 나이절 패라지까지 우파 사람들이었다. 앤서니 바넷이 지적한 것처럼, “좌파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진정으로 패배하고 있다”.
--- p.180

우파는 승승장구했지만 ‘극’좌파는 그만큼 선전하지 못했다. 심지어 오늘날 ‘극좌파’라는 표현 자체가 1945년 이후 30년간 주류 사회민주주의의 일부였던 입장까지 아우를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극좌파는 마치 새로운 세력처럼 행동하지만 이 신좌파가 구사하는 언어는 대부분 낡았다. 압도적 다수, 즉 야비한 1퍼센트에 맞서 99퍼센트를 대변한다는 포퓰리즘적 주장을 펴는데, 마치 99퍼센트 자체가 계급과 젠더, 정치, 종교, 교육, 지역, 연령에 따라 나뉘지 않는 듯 행세한다. 1퍼센트는 한때 ‘지배 계급’이나 ‘상층 계급’, ‘부유층’, ‘엘리트’, ‘체제’, ‘기득권’, 또는 이탈리아나 에스파냐에서는 라 카스타la casta라고 불리던 집단을 가리킨다.

한때 공산주의자와 여러 좌파는 허술한 개념인 ‘독점자본주의’에 맞서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으려고 했다. 1930년대에 프랑스에서 인민전선 당파들―급진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은 모두 힘을 합해 프랑스를 지배하고 소유하는 200가구deux cents familles에 맞서자고 촉구했다. 포퓰리즘은 오늘날 극우파, 그리고 이따금 극좌파를 가리키는 용어이지만, 19세기 마지막 몇십 년간 등장한 러시아의 나로드니키나 미국의 인민당 같은 ‘고전적’ 포퓰리즘을 무시한다 하더라도 포퓰리즘이 새로운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50년 전 저명한 정치학자 기타 이오네스쿠와 어니스트 겔너가 이미 “하나의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포퓰리즘이라는 유령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 p.192~193

중국, 인도 무굴 제국, 그리고 어쩌면 일본이 정치적으로 더 발전했다. 정교한 관료제, 우월한 의학, 수많은 르네상스 미술(대부분 이탈리아 중부와 북부, 네덜란드, 독일에 국한되었다)에 맞먹는 예술적 성취를 자랑했다. 다른 지역보다 유럽에서 야만성과 불관용이 한층 더 두드러졌다는 사실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 18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기독교 유럽보다는 이슬람이나 불교, 유교 아래서 사는 게 확실히 훨씬 안전했다. 그리고 유럽 바깥에 정착한 유럽인들은 특별히 계몽되지 않았다.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생각해보라. 아우슈비츠와 굴락이 상기시키는 것처럼, 유럽의 야만성과 불관용은 20세기까지 계속 이어졌다.
--- p.258

나는 유럽의 정체성을 가르칠 수 없다고 본다. 유럽을 민족국가들의 민족국가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그렇다고 해서 유럽연합의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건설이 그 모든 문제와 실수, 어리석은 규칙과 민주주의의 부족,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성공작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일부 나라들에서는 공통 화폐와 솅겐 지역의 여권 심사 폐지,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대학 교환학생 제도 덕분에 유럽 정체성의 요소들이 발전하고 있다. 반면 다른 유럽 나라들의 역사는 확실히 가르치지 않거나 가르친다 해도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역사에 관한 사고가 학교에서 배운 것에만 바탕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자. 사람들은 일부분은 부모와 조부모의 왜곡된 기억과 편견을 통해, 그리고 일부분은 방송 뉴스와 신문, 책(특히 소설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텔레비전과 영화에서 주워들은 과거에 관한 이런저런 언급을 통해 역사를 배운다.
--- p.271~272

전문가들은 ‘민중’이 ‘엘리트들’에게 분노한다고 지적해왔다. 서구에서 정치인의 자질이 왜 그토록 퇴보했는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검토해야 한다. 다만 해럴드 맥밀런, 해럴드 윌슨, 마거릿 대처; 헬무트 슈미트, 빌리 브란트, 콘라트 아데나워; 알치데 데가스페리, 줄리오 안드레오티, 엔리코 베를링구에르, 알도 모로; 샤를 드골, 프랑수아 미테랑; 아돌포 수아레스와 펠리페 곤살레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와 그의 아버지 게오르기오스 등 옛날 지도자들을 오늘날의 후계자들보다 좋게 비교하면서 ‘좋았던 옛 시절’을 들먹이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변화를 가져온 것은 위대한 인물들이 아니라 상황이다. 2차대전이 없었다면 드골이나 처칠이 존재했을까? 1929년 대공황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루스벨트가 있었을까? 스탈린이 미치광이 살인자가 아니라 전쟁의 승리자로 여겨졌기 때문에, 1953년 그가 사망했을 때 그렇게 많은 소련인들이 비탄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다. 병든 시대에는 라틴어 비유인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르는 것(nanos gigantum humeris insidentes)’이 불가능하다. 지금은 거인들에 대한 기억을 잃은 난쟁이들의 시대다.
--- p.280

하지만 정치인들은 투표의 의미와 중요성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챙기면서 어쨌든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석한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일단 표를 던지는 순간, 자기가 가진 권한과 목표, 바람을 자신이 믿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정치인에게 넘겨주는 셈이다.

투표는 불가피하게 권력을 포기하는 행위다. 투표를 하고 나면 집에 가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고양이에게 분노를 터뜨린다. 다른 방법은 전혀 없다. 권력은 불가피하게 소수의 수중에 집중된다. 문제는 이 소수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하는 것뿐이다. 노골적인 힘이나 지위, 신분, 출생, 선거 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투표소 바깥에서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공간에서는 시위와 글쓰기, 여론조사 응답, 캠페인 등을 통해, 또는 유명인이나 연예인, 테러리스트 등이 되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투표소 바깥은 불평등한 권력과 영향력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투표소 안에서는 한 사람이 한 표를 행사하기 때문에 무기력하다. 정치인으로 당선된다고 해도 권력에 제한이 가해진다.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 정치는 실패로 치닫는 중이다. 이넉 파월의 유명한 말처럼, 대부분의 정치적 삶은 “중도에 행복한 순간에 갑자기 단절되지 않는 한 결국 실패로 끝난다. 그것이 정치와 인간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p.312

비록 소수이지만 숱하게 많은 글에서 다뤄진 1968년의 반란자들은 자신들이 일으킨 반란을 즐겼다. 그들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번영을 구가하는 전후 시대가 낳은 자식들이었다. 취직하는 것이나 복지의 종말, 사회서비스의 붕괴 따위를 걱정하지 않았다. 복지와 사회서비스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후변화가 닥치는데 항생제가 없는 미래를 예상하지 못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68 반란자들은 여성혐오와 인종주의, 동성애 혐오에 맞서 싸웠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들은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까? 아니 주어를 바꿔야 하는데,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행복의 추구’―미국 독립선언서에 ‘생명’, ‘자유’와 나란히 명문화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는 이제 끝났는가? 수량화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용감한 여론조사자들은 어쨌든 시도를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당혹스러울 수 있다.
--- p.31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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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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