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3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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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6쪽 | 226g | 120*188*14mm |
ISBN13 | 9788954685559 |
ISBN10 | 8954685552 |
발행일 | 2022년 03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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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6쪽 | 226g | 120*188*14mm |
ISBN13 | 9788954685559 |
ISBN10 | 8954685552 |
시작 꿔보 테스트 채소 콩 계란 우유 견과류 아보카도 고구마 밥과 김치 빵 고기 술 끝, 다시 시작 |
오늘도 난 다이어트 의지를 불태워본다. 아니, 이건 거짓말이다. 의지박약인데다 건강상태도 그리 좋지 않아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식을 결심해야하는데 눈에 보이는대로 먹으며 살고 있다. 그저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는 생각의 의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는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을 다 먹어 치우고 더이상 먹을 것이 안보였을 때 시작하는 것인냥 주위에 있는 간식거리를 다 먹어치우고 있는데 문제는 그 간식거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무의식중에 자꾸 무언가를 입속으로 넣고 있다. 그리고 남는 건 죄책감과 살.
들개이빨의 '나의 먹이'라는 에세이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만화와는 또 다른 먹는 존재의 에피소드가 나를 어떻게 홀리려나 살짝 기대가 되었다. 먹고 싶은 욕망이 마구 뿜어져 나오면 큰일이다, 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의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다고 쌩뚬맞은 느낌도 아니다. 건강하다 못해 신박한 느낌의 먹거리 재료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가 왠지 짠한 느낌과 함께 여전히 적나라한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고 있어서 한 사람의 인생사가 펼쳐지는 느낌인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면서 내 먹거리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와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콩을 많이 먹고 채소를 많이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채소값이 오르기만 하고 있어서 식탁에 채소가 나오는 것이 사치인 요즘, 좋은 이웃을 두고 있어서 밥보다 상추, 근대, 쪽파 잔뜩 넣은 달걀말이를 - 계란말이가 더 입에 붙기는 하겠지만 지금 내 입에는 계란보다는 달걀이 더 자연스러운 말이니 - 더 많이 먹고 있어서 좋은데, 요즘 유독 배에 가스가 가득해 불편한 느낌은 바로 그 채소때문이겠거니 생각하게 되니 이 깨달음은 좋지만 조금은 채소를 피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해 다 좋지만은 않다.
뭔가를 자꾸만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난리도 난리가 아니다. 자꾸 먹거리 이야기에 대해 주절주절 말이 늘어나고 있어서 더 탈인 것 같다. 들개이빨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썼듯이 나도 나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그리 긴 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건강하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며 기쁘게 생활하면 된다는 것이 당연한 결론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작년에 후무스라는 걸 처음 먹어보고 병아리콩에 관심이 생겼는데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하니 잘 활용해보는 걸 시도해봐야겠다. 지금 내 옆에 한줌의 병아리콩이 있는데 요건 하루정도 물에 불려서 밥에 넣어 먹어보고 괜찮으면 종종 먹어보는 걸로.
'좋은 먹이를 싸게 확보하는 것'이 잘 버텨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가끔은 모든 것을 다 제끼고 내가 좋아하는 먹이를 흡입하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해 좋지 않을까. 무조건 참아내자,가 아니라. 그것이 때로는 열등감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도 있고. 모두가 다 좋은것이라 해도 내 취향이 아니라면 굳이 먹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
나의 먹이를 읽으며 깨닫는 것은 무엇을 먹든 내가 기쁘게 즐기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말 나온 김에 말하자면, 저는 00이랑 xx랑 꼭 같이 먹어줘야 한다는 속칭 '국룰'적 정서에 꾸준히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먹어'줘'야 한다는 표현부터가 벌써 뒷걸음질을 치게 합니다. '줘'라는 글자에서 남의 설렁탕에 다짜고짜 깍두기 국물을 부어놓고, 이게 제대로 먹는 거라며 껄껄대는 자들과 비슷한 악취를 느낍니다. (p.185)
솔직히 말하면 나는 웹툰을 보지 않아 들개이빨이라는 작가님을 몰랐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내 주변인 3명이나 “들개이빨!”이라고 외쳐서 유명한 분임을 알았다. (죄송함돠) 그런데도 내가 이 책을 간절히 읽고 싶었던 이유. 꿔다놓은 보릿자루로 살고 싶다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ENFJ(전 세계의 2~3%, 대한민국 1% : 말하는 직업, 작가나 디자이너 군에 많음)인 나는 분명 꿔보의 삶을 지향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도망치듯 휴직계를 내고 보니, 와 이거 뭐야! 혼자 식탁에 앉아서 노는 거 왜 이렇게 재밌지? (비록 꿔보테스트는 “활발한 활동가”로 판명 났지만) 나는 문득 꿔보로 사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작가님의 책을 만났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 사람 나랑 비슷한 점이 꽤 있었다. 식자재 자체의 맛을 탐험하고, 통한 쪼가리, 계란 한 알에도 의미를 두고 바라본다. 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에 흥미와 행복을 느끼는 소확행스타일같다. 뭐 물론 다른 점도 많다. 가장 이해할 수 없던 것은 채소를 “그나마” 맛있게 먹는다니! 그나마는 채소에게 붙을 말이 아니다. 채소는 그 자체로 맛있는 음식이라구요!
서리태 : “나는 지금 건강식을 먹고 있다”라는 블랙푸드 특유의 플라시보 효과도 톡톡히 느낄 수 있죠.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날, 큰맘 먹고 손을 떨며 주문합니다. (P.45)
어쨌든 지금은 채소 맛의 광활한 스펙트럼을 탐험하는 게 무척 재밌습니다. (P.31)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꽤 많이 낄낄거렸다. 만화가들은 천재라는 “호적같이 쓰는 남자”의 말에 동의의견을 가지게 되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눈도 대단하고, 그것을 문장으로 술술 풀어내는 문장력도 대단하다. 군데군데 그려진 그림도 재미있고, 레시피같지 않은 레시피들은 흥미롭다. (몇 개 따라 해본 것은 안 비밀)
“쓰고 보니 이만하면 엄청 복 받은 인생이네요. 가능하면 오래도록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P.215)”
사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글을 쓰고 싶어 병을 앓아온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지는 몰랐던 것 같다. 글이 좋아 글이 쓰고 싶은지, 좋은 글이 쓰고 싶은지, 글을 써서 다른 뭔가를 얻고 싶은지 나도 몰랐다. 그런데 최근 식탁꿔보로 살면서 내가 꽤 행복한 사람이고, 어쩌면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작가님의 마지막 문장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더라.
어쩌면 우리가 무엇을 먹는 것, 책을 읽는 것, 음악을 듣는 것, 글을 쓰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그 모든 것이 “행복”이 주된 목적인데,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산다. 심플한 상태로 만들고 나면 그 모든 것이 더 명확해지는 데 말이다. 작가님의 글을 통해, 나는 명확한 행복이 무엇인지 가까워진 느낌이다. 작가님의 '먹이'가, 나에게도 '행복의 도구'가 되어 기쁘다.
그래서 오늘 나에게, 서리태 한 봉지를 사주어야겠다.
먹는 것에 진심인 작가의 '꿔보(꿔다 놓은 보릿자루) 라이프'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는 현대인들에게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즘 들어 먹거리, 그중에서도 식이섬유가 많이 든 원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몸 상태에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운동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먹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비록 아직은 생각의 시간이 더 길고 어쩌다 가끔 실천으로 이어지는 정도지만
이 책에 소개된 꿔보 라이프는 여러 부분에서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만화가이기도 한 저자는 밥상으로 열등감을 치료할 수 있다 말하며 자신을 지키는 간소한
먹거리를 소개한다. 채소부터 술까지 이어지는 먹거리 이야기는 읽는 재미와 유용한 정보를
동시에 건넨다. 저자는 채소란 지속 가능한 저전력 삶에 완벽히 부합한다 말하며
이를 장기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단백질 자원으로서 콩의 장점은 물론
낫토와 콩나물을 만드는 방법까지 소개한다.
물론 콩만 먹었을 때의 피치 못할 단점도 가감없이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에 소개된 꿔보의 삶은 나에게도 남에게도 신경 쓰지 않고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지만
힘들면 쉬기도 하면서 적당히 돈도 쓰고 원재료의 맛을 가까이하는 간소한 먹거리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언뜻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꽤 부지런히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언젠가 다시 솟아오를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는 작가의 먹거리 생활을 들여다보니
어느샌가 더부룩한 속이 한결 편해진 것만 같다. 맵고 짜고 화끈한 자극에 익숙해진 삶이지만
때로는 심심하면서도 담백한 삶이 그립다. 이러한 그리움을 채워준 유쾌하면서도 다정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