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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김훈 병’과 운전면허 | 트리플 A형 | 꽐라가 되고 깨달은 것들 | 기자를 믿습니까 | 반려동물 전문기자 | 선배는 멋있었다 | 어디 대학 나왔다고? | 글자 수 맞추기 강박 |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하게 | 졸라 고독하구만 | 만병의 근원, 회사 | 회사에서 스트레스 안 받는 방법 | 회사가 싫어도 행복해지자 | 아빠와 코뚜레 | 연예인 인터뷰 | 악플이라도 좋아요 | 디지털 세컨드 | 나의 호구 엔딩 | 인도인 | 난쟁이 아저씨와 오토바이 총각 | 일하긴 편하겠네요 | 제목 전쟁 | 제목에는 정답이 없다 | 화가 날 땐 화장실로! | 기레기였던 내 업보지 뭘 | 꿈꾸기 싫어요 | 기자의 글쓰기는 없다 | 기렉시트 |
저강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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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사이엔 ‘김훈 병’이라고 불리는 병이 있다. 기사를 쓸 때 단문을 고집하며 저 홀로 세상 달관한 척, 그럴듯하게만 쓴 글을 가리킨다. 기사 내용과 취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표현의 용례는 ‘저거, 저거 김훈 병 걸렸구만’. 나도 꽤 오랫동안 김훈 병 환자였다. 그를 따라 한답시고 필사까지 해봤지만 괜한 수고였다. 종이 낭비, 잉크 낭비, 체력 낭비였다. 김훈은 김훈이고, 찌랭이는 찌랭이였다.
--- p.11 전화를 걸 때뿐 아니라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까만 액정이 흰색으로 빛나며 낯선 번호가 뜨면, 휴대폰의 진동이 내 가슴까지 윙윙 전해져 왔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끊어라, 끊어라’ 하며 잘못 걸려 온 전화이길 바라는 것뿐이다. 전화를 받는 순간은 정말이지 안 받으면 안 될 때다. 선배들의 ‘취재 지시’ 전화를 받지 않아, 회사에 복귀하면 뒤지게 욕먹을 것 같을 때다. 물론 그것도 가능하면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 심호흡을 한 100번쯤 하고 받는다. --- p.21 가끔 대학 동기를 만난다. 아직도 내 잘난 시절을 기억하는 놈들이다. 친구들은 그때의 내 이야기를 무용담으로 늘어놓는다. “저 새끼, 교수님한테 개길 때부터 알아봤어” “기자 될 줄 알았어”. 얘들아 이제 그 녀석은 없다고, 술기운에 울며 부르짖어도, 그들은 저 새끼 또 겸손 떠는 척한다고 날 욕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기사 쓰는 법’을 찾았던 수많은 검색 기록을 슬며시 지운다. 쓰디쓴 소주만 들이키며 옛 시절을 떠올린다. 아, 졸라 고독하구만. --- p.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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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욜로를 지나 이제는 ‘조용한 퇴사’가 대세다. 저자는 본인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모조리 찾아봤던 기자 출신으로, 대세에 따라 ‘딱 욕먹지 않을 만큼만 일하자’고 설파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욕먹지 않을 만큼 일하려면,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한다. 저자 역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스스로를 변태라고 말할 정도로 글자 수 맞추는 것에 강박을 느끼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던 주제를 취재하고, 인정받지 못하면 타일을 내리치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심히 살았군... 그런데 ‘욕먹지 않을 만큼만 일하자’고? 저자 역시 어쩔 수 없는 노동자였다. 독자들에게는 ‘회사에서 스트레스 안 받는 방법’을 강구하자고 해놓고 저자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다. 어쩌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건, 열심히 일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지금 하는 일이 원하는 일이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행복을 느끼”라고,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다면 적어도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회사 때문에 그 행복마저 부정하거나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힘을 내서 출근한 당신에게, 속으로 욕 대신 이 말을 외쳐보기를 바란다. “난 그래도 할 만큼 했어, 이 정도 행복할 자격은 충분해, 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