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80년대 초반부터 40여년간 원자력 분야에서 학업, 연구, 설계, 안전성 심사와 검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며 이론을 익히고 현장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원자력발전, 산업계 비파괴 시설 등 방사선 이용시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위험성과 안전에 대하여 정확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원자력의 탄생부터 핵무기 개발, 원자력발전, 방사선의 위험성, 원자력 규제,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하는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 등에 대한 저의 진솔한 생각들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이해를 돕는 데 쓰이길 바라며,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고 그 미래를 안전하고 유익하게 열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머리말」중에서
전기를 생산한 최초의 원자로는 EBR-1이라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에서 실험했던 원자로입니다. 1951년 12월 20일 오후 1시 50분에 전기를 200KW 생산했는데 이 때 사용된 원자로의 에너지는 그 7배인 1.4MW였습니다. 이 원자로는 맨해튼 프로젝트가 종결된 이후 원자력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발전을 위한 열원으로 사용한 최초의 시도였지요. 당시에는 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이 많이 부족할 것이라는 판단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이는 당시의 자원 탐사기술이 낙후되어 우라늄의 매장량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고민이었지 요. 하지만 지금은 자원 탐사기술이 발전해, 최근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앞으로 100여 년간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할 만한 충분한 양의 우라늄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원자력발전의 시작」중에서
원자력 에너지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원 중 가장 경제적입니다.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원에 비해서도 40% 정도 싸기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가 가진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용하고 있지요.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에너지 안보 확보 차원 등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독일, 폴란드, 불가리아 등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수입하는 국가들을 위협하는 무기로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렇듯 급변하는 국제 관계로 인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이 중요한 방안으로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원자력발전의 효용성」중에서
원자력발전소도 고품질의 기기를 사용하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설계했지만, 몇 번의 실패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더 안전한 시스템으로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기계를 만드는 것은 힘들지요. 인간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어느 정도 가상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어도 현실과 자연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시련을 내릴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사례에서 보듯이 원자력발전소에서의 중대사고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피해 및 주위 환경에 대한 영향은 상당합니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와 규제를 통해 원전 안전성을 가능한 최대 수준까지 높이는 게 중요하고요.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중에서
우리나라 원전은 정말 안전한가? 원자력 위험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염려가 커진 데에는 TMI-2,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서방의 기술선진국인 일본에서 발생하여 그 여파가 결정적이었고, 바로 인접 국가인 우리나라 국민들의 우려는 엄청났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전 중인 25기의 원전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큰 피해 없이 안전하게 제어 및 수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과 같은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 등이 없고, 과거 약 20년 동안의 수준으로 원전의 안전 관리가 유지된다 는 전제를 하였다. 원전의 사고를 100% 예방할 수는 없지만, 발생 가능성이 낮은 자연 재해나 인적 실수, 정비나 부품 불량, 기계적 고장, 전기적 고장, 화재 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국내의 원자력 발전소는 심층방어의 개념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기술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
---「원자력은 안전할까?」중에서
방사선사고는 방사선의 발견과 같이 시작된 역사이며 역사는 반복되게 마련입니다. 사고라는 불행과 실패에서 얻는 교훈은 성공에서 얻는 교훈보다 값지며 실패에 대한 정확한 분석만이 값진 교훈을 제공합니다. 실수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보다 진지하게 원인을 분석하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실마리가 거기 숨어 있을 것입니다.
사고에는 하인리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1: 29 : 300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1929년 미국 보험사에서 보험 일을 하던 하인리히는 5,000건에 이르는 산업재해를 분석하였지요. 그 결과 대형사고 1건이 발행하기 전에 비슷한 경상사고 29건이 있었고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크고 작은 사소한 징후가 300건이나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크고 작은 사고의 비율이 1: 2 9: 300이라는 법칙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반복이 된다면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지므로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큰 사고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큰 사고는 분명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방사선사고 발생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는 자세와 안전문화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방사선 시설의 안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