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그 자체가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에 대한 정보
저자인 신창호 교수는 지난 십수 년 동안 대학에서 “배려의 철학”이라는 인문학 강의를 통해 많은 신입생들을 만났다. 저자는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요구하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며 이를 강의에 반영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도 ‘고려대 3대 교양’으로 회자되고 있다.
청소년 인문학 서적은 “어려운 개념을 다양한 비유와 사례를 통해 설명해주는 책”이나 “재미와 지식을 함께 전달해 주는 책”들은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목요연한 정리”, “저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책”도 많지만, 그렇게 얻은 지식을 실제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찾기 어려웠다. 신창호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부족한 것은 ‘정보’나 ‘사고’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에 도달하는 길’이나 ‘사고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우리는 12개의 키워드가 품고 있는 개념들을 익힐 것이다. 그리고 개념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필자가 말하는 ‘합리적인 사고'의 의미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를 둘로 나누고 있는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이해
“책을 비판적으로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흔히 내용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낸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물론 그런 의미도 있겠지만,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해한 내용을 분석해서 ‘대안적인 이해’의 방식을 찾는다는 것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교과서에서는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선택을 존중하며, 선택에 대해서는 ‘선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과서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보여주는데, 이는 아마도 스스로의 선택이 중요하지만 그 선택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저자는 ‘성선설→평등→협력→형평성→정부간섭→조화로운 사회’로 이어지는 진보적인 시고의 흐름과 ‘성악설→자유→경쟁→효율성→시장자율→풍요로운 사회’로 이어지는 보수적인 사고의 흐름을 보여주면서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남기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사안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그리고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것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선택한 것은 내가 선택한 것보다 합리적 사고를 진행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상당히 많은 양의 지식을 숙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내보이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획득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것을 제대로 꿰는 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도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자신의 생각을 합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의 노력으로 얻은 지식의 구슬을 실로 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좋은 ‘재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 제시나 간단한 방법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배운 지식을 자신의 관점으로 편집하고 업그레이드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하나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유는 구조화된 지식을 움직일 때 힘을 발휘한다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체계를 갖추는 일은 사유에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를 갖추는 일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도구는 우리가 복잡함이나 난해함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이 된다. 결국 지식을 구조화한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고, 하나의 도구를 마련하는 일이다. 도구의 본질은 ‘쓰임’을 찾는 것이다. 구조화된 지식을 통해 우리는 보다 효율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식은 우리의 사유 속에서 움직일 때에야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식도 지성도 부족한 부분을 무조건 채우기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스스로 구조화된 체계 속에서 사유하다보면 저절로 채워지는 부분도 생기고 반드시 채워야 하는데 아직 채우지 못한 부분이 드러나기도 한다. 결국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나 지식을 구조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이를 제대로 움직여보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 책의 장점은 각각의 장을 구성하고 있는 세부적인 내용을 이해한 다음,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맥락을 이해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함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