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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제타석 해독에 도전한 천재들의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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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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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12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666g | 152*225*30mm
ISBN13 9791191432947
ISBN10 119143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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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뒤의 한 고고학자를 상상해보자. 그의 모종삽이 흙 속에 묻힌 무언가 딱딱한 것에 부딪혀 쨍 소리를 낸다. 이 먼 시대에는 아무도 한때 미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음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아무도 영어를 하지 못한다. 영어로 쓴 것이 약간 남아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읽지 못한다. 모종삽 아래의 돌은 부분적으로 매끄러워 보인다. 그러나 척 보니 그것은 한때 커다란 덩어리였던 것이 깨져 남은 일부분일 뿐임이 감지된다. 그러나 매끄럽다는 것만으로도 맥박이 뛰게 하기에 충분하다. 자연 상태로는 그렇게 깔끔한 경우가 드물다. 자세히 보니 더욱 가능성이 높아진다. 돌에 새겨진 이 곧고 굽은 선들. 이건 어떤 새김글이 아닐까? 연구팀이 몇 주고 몇 달이고 그 새겨지고 이지러진 표시들을 힘들여 추적한다. 끝없이 거기에 대해 생각하고, 알 수 없는 부호 속에서 그 의미를 추측하려 애쓴다. 어떤 것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개지거나 닳았고, 어떤 것은 완전히 없어져버렸다.

OUR SC E AN SEV

어떤 학자들은 이것을 뒤에서부터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VES NA E CS RUO

이 추적은 어떻게 진행될까? 영어를 모른 채, 미국 역사를 모른 채 그들은 한때 신전에 있었던 이 돌에 새겨진 내용이 이런 말로 시작되는 것임을 알아낼 수 있을까?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87년 전’.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첫머리 부분)
---「프롤로그」중에서

이 수수께끼가 어째서 그렇게 어려운가가 우리 이야기의 핵심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흥미로워 보이는 수수께끼였다. 머리가 좋고 인내심이 있다면 아마추어라도 풀 수 있을 듯했다. 그것은 에니그마(2차 세계대전 중 나치스 독일이 사용한 암호 기계)가 만든 것과 같은 유명한 암호와 뚜렷이 대비된다. 아마추어는 에니그마 기계로 만든 암호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무작위적인 글자들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한 줄과 다음 줄을 구분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성체자로 쓰인 글은 새와 뱀, 타원형과 사각형 같은 그림으로 이루어져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올빼미는 이집트인들에게도 지혜를 의미했을까? 로제타석의 그리스어판에 나오는 왕에 대한 이야기가 성체자판에서는 어디에 나올까? 성체자가 그림문자라는 사실은 당장 서로 다른 두 방향을 가리킨다. 한쪽은 비관적인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것이 다른 문자들 거의 모두와 다른 형태의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쪽은 긍정적이고 더 중요하다. 바로 성체자가 그림이기 때문에 다른 문자들 거의 모두에 비해 덜 추상적이고 보다 접근하기 쉬운 문자 형태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에니그마를 이해하는 것만큼 버거운 일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영과 샹폴리옹과 그 이전의 모든 선구자들을 유혹하고 조롱했던 바로 그 퍼즐 조각들에서 실마리를 찾는 일에 뛰어들 수 있다.
---「3장 미궁에 빠졌던 까닭」중에서

문화와 역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샹폴리옹이나 영 같은 문자 해독자들의 작업과, 블레츨리파크의 추적자들 같은 암호 해독자들의 작업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다. 전시에 암호 해독자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았지만, 그래도 그들은 해결해야 할 명확한 문제가 있었다. 그들의 임무는 시계가 째깍거리고 세계가 불타는 가운데서 거대한 루빅큐브를 푸는 것과 비슷했다. 반면에 문자 해독에 대한 도전은 서기 700년의 실크로드나 서기전 2600년의 이집트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일과 비슷하다. 바꿔 말해서 전시의 암호는 퍼즐과 비슷하다. 속임수와 기계적인 과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속임수를 발견하면 암호를 해독하는 길이 훤히 열린다. 그러나 문자 해독자의 임무는 생물체처럼 진화하고 성장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것이다.
---「5장 아주 가깝고도 아주 먼」중에서

20세기 수학자 마렉 카츠는 리처드 파인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천재는 두 부류가 있다. ‘보통’ 천재와 ‘마법사’다. 보통 천재는 당신도 나도 그만큼 될 수 있는 동류(同類)다. 우리가 여러 곱절 나아지기만 하면 된다. 그런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없다. 그가 한 것을 이해하기만 하면 우리 역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마법사는 다르다.” 영은 마법사 부류다. 자신의 재능을 눈에 띄는 어떤 수수께끼로도 돌릴 수 있어 보인다. 그가 이집트에 관심을 가진 건 이집트의 매혹 때문이 아니라 그 시대의 가장 끌리는 수수께끼에 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샹폴리옹은 ‘그저’ 뛰어난 연구자였다. 소년 시절 이래로 이집트의 모든 것 속에 푹 빠져 살았다. 영은 수수께끼를 풀고 싶었다. 샹폴리옹은 한 문화의 모습을 밝히고 싶었다.
---「11장 두 천재 경쟁자」중에서

모든 다이아몬드 강도, 모든 은행 강도, 모든 탈옥의 성공 여부는 취약점 발견에 달려 있다. 보안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통로 구석이나 술을 좋아하는 경비원 같은 것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말이다. 암호 문자 해독자나 모든 종류의 추적자들에게 게임은 필연적으로 아주 약간 떨어져 있는 퍼즐 조각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장 시시해 보이는 단서가 노다지로 이어질 수 있다. … 결정적인 실마리는 더 작은 것일 수도 있다. 한두 해 전에 미국에서 대학 입학 스캔들이 터졌다. 고등학생이 썼다는 글에서 모든 마침표 뒤에 띄어쓰기가 두 번씩 되어 있는 것을 누군가가 발견했다. 젊은이들은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띄어쓰기를 두 번 한 것은 타자기 시대에 타자를 배운 열성 학부모의 분명한 흔적이었다. 작가이자 연극 연출가인 조너선 밀러는 한때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이 발견되었다.”
---「13장 실마리를 찾아내다」중에서

쓰기가 생겨난 까닭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는 중론이 있다. 그것은 심오한 사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국에서나 고대 서아시아나 이집트나 인도나 ‘신세계’에서나 자극제는 언제나 장사였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초기의 쓰기는 “여자는 밤처럼 아름답게 걷는다” 같은 식이 아니라 “도기 잔 2개를 영수함, 하나는 손잡이가 깨짐” 같은 것이기 십상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문학이 등장했다. 쓰기 자체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상업으로서의 쓰기에서 예술로서의 쓰기로의 전환은 느린 속도로 이루어졌다(그 긴 기간 동안에 노래와 구전 설화가 아마도 일반적이었을 것이다). 한 학자의 추산에 따르면 이집트에서는 쓰기가 세금 기록에서 이야기와 우화로 옮겨가는 데 천 년이 걸렸다. 그런데 쓰기의 한 가지 중요한 새 역할이 이야기 전달보다 훨씬 먼저 나타났고,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바로 선전으로서의 쓰기였다. 지배자들은 이 새로운 도구를 일찌감치 손에 넣었고, 기회만 있으면 자기네의 힘을 선포하고 자기네의 성스러운 임무를 기렸다. 왕의 자랑은 돌에 새기면 영원히 전해질 터였다.
---「21장 글쓰기의 탄생」중에서

동음이의어가 쓰기의 역사에서 한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좀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동음이의와 말장난을 우습게 보게 된 것은 오래지 않은 것이다. 세계 문학의 가장 잘 알려진 구절 가운데 하나는 동음이의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와가 아담에게 사과를 권하고 모든 문제가 그로부터 생겨났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사과는 나중에 이야기에 추가된 것이다. 기독교 성경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 정확히 어떤 종류의 과일이 열리는지 특정한 적이 없다. 〈창세기〉는 총칭으로서의 과일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사과는 히에로니무스 성인이 기독교 성경의 새로운 라틴어 번역본을 만든 서기 400년 무렵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히에로니무스는 라틴어 단어 ‘말룸(malum)’이 ‘사과’와 ‘악’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 데 착안해, 서방 세계 창세 신화 한가운데에 동음이의어를 집어넣는다는 기발한 생각을 한 것이다.
---「26장 소리와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중에서

해독에서는(번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찮은 단어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정관사는 악명이 높다. … alligator(악어)는 에스파냐를 거쳐 영어에 들어온 것인데, ‘도마뱀’을 의미하는 에스파냐어 el lagarto를 오해한 것이었다. 영어 사용자들이 el이 정관사인 줄 모르고 두 단어를 한 단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또 영어 사용자들은 지금도 에스파냐 남부에 있는 궁궐을 the Alhambra라 부르는데, 이는 the the Hambra라고 부르는 셈이다.)
---「28장 많이 나오는 단어를 찾아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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