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2월 21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19쪽 | 352g | 135*194*16mm |
ISBN13 | 9791160407525 |
ISBN10 | 1160407525 |
발행일 | 2022년 02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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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19쪽 | 352g | 135*194*16mm |
ISBN13 | 9791160407525 |
ISBN10 | 1160407525 |
엘리제를 위하여 고요한 생활 둘 둘 셋 쿠키가 두 개일 때 구르는 재주 파도가 온다 배턴 터치 에필로그 - 답장은 없어도 괜찮아 작가의 말 |
"현대판 '키다리 이모'의 사랑의 릴레이"
조우리의 <이어 달리기>를 읽고
"답장은 없어도 괜찬아."
내가 너에게 어떤 말을 주었는지 내가 알고 있으니까.
기억하니까. 그거면 충분해.
-p. 217
답장을 바라지 않는 편지가 일곱 명의 소녀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그 편지 속에는 단 한 사람이 보내는 용기와 사랑의 마법이 담겨 있었다. '미션 편지'라는 이름으로 보내진 편지는 일곱 명의 소녀들이 각자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장하는 데 있어서 밑거름이 되어 주고 희망과 긍정의 힘이 되어 주었다. 저자는 너와 나의 어린 시절을 빛낸 단 한 사람, 현대판 키다리 이모 '성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조우리 작가는 여성, 퀴어, 노동을 소재로 삼아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왓다. 이번에 출간 된 그녀의 세 번째 소설집인 『이어달리기』는 혈연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서로 '이모', '조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중년 레즈비언인 '성희' 와 그녀와 가족같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일곱 명의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성희는 '미션 편지'를 통해 소녀들이 각자 미션을 완성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는 형식으로 그 소녀들의 성장에 있어서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역할을 한다. 어쩌면 성희를 현대판 '키다리 이모' 라고 지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희는 그 소녀들이 성장 과정 속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 때문에 좌절할 때, 미션 수행을 통해 그들에게 필요한 정서적 지지와 긍정의 힘과 경제적 보상을 제공한다. 그들이 어른으로 성장해서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자신의 인생을 잘 살 수 있는 것은 성희의 끊임없는 지지와 격려 사랑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소녀들이 성장 이후, 그들에게 성희의 마지막 미션 편지가 도착한다.
사랑하는 나의 조카, 아름에게
잘 지내고 있니? 너에게 마지막 미션을 보낸다.
이 미션을 완료하면 너는 보상으로 나의 유산을 받게 될 거야.
부디 이번엔 꼭 미션을 완료하길 바라며.
-p. 195
이렇게 혜주, 수영, 지애, 예리, 태리, 소정, 아름을 마지막으로 각각 그녀들에게 일곱 개의 각각 다른 미션 편지들이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그들이 미션을 훌륭하게 수행하면 성희가 남긴 '유산'을 받게 된다. 그 유산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는,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7명의 소녀는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바로 성희의 장례식이 열리는 엘리제에서 말이다. 주로 장례식은 죽고 나서 하는데, 성희는 살아 있는 장례식을 치르고, 그 소녀들 각자는 장례식의 사회자, 커피 서빙 등과 같이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성희의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면서 성희가 자신들에게 보낸 사랑과 위로, 용기가 자신들을 지탱해주고 쓰러지지 않게 삶을 살게 해주는 힘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일곱 명의 소녀들 각자가 만들어내는 일곱 개의 이야기들은 모두 성희가 그들에게 보낸 따뜻한 응원과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었다. 비록 성희는 그녀들과 혈연 관계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혈연과 세대를 초월해서 그녀가 몸소 보여주었던 사랑과 연대의 마음 그 소녀들의 인생 속에서 밝게 빛날 것이고 영원히 그 소녀들의 마음 속에서 기억될 것이다. 자신의 것만 챙기고 남에게 선뜻 손을 내밀기 힘든 세상 속에서 그녀가 보여준 따뜻한 위로와 지지, 사랑은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성희의 사랑을 받은 일곱 명의 소녀들은 그들 스스로가 제 2의 성희가 되어 자신보다 어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건네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이어달리기 하듯이 그 릴레이를 통해 그 소녀들은 성희가 남긴 사랑과 선의의 유산을 도움이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소녀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세상은 좀더 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해진 거리를 여러 사람이 나눠 달리는 것, 자신의 몫을 다 달리면 배턴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고, 그 사람이 또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달려가고. 그렇게 결승선까지 가는 것.
-p. 190
#이 글은 한계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이어달리기 #조우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2기_이어달리기
어쩐지 내 장례식엔 백명은커녕 그 십분의 일인 열 사람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안 와도 괜찮지만. 누군가 그걸 해주기 어렵기도 하다. 그저 화장이나 해주면 다행일 것 같다. 그건 다른 사람이 해주어야 하는구나.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냥 죽을 때쯤 어딘가로 사라지는 게 나을 것 같지만 그것도 쉽지 않겠다. 그때 내가 어떨지 모르니 말이다. 걷다가 죽어야 할 텐데. 난 어딘가 많이 아프다 죽고 싶지 않다. 그저 살다가 잠을 자듯 떠나는 게 바람이다. 이건 큰 바람이겠다. 여기 《이어달리기》에 나온 성희는 암이었다.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성희는 조카 일곱한테 편지를 쓴다. 편지에는 조카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 적혀 있었다. 성희는 조카 일곱을 만나고부터 한사람 한사람한테 뭔가 일을 하게 했다. 그걸 해내면 선물을 주었다고 할까. 그런 이모 좋을지 안 좋을지. 지금 난 귀찮아서 하기 싫은데 어릴 때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거면 해도 하기 싫은 거면 못할 거 아닌가. 성희가 만난 조카는 어느 정도 그걸 즐겁게 여긴 듯하다.
성희가 만난 조카라니. 성희의 언니가 결혼하고 조카가 된 소정을 빼면 다 진짜 조카가 아니다. 친구 딸이거나 옆집 아이 옆집 세탁소집 아이 병원에서 만난 아이 애인 조카다. 그런데 왜 여성은 아이한테 자신을 이모라고 하라고 할까. 이모는 다른 엄마라는 뜻이기도 하지 않나. 이렇게 말하지만 고모보다는 이모가 가까운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러고 보니 성희가 만난 조카는 다 여자아이구나. 성희는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죽음을 앞두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른 사람보다 조카들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편지를 쓰고 저마다 할 일을 하면 무언가 주겠다고 했겠지. 성희는 꽤 부자인 것 같았다. 자신이 건물 주인인 엘리제는 레즈비언 전용 가게다. 어쩌면 성희는 레즈비언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있기를 바라고 그런 곳을 죽 이어갔는지도. 자신이 주인이기만 하고 그곳을 할 사람은 따로 두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어딘가에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겠지. 성희 조카 일곱은 저마다 자신이 할 일을 하려고 한다. 아마 성희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였겠다. 성희는 좋은 이모였다는 생각이 든다. 한사람은 거의 부모한테 버림 받기는 했지만, 성희가 있어서 그나마 나았다. 진짜 조카가 아니어서 성희가 아이한테 편지를 보내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사람도 있지만 안 좋게 여긴 사람 있었을까. 책을 보니 안 좋게 여긴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도 다행이다. 부모가 있다 해도 다른 괜찮은 어른이 있으면 사람은 훨씬 좋겠지. 성희 조카 조금 부럽기도 하구나. 난 성희 같은 이모는 별로 되고 싶지 않다. 되려고 해도 될 수 없구나. 누구하고든 잘 지내지 못하니 말이다.
이 소설은 여성 이야기다. 세대가 다른 여성이라 해도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구나. 성희 조카가 다 친하게 지낸 건 아니지만, 몇 사람은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어쩌면 성희 장례식에서 만나고 앞으로 잘 지낼지도 모를 일이다. 성희 장례식은 성희가 죽기 전에 한 거다. 살았을 때 장례식을 했다는 말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실제 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성희는 장례식에 조카와 백명이나 되는 사람을 불렀단다. 대단하다. 백명이라니. 내가 앞에서 왜 내 장례식에 올 사람 이야기를 했는지 알겠지. 내가 죽은 다음에 하는 장례식 무슨 소용인가.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쓸쓸하겠지.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아니 죽은 다음엔 쓸쓸함 따위 느끼지 않겠다. 다행이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겠지. 성희와 일곱 사람, 혜주 수영 지애 예리 태리 소정 그리고 아름 이야기기도 하다. 일곱 사람은 성희를 만나서 사는 게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성희는 좋은 어른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될까. 어쩌면 성희도 자신이 어른이다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성희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한 걸 거다. 좋은 어른은 자신이 그렇게 여기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보는 게 아닐까. 한사람은 여러 사람과 이어지기도 했다. 조카뿐 아니라 성희도 조카가 있어서 좋았겠다. 진짜 이모와 조카도 사이 좋게 지내기 어렵지 않나. 이제는 이런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피붙이가 아니어도 이모, 고모 조카가 되는.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성희는 편지 쓰기를 좋아한단다. 이거 하나는 나랑 비슷하구나. 나도 편지 쓰기 좋아한다. 난 친구한테만 쓴다. 성희는 자신이 쓴 걸 기억한다는데, 난 기억하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잊고 한 말을 또 하기도 한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편지 쓰는 이야기가 많지는 않지만, 이런 말하니 편지 쓰고 싶구나. 성희가 보낸 편지 받은 사람 좋았겠지. 조카뿐 아니라 애인도. 그랬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쓰는 편지가 그러기를 바라설지도.
희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사람과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사람이 있다면 기준이 느슨한 쪽이 완고한 쪽을 맞춰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러모로, 모두의 평화, 같은 것을 위해서. (106)
아이가 자라면서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괜찮은 어른이 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고 그냥 어른이 되기로 했다. 그냥 어른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그런 어른이 된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모르겠다. 나이는 먹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그냥 어른도 되기 힘든데 괜찮은 어른이라니. 뉴스에선 매일 시답지 않은 어른들이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친다. 곱게 늙기도 힘든 세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만약 그 어른이란 사람도 자신이 죽는 날을 받아 놨다면,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한 번이라도 돌아보게 될까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끝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부디 저를 만나주세요. (책 맨 앞 페이지)
내가 죽어서 하는 장례식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나도 살아생전 이런 초대장을 지인들에게 날려(?) 보고 싶어진다. 물론 이런 초대장을 날릴 수 있다는 건 내 앞의 생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알 수 있을 때겠지만. 이렇게 초대장을 날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꽤 잘 살았다고 자부하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여기 중년의 여자 성희가 있다. 그녀에게는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이모와 조카로 칭하며 사는 아이들이 있다. 성희는 중년의 레즈비언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자신의 조카들에게 미션을 수행하면 유산을 나눠준다는 편지를 보낸다. 폐업 위기에 놓은 가게 엘리제를 구해야 하는 사람, 거북이를 돌봐야 하는 사람, 성희의 장례식에 커피를 대접해야 하는 사람, 장례식장에서 성희를 보며 웃어 줘야 하는 사람, 성희의 장례식에 사회를 봐야 하는 사람, 중학생 서퍼 지민이와 하와이에 다녀와야 하는 사람, 배턴 터치해야 하는 사람까지.
살아 있는 동안 내가 감사하고 고마워했던 사람들에게 미리 인사하고 하늘로 갈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일 아닐까? 내가 없고 난 후의 장례식이 아니라 내가 눈을 보며 인사할 수 있는, 그 과정이 눈물바다가 될지라도 꽤 괜찮은 시간 아닐까? 레즈비언이었던 성희에게 혈연으로 이뤄진 조카가 없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괜찮은 관계의 조카들이 존재함이 신선하다. 그녀가 혈연에 연연하지 않았기에 이들의 관계가 더 쿨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역사에 길이 남길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세상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으면 어떠한가? 나는,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이 세상을 살다 가면 되는 것을. 도움이 필요할 때엔 손 내밀 수 있고, 외면해주길 바란다면 잠시 눈감아 주고, 같이 웃어 줄 사람이 필요하면 웃을 수 있는, 평범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사는. 그런 사람으로 어른이 되는 것 같다.
어떤 인생을 살지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인 채로 살기로 했다. 고민한다고 이 세상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리는, 나는, 그냥 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