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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04g | 152*210*12mm
ISBN13 9788952243874
ISBN10 8952243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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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가장 불행했던 것은 이제 그녀가 자신의 의견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도 주변의 사물들을 보았고 자기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없었고 그것들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없다는 건 그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 「귀여운 여인」 중에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사형이나 종신형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선험적으로 판단해본다면 제 생각으로는 사형제가 종신제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도덕적으로 보입니다. 사형은 즉각적으로 사람을 죽이지만 종신제는 사람을 서서히 죽입니다. 당신의 목숨을 단번에 빼앗는 형리가 더 인간적일까요, 아니면 서서히 빼앗는 형리가 더 인간적일까요?” --- 「내기」 중에서

사람들은 요나나 그의 슬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쳐 지나갈 뿐이다. 요나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만일 요나의 가슴이 터져 그 슬픔이 흘러나온다면 이 세상을 온통 덮어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슬픔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아주 하찮은 조개껍질 속에도 숨어 있을 수 있어 대낮처럼 밝은 불빛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 「슬픔」 중에서

그녀는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면서 그의 구애를 거절하면서 한편으로는 그와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에 이끌리지 않았는지 생각했으며 일리인이 자신의 발밑에 몸을 던졌을 때 야릇한 희열을 느끼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되짚어보았다. 그러자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수치심에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 --- 「정조」 중에서

점원은 몸을 돌리더니 웃음 띤 얼굴로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가예프 앞에 한 무더기의 권총들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것들 중에서도 가장 구미를 당기는 것은 역시 스미스 베손식이었다. 시가예프는 스미스 베손식 권총을 집어 들고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두 개골이 부서지는모습, 피가 양탄자 위로 낭자하게 흐르는 모습, 죽어가는 마누라의 다리에 경련이 이는 모습 들을 그려보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분노에 찬 영혼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피비린내, 비명, 공포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복수를 생각해내야만 했다. --- 「복수」 중에서

유리창 밖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약사의 아내는 램프에 불을 붙인 후 문을 열기 위해 바삐 문 쪽으로 걸어갔다. 더 이상 화가 나지도 않았고 따분하지도 않았으며 울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가슴이 쿵쾅거릴 뿐이었다. 뚱뚱한 군의관과 홀쭉한 오브쵸소프가 안으로 들어섰고, 그녀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군의관은 뚱뚱하고 가무잡잡했다. 턱수염이 달려 있었고 행동도 굼떴다. 조금만 몸을 틀어도 군복이 터져버릴 것 같았고 얼굴에는 진땀이 흐르고 있었다. 장교는 불그레한 얼굴에 말끔하게 면도를 했으며, 여자처럼 연약하고 나긋나긋한 느낌을 주었다. --- 「약사의 아내」 중에서

베리코프는 자신의 생각까지도 상자 속에 가두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금지되었다는 기사가 신문에 나오거나 관청의 공표가 있으면 마음속에 단단히 새겨두었습니다. 육체적 연애는 불법이라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거나 청소년들에게 저녁 9시 이후에는 통행을 금한다는 명령이 떨어지면 그것들은 그의 마음속에서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원칙, 혹은 상자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금지되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 「상자 속의 사나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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