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편지 2. 베어 아일랜드 3. 시간이라는 선물 4. 탐사 5. 왈루스 베이 6. 상처 7. 결정 8. 곰 9. 우정 10. 백야 11. 기상실 12. 비밀 공유 13. 방학 14. 곰 타기 15. 동굴 16. 포효 연습 17. 섬의 소리 18. 산꼭대기 19. 곰의 사연 20. 갇힌 곰 21. 계획 22. 달갑지 않은 사건 23. 에이프릴의 편지 24. 배 25. 폭풍 26. 재회 27. 용기 28. 스발바르 29. 마지막 포효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참고 |
아이가 전에 로스트 웨일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우연히 서점을 갔다가 그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길래 고민하지 않고 구매하였습니다. 북극곰이라는 소재도 아이가 좋아하는
소재였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라 생각이 됩니다.
소녀가 언제 북극곰을 만나게 되는지 또 소녀와 북극곰이 교감하게 되는 그 과정이 아름답게
표현이 되었고 독자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하는것 같습니다.
이 작가의 다음시리즈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가 될지 기대가 됩니다.
* 창비교육연수원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1. 책을 받았다. '라스트 베어'. 제목과 표지 그림(뭔가 '해리포터' 스럽다), 여러 광고 문구를 보니 내용은 쉽게 짐작이 된다. 아마도 자연과 관련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평범한 그런 동화겠지. 4월 중에 '지구의 날'이 있으니 우리 반 아이들과 한 번 읽어보면 좋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책을 신청했다. 그리고 책을 받은 날, 아이고 이거 나의 착각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첫 페이지부터 하게 되었다. 크게 두 가지 착각을 했었다. 첫 번째 착각은 짧은 그림책일 줄 알았다는 것(그래서 택배를 받자마자 당황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저 그런 평범한 동화'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2. 책의 내용은 주인공 에이프릴이 과학자인 아빠를 따라 '베어 아일랜드'에 머무르게 되며 겪는 일들을 담고 있다. 이름은 '베어' 아일랜드이지만 곰을 찾을 수 없는 곳, 하지만 에이프릴은 놀랍게도 북극곰을 만나게 된다. 코카-콜라 광고와는 달리 꽤나 사나운 본성을 지닌 북극곰. 다행히도(?) 에이프릴은 알 수 없는 능력(아마도 땅콩 버터의 힘?)을 발휘하여 북극곰과 친구가 된다. 아니, 인간이 어떻게 야생의 북극곰과 친구가 될 수 있어? 라는 의심은 일단 넣어 두자. 이 책은 '판타지', 즉 '허구'이니까. 이 표현은 내가 쓴 표현이 아니라, 책 제일 뒤에 작가가 적은 말이다.
3. 하지만 그냥 '판타지'라고 하기엔 그냥 지나치지 못할 부분들이 참 많다. 실제로 기후 변화로 북극곰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 그렇고, 내 옆자리에 앉은 케이든 선생님(알래스카가 고향이다)이 이야기 해준, 알래스카 북극곰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점점 민가로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다. 무엇보다 실제로 존재하는, 곰을 볼 수 없지만 이름은 '베어 아일랜드'라는 섬의 존재도 이 책이 그냥 판타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끔 한다. 참고로 책을 읽으면서 구글 지도에서 베어 아일랜드를 검색해 보았는데,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사가 나오면서도 꽤나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과거엔 곰들이 정말로 살고 있었겠지. 빙하타고 내려온 둘리처럼.
4. 책을 읽으면서 오버랩 되었던 영화가 있다. 캐롤 발라드 감독의 1996년 작, 'Fly Away Home'. 우리나라에서는 '아름다운 비행'으로 번역되어 개봉된 영화다. 많은 부분에서 이 책과 영화는 닮아 있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것, 사고로 세상을 떠난 엄마, 아빠와 함께 살게 된 딸, 아빠와 딸의 갈등, 두 갈등을 해결(?)하는 존재로 등장하는 동물들. 그리고 어른의 시선에서 '엄청나게' 무모해 보이지만 결국 어린 아이들의 힘으로 해내고야 마는 미션들. 이런 것들이 참 많이 닮아 있었기에 이 책의 결말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5. 하지만 큰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건 같더라도,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강물 각각의 사정들이 다 다를 것이다. '라스트 베어'에는 사건의 흐름이 꽤나 큼직큼직하며, 책을 쉽게 덮을 수 없을만큼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것은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서를 읽어보면 좀 느낌이 다를진 모르겠는데, 적어도 이 번역본에서는 '내가 최근에 여자아이의 마음을 이렇게 섬세한 비유를 통해 표현한 책을 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생했고, 때론 신선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찰떡같은 비유적 표현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 주었다.
6. 책을 다 읽어갈 때 쯤, 마침 지구의 날이 되었고, 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10분간 소등행사 인증샷을 찍어서 올려달라며 예쁜 초를 하나 보내왔다. 깜깜한 밤에 촛불을 켜 놓고 북극곰 이야기를 했다. 촛불을 받아 반짝거리는 아이의 눈이 참 예쁘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지구는 지금보다 조금 더, 북극곰들이 살기 좋은 그런 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250여 페이지로 얇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두껍지도 않은 이 책을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정말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마치 내가 곰과 친구가 된 것처럼 흥미진진한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었고, 가족과 떨어진데다 쓰레기에 발이 옭죄이며 굶주림에 헤메이는 곰의 모습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겪을 미래의 모습인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그 와중에도 에이프릴이 두려움을 이겨내며 곰과 교감을 나누며 친구가 되고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보트를 타고 먼 바다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에서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꼈다.
마치 내가 곰을 타고 달려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실감나고 재미있게 잘 표현한 소설이어서 나도 모르게 구글 지도를 켜고 에이프릴이 아빠와 함께 기상관측을 위해 들어갔던 섬도 찾아보고 과연 보트를 타고 스발바르까지 갈 수 있는지도 측정해 보았다. 실제로 이런 오지에서 외로움과 다양한 어려움을 견디며 기상을 관측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과연 나는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며칠 전은 지구의 날이었다. 책은 진작에 다 읽었기 때문에 그 날 리뷰를 썼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놈의 귀찮음이란 것이.... 알고 보면 우리의 이런 작은 귀찮음이 지구와 여러 동식물들을 더 불편하고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 혹은 불편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품, 탄소에너지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문명의 이기들... 우리는 겨우 지구에서 70만 동안 살았으면서, 아니 산업화한 지 겨우 200여년밖에 안되었으면서 이렇게나 지구를 아프게 하고 오염시킬 자격이라는 것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의 편의를 위해 아프게 한 지구가 우리에게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등으로 다시 아픔을 주고 있으니 부메랑을 던져 다시 우리가 맞는 모습이다.
방을 어지르는 것은 쉽지만 깨끗하게 다시 정리하는 것은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우리의 지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트에서 다양하게 포장된 물건을 구매하고 옮기는 것은 쉽지만 다 먹고 쓰레기를 재활용 가능하도록 깨끗하게 세척해서 제대로 분리 수거 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다. 차를 타면 5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를 걸어서 20분 이상 이동하는 것도 날씨에 따라서는 매우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실천이 우리의 아이들이 라스트 베어가 되지 않도록 할 수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믿는다. 책을 읽었으면 실천을 해야지!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이 다 읽어볼 수 있도록 빌려주고 있다. 그럼 우리반 아이들도 실천을 하고 지구가 더 건강해 지겠지!
이렇게 좋은 책을 써준 작가님과 출간해 준 창비에도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만들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