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에 2021년 5월 초부터 6월 말까지 50여 일 동안 제주 올레길 26개 코스를 걸었고, 10월과 11월에도 한라산과 둘레길 8개 코스를 걸었습니다. 한라산에도 올랐습니다. 6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 1,000㎞를 종주한 이래, 제주 올레의 성공사례로 문화 수출된 규슈 올레길과 함께 미완의 숙제로 남겨두었던 길입니다.
제주도를 오래전부터 그렇게도 자주 방문했고, 올레길도 부분적으로 걸었지만,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올레길 425㎞와 한라산 둘레길 100㎞를 종주해보기는 처음입니다. 그 길을 걸으며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제주도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습니다.
성 어거스틴의 말, “멈추고 서서 자세히 바라보면 보이는 것이 참 많다.”라는 말에 백번 공감합니다. 하와이에서 고국을 방문했던 그 친구의 말도 사실이라고 수긍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자세히 바라보니 제주의 아름다움이 다양한 각도에서 새롭게 재조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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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천지향, 미화향, 황금향 등 신품종 과일의 맛과 향과 질은 이미 일본이나 미국 오렌지의 그것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멜론, 자몽, 두리안 등 여타 열대 과일에 비교할 때 가격 경쟁력도 월등하다.
원래 제주도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었다. 지금도 여전히 제주도 땅은 돌밭이다. 그러나 의지와 집념으로 일군 밭은 단순한 돌밭이 아니라 밀감, 감자, 호박, 무, 마늘 등 황금을 캐는 밭으로 변했다. 땅만 변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매력 넘치는 관광지로 바뀌었다. 그 사이에 제주도의 주요 산업도 농업과 어업에서 관광과 서비스 산업으로 바뀌고,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다. 사회 작동 시스템도 바뀌었다. 지도자의 혜안, 꿈과 희망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마음의 눈, 제주도 사람들의 억척스러운 근면, 국제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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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은 26길 모두가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아름답지만, 월평포구를 지나가는 올레 7길은 서귀포 최고 비경이다. 제주 올레 협회에서 올레길을 완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장 인상 깊고 아름다운 길을 평가토록 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올레 6길·7길·8길이 아름답다고 대답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올레 7길이 26개 길 가운데 최고로 아름답고 인상적인 길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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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항명과 개혁 시도는 항상 있었지만, 성공하면 위대한 개국으로 빛나고 실패하면 난(亂)으로 기록된다. 후백제가 그러했고, 고려가 그러했고, 조선왕조가 그러했으며, 동학난도 그러했다.
몽골의 간섭과 지배에서 벗어난 새로운 왕국을 꿈꾸었으나, 개국이 아닌 난(亂)으로 기록된 삼별초(三別抄)! 올레길의 환해장성을 둘러보며. 돌담에 묻힌 750년 전 삼별초 용사들의 무용과 자주를 향한 충정과 애국정신을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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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래 인류는 건강증진법으로 해수욕(海水浴), 일광욕(日光浴), 삼림욕(森林浴)을 즐겨왔다. 삼림욕은 숲 향기, 피톤치드, 음이온 등을 통해 인체에 쾌적한 반응을 일으켜 건강을 증진시키고, 면역력을 키우는 치유요법으로 즐겨온 자연욕(自然浴) 방법이다.
제주시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비자림로가 있다. 사려니숲은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치유와 명상의 숲이다. ‘신성한 숲’ 혹은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도록 동그랗게 감다’라는 뜻의 사려니는 신역(神域)의 산 이름에 쓰이는 용어다.
피톤치드 넘쳐흐르는 맑은 숲속에서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걸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폐기능이 향상된다고 알려져 많은 이들이 사려니숲을 즐겨 찾는다. 더 나아가 불치병 환자나 수술 후 회복기 환자들이 안정과 휴양을 위해 찾기도 한다. 한라산 둘레길에는 사려니숲 외에도 서귀포자연휴양림, 절물자연휴양림, 교래자연휴양림, 비자림, 한라수목원 등 걸으면서 명상하기에 좋은 숲이 여러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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