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3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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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294g | 120*182*15mm |
ISBN13 | 9791165344702 |
ISBN10 | 116534470X |
발행일 | 2022년 03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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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294g | 120*182*15mm |
ISBN13 | 9791165344702 |
ISBN10 | 116534470X |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10만부 돌파 기념 스페셜 에디션)
16,020원 (10%)
프롤로그 1. 1/100 데니아로 살아가기 오해를 안고 살아요 커피 중독자의 미세한 행복 한 번에 하나씩 일상을 방해하는 자극들 공멸의 시간 축복일까 재앙일까 사적 영역의 부재 눈물은 출처를 모른다 새벽을 잘라먹는 일 과잉 반추 *영역이 확실한 아이 2. 가냘픈 한 올의 순간들 타인은 나를 모른다 우리 사이엔 테이블이 필요해 예측 불가 포비아 ‘몸’이라는 언어 파티퀸의 조건 소화되지 않는 하루 내향주의자의 반란 슬픔을 허락하는 태도 그 여자의 속사정 그때는 몰랐던 것들 *낯설고 뜨거운 당신 3. 나대로, 결대로, 흐름대로 단순명료한 삶 1미터가 주는 기쁨 최선의 어른 어딜 가나 이방인 미루기의 낭만에 대하여 오늘도 루틴 중 순간의 썸네일 서로를 生하는 관계 사랑은 롤러코스터처럼 안녕, 낯선 사람 *간격이 소중한 사이 |
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일단 저자의 프로필만 보고도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극세사적 세계관의 소유자라는 김지수 작가는 서른 좀 넘을까 말까. 인생의 절반을 외국에서 ‘낯섦’ 속에 보냈다. 콕 집어 말해, 파란 머리 내국인. 풍부한 내적 생활에 대한 갈망과 적당히 스미고픈 충동을 즐기는 편이다. 생경한 순간들 속에 발견하는 자신이 좋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극세사적 세계관은 무슨 의미인지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했고 거창한 업적이나 대단한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지 않는 평범한 일상과 인생 얘기를 유쾌하면서도 나름의 건질 것들이 있을 것 같은 즐거운 읽을거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 자신의 취향이나 삶의 방식들을 풀어내는 대목들에서 공감도 하고 나와 다른 면들에 색다른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고 자신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필력과 맛깔스런 표현들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시중에 에세이라고 하면 쏟아져 나올 정도지만 그 중에서도 꼭 집어들만한 개성과 매력이 있었다.
나 역시도 집돌이라 저자의 집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은 모든 것이다. 집은 나의 세상이자 나의 도피처, 출발지이자 종착지, 생활이고 꿈, 이상이며 현실. 그러니까 결국 아무것에도 침범당하지 않는 나 자신이었다. 서울에서 살던 원룸은 둘만 앉아도 집이 꽉 차서 화장실에 가려면 사람을 건너가야 했다. 사람은 부대낌이다. 부대끼면 멀미가 난다. 집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나는 그 냄새가 섞이지 않았으면 했다. 체취는 당혹스럽다. 너무 사적이고 너무 친밀하다.
궁금했던 극세사적 세계관이란 한 올 한 올 나만의 결대로 연결되는 삶의 방식이라고 한다. ‘섬세하다’, ‘예민하다’ 같은 몇 가지 워딩으로는 정리되지 않는 외부와의 거리를 선택적으로 조절하며 살아간다는 대목에서 내 일상에서의 여러 고민들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커피 중독자의 미세한 행복, 눈물은 출처를 모른다, 과잉 반추, 내향주의자의 반란, 슬픔을 허락하는 태도, 미루기의 낭만에 대하여, 사랑은 롤러코스터처 등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 느낌들을 풀어낸 글들을 즐겁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보고 나름의 교훈도 많았던 책이었다.
누군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피곤하게 산다고 고개를 절레절레할지도 모른다. 예민함으로 상대방도 본인의 마음도 속속들이 느끼고 반응하는 그녀의 삶이 남들보다 피곤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불안을 느끼는 상황이나 예민한 부분을 정확히 알고 이렇게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녀가 부럽다. 읽으면서 '아 나도 그때 딱 이런 기분이었는데'라는 부분이 꽤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 불편한 감정이 정확히 뭔지 몰랐다. 그저 기분이 좋지 않거나 짜증이 난다고 그 복잡한 감정을 뭉뚱그려 생각했다. 예전에 어느 티브이 프로에서 무작정 화를 내는 아이에게 그 감정의 진짜 이름을 알려주는 걸 본 적이 있다. 아이는 불편한 감정의 진짜 이유를 배움으로 본인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고 진짜 화가 날 때만 화를 내게 된다. 부모에게 자녀 육아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였는데 어쩐지 나는 그 프로를 보면서 나의 솔루션을 찾고 있었다.
아마 그녀는 본인의 감정을 들여다보는데 누구보다 많은 공을 들였을거다. 남들보다 조금은 더 예민하고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돌보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을거다. 어떤 사람은 이런 디테일한 감정선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본인의 감정을 잘 알고 다룰 수 있는 그녀가 누구보다 건강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이후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 사람들을 만나고 부디 끼고 집에 오면 즐거움보다는 여러 가지 생각들로 힘들고 지칠 때가 더 많았다. 그때는 그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성격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많지도 않은 인간관계를 내가 버거워하는 줄은 몰랐다. 코로나로 강제 거리 두기를 하면서 거절이 힘든 성격으로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고 만남으로 꼬리를 무는 고민을 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졌다. 주변에서는 코로나로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더 좋아진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혼자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도 가끔은 사람이 그립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작정 주변에 이끌려 나를 몰아넣기보다는 내 마음에 더 귀를 기울이고 싶다. 결국 내가 행복해야 건강한 관계도 맺을 수 있는 거니까. 나이가 들면서 나는 조금 덜 깍쟁이가 되고 있지만 거리를 두는 법은 조금 더 알아가고 있다.
나는 그들은 알고 그들은 나를 모르는, 그러니까 친밀감과 거리감이 완벽히 균형을 이루는 시간. 스타들을 따라 웃으며 배를 채웠더니 금세 다시 졸렸다.
p.131
자극을 기꺼이 견디고 쫓는 멋쟁이 서울 사람 말고, 끝없이 초원만 나오는 동네의 안 멋쟁이가 되기로.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