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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의 소크라테스

응급실의 소크라테스

: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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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의 소크라테스 (큰글자도서)
[도서] 응급실의 소크라테스 (큰글자도서)
곽경훈 저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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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의 소크라테스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58g | 130*200*16mm
ISBN13 9791191393316
ISBN10 119139331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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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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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만이 깊은 흔적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느냐, 그러니까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비교적 짧은 시간에도 어마어마한 흔적이 남을 수 있다.
--- p.7 「프롤로그」 중에서

원하는 말을 모두 내뱉고, 하고 싶은 행동을 모두 실행에 옮길 수는 없다. 무표정한 얼굴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말만 하는 것이 저항의 전부였다. 비굴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말과 행동에 그 이상의 저항을 표현하면 나뿐만 아니라 내가 몸담은 조직, 그러니까 병원 전체가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p.37 「권력자들」 중에서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며 계급제도를 옹호하지 않습니다. 보안업체 직원이 훔치거나 횡령한 돈으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돈도 없이 무전취식했다면 모를까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커피를 마신 것이 잘못입니까?”
--- p.56 「구제 불능의 이상주의자」 중에서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나직하게, 그러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사내의 충혈된 눈에 불안과 짜증이 떠올랐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물러서거나 움츠러든 기색 없이 사내의 눈을 바라봤다. 잠깐 팽팽한 침묵이 흘렀고 사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p.66 「중독자」 중에서

그런데 어느 날, 미스터 안정제가 사라졌다. 문득 기록을 뒤져 보니 벌써 6개월 이상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미스터 안정제 같은 중독자가 응급실에 걸음을 끊는 상황은 셋뿐이다. 교도소에 갇혔거나,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거나, 아니면 사망했거나.
--- p.78 「중독자」 중에서

도저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자의 의무 기록을 한층 자세히 살펴봤다. 심장내과 기록뿐만 아니라 다른 임상과에서 진료한 기록까지 모두 살펴봤는데 몇 년 전 소화기내과에서 진료한 기록이 있었다. ‘속이 답답하고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라고 호소하여 위내시경을 시행했는데 기록이 상세하지 않았다.
--- p.86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 중에서

의사 가운을 벗으면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평범한 중년 남자, 동네 아저씨일 뿐이다. 또 로봇 수술 같은 첨단 의학을 시도하는 사람도 아니며 의과대학 교수, 대형 병원 주임 과장, 외국의 유명 병원 연수 같은 항복으로 이력을 가득 채우는 부류도 아니다. 언뜻 보면 2차 병원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일반외과 의사일 뿐이다.
--- p.106 「고지식한 칼잡이」 중에서

먼 하늘부터 희뿌연 빛이 올라오며 밝아지기 시작하는 시간, 이제 두어 시간 후면 의료진과 행정 직원, 외래 진료를 위해 방문한 환자와 보호자로 병원에 활기가 넘치겠으나 아직은 불안한 고요가 맴도는 이른 아침에, 이마에 잔뜩 주름잡은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 끼고 소리치듯 ‘죽습니다’라고 말하는 일은 더욱 드물다.
--- p.115 「이방인」 중에서

환자의 상태가 기묘했다.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119구급대가 길거리에서 이송한 환자는 눈을 꾹 감고 있으려 애썼다. 자극을 주면 손이 움찔하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데도 눈을 뜨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환자는 의식을 잃은 것이 아니라 그런 것처럼 가장하는 상태였다. 간호사가 측정한 생체 징후 역시 모두 정상 범위였다.
--- p.153 「마음이 아픈 자」 중에서

의료인도 마찬가지다. 간호사가 잠깐의 태만으로 다른 약물을 투여하면 손도 쓸 수 없는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근육 주사를 준비할 때, 조금만 부주의해도 세균 감염이 발생한다. 의사는 말할 것도 없다. 의사의 부주의, 태만, 실수는 간호사가 만들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악몽과 재앙을 부른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자칫 가혹하고 부당한 괴롭힘을 정당화하는 것에 악용될 위험이 크다.
--- p.210 「닥터 스모크」 중에서

아무래도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환자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수배자란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병원의 행정 직원이 환자의 신원을 파악하면서 119구급대에 연락했고 그 연락이 경찰서에도 전해지면서 뒤늦게 사건의 담당 형사가 출동한 듯했다.
--- p.229 「가해자와 피해자」 중에서

닥터 미니멈의 행동은 완벽하게 합법이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지도 않고 교묘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적용하는 편법도 아니다. 도덕적 측면에서 따져봐도 닥터 미니멈 같은 행동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열정을 불태우는 행동은 존경하고 칭찬해야 마땅하나 그렇다고 닥터 미니멈의 행동에서 도덕적 문제를 제기할 만한 잘못은 없다.
--- p.248 「닥터 미니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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