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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004
1장 Mr. A #1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 015 #2 안젤리카 극장에서 019 #3 그림은 힘이 세다 022 #4 Calling You 026 #5 고통의 파티 030 #6 시간은 상처를 제외한 모든 것을 치유한다 035 #7 그게 사랑이었을까? 039 #8 그대가 밟는 것은 내 꿈이오니 043 #9 해피 투게더 047 #10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051 2장 장엄한 폐허 #11 시간은 이데올로기다 057 #12 다이아몬드여 영원하라 062 #13 꽃이 져도 죽지 말아라 066 #14 오래 걸으려면 천천히 걸어라 070 #15 사랑은 지는 게임 075 #16 만일 내 남자가 잘못된 전쟁을 지지한다면 081 #17 당신은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나요? 086 #18 우리만의 외계어로 091 3장 총성과 음악 #19 당신의 장미와 캔디가 거짓이었다 해도 101 #20 가장 좋은 시간은 저녁이다 108 #21 인간은 선물하는 동물이다 113 #22 실낱같은 희망도 여기까지다 117 #23 이젠 너무 늦었다 124 #24 아름다운 나의 친구여 131 #25 카드뮴 옐로 라이트 140 #26 더 높이 날아도 돼 148 #27 사랑이라는 외계생물 156 4장 사랑과 불안의 책 #28 오래 살수록 행복해진다 165 #29 밝은 상점들의 거리 172 #30 달에 간 사람들처럼 180 #31 인간은 향수를 발명한 존재다 189 #32 우리가 했던 모든 일이 사랑이라면 197 #33 다시, 바그다드 카페에서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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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가 온몸에 폭탄을 장착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자폭하는 모습을 영화 속에서 보면서, 저것도 사랑이구나, 정말로 끔찍한 사랑이구나 싶었어요. 자살 폭탄 같은, 가미카제 특공대 같은, 그런 사랑은 이제 그만.
--- p.38 스톡홀름 감라스텐의 낡고 오래된 골목길에 해가 질 무렵 가스등이 하나씩 둘씩 켜지면, 스웨덴이 낳은 영화감독 ‘앙리 베리만’의 우울한 영화들이 떠올라요. 없는 것 없이 풍요롭지만 고독하고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한 곳, 자살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곳, 그곳이 아니었다면 남편을 한눈에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 p.41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종종 왜 우리가 좀 더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 아쉬워하죠. 하지만 어떤 만남도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지 않아요. 이르면 이른 대로 늦으면 늦은 대로 그때만이 누릴 수 있는 사랑의 계절이 있을 테지요. --- p.50 세상 어디서나 꽃이 피는 계절, 꽃은 우리 마음과 아무 상관 없이, 아니 꼭 우리 마음처럼 흐드러지게 피고 있네요. 저 꽃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알 수 없어도, 꽃은 늘 내일도 살아남으라는, 꽃이 져도 죽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 p.68 그저 사랑은 명멸하는 불꽃 같은 거라고. 그저 하나씩 둘씩 꺼져가다 드디어는 캄캄한 순간이 오고야 말 생의 불꽃 같은 거라고. 그러니 춤도 사랑도 삶도 캄캄해질 때까지, 더 이상 못할 때까지 계속하는 거라고. 긴 여행을 떠났을 때 실컷 구경 잘했다, 그런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 죽음도 그렇게 맞을 수 있다면 최고가 아니겠냐고. --- p.83 이 삶이 어디에서 내려야 할지 모를 난민들을 가득 태운 배라 할지라도 노를 저어 가보자구요, 오늘도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고 누군가는 아이를 낳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실의에 빠져 강물에 투신하지만, 그 모든 세상의 풍경들이 다 지구라는 난파선에 타고 있는 우리들 생존의 풍경이겠지요. --- p.146 사랑이 귀여운 마술일 때, 사랑은 아름다워요. 며칠 전에 누가 보내준 영상 중에 키가 182cm에 83kg의 남자가 아주 작은 상자 안에 몸을 구부리고 들어가 앉아있는 마술을 보았어요. 집중과 명상에 의한 고난도 마술이라는데 그보다는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는 묘기였어요. 그쯤 고난도의 사랑에 이르면, 사랑은 자폭하기 일쑤죠. --- p.158 참을 수 없는 오열이 먹먹한 슬픔으로, 그 슬픔이 삭아 허망한 쓸쓸함으로 남은 떠나간 사람의 자리, 누군가 완전히 잊힌다는 건 그를 애도하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사라진다는 것이겠지요. --- p.199 전쟁이 휩쓸고 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나 역시 장엄한 폐허의 바다를 보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죽고 나면 그 폐허의 바다에 도달하겠지요. 적막함 때문인지 달과 전쟁터는 많이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나는 왜 세상의 모든 적막함을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갔던 것일까? --- p.208 그 길고 지루하고 끝이 없는 우리들 인생의 불안을 묘사한 ‘불안의 책’ 속에서 나는 많은 위안을 느꼈다는 걸 고백합니다. 몸과 마음을 지닌 모든 생물은 아프고 괴로운 가운데, 드물게 작은 행복들을 누리다가 결국 이승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기도합니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아니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 p.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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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고독했던 시절, 그때는 몰랐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던 시절,
내 어깨를 어루만져준 영화 한 편으로부터 이 편지는 시작된다.” 이야기는 오래전 뉴욕의 한 화랑에서 스쳐 지났던 두 사람이 SNS에서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며 전개된다. 화가와 의사라는 이질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신뢰하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촉매가 되었던 건 영화 〈바그다드 카페〉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되지만, 단 한 번도 만남도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아니, 애초에 두 사람은 만날 수 없는 존재였다. 독자는 소설 말미의 반전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순간 실체가 사라진 사람과의 사랑. 저자는 저자의 말에서 이 소설이 “상상의 대상을 향한 끝나지 않는 편지이며, 사랑과 불안, 전쟁과 평화, 그리고 불멸의 이야기”임을 밝힌다. ‘불멸’은 실체의 ‘소멸’로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구체적 대상이 사라진 사랑은 실재와 환상의 경계에 뿌연 안개로 남는다. 어쩌면 사랑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인지도. 삶의 어둡고 긴 골목 끝에서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당신이 기다려주면 좋겠습니다 오로지 SNS로 소통하는 두 주인공은 사랑의 감정을 품지만, 그 사랑에는 어떤 지점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도, 이루고자 하는 성취의 욕망이 없다. 언젠간 두 사람이 설정해놓은 가상의 공간 ‘바그다드 카페’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그건 이생에서는 지켜질 수 없는 영혼의 약속 같은 것일 것이다. 다만 세상 곳곳에서 집단테러가 자행되고 이슬람 IS가 전 세계의 젊고 외로운 늑대들을 전쟁 속으로 유인하던 극도로 불안한 세상 속에서 두 주인공은 끝없이 자신의 내면에 고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서로의 외로움을 위무한다. 그사이에 찾아드는 고요와 평화의 순간들, 그게 그들이 공유했던 사랑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인간성 진화의 불가능함에 대한 절규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의 사이사이에 일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희망과 치유에 대한 서사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