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부딪히는 모든 갈등의 순간에 우리에게는 길을 잃지 않을 나침반이 필요하다. 좋은 이론은 어두컴컴한 현실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북극성과도 같다. 도대체 우리 교사들은 언제 교실에서 길을 잃는 것일까?
---「들어가는 말 : 모든 게 교실에 필요했다」중에서
교사가 된다면 꼭 해야겠다고 다짐한 것 두 가지가 있다. 헤어지는 날 학생 모두에게 선물하는 손편지 써주기와 학생들과의 개별 면담이다. 알파벳도 모르고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1학년 3월 말에 치른 영어 시험에서 96점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알파벳을
모르는 게 나뿐이라는 걸 알고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결과였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내가 기울인 노력을 알지 못했다. 알파벳도 모르던 아이가 영어 성적 96점을 받은 것은 남의 것을 훔쳐봤기 때문일 거라고 의심했다. 칭찬과 격려를 기대하고 선생님과 함께 들어간 교무실에서 나는 따귀를 맞고 바닥에 엎드려 재시험을 봐야 했다.
---「1부 1장 학생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중에서
아이들에게 우정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아이 대부분은 학교폭력이란 말에는 익숙해도, 우정이란 말은 낯설어한다. 거꾸로 말해서 학교에서 우정을 가르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우리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더 많이 얻는다 We get more of what we focus on’이라는 말처럼, 지금 우리의 교육은 학교폭력보다는 우정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서 아이들의 친사회성을 길러주어야 한다.
---「1부 2장 학생을 이해하는 두 가지 관점」중에서
사실 아이들이 지켜야 할 규칙은 두 가지뿐이다. 매사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베풀고 있는가? …… 아이들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을 내적 동기라고 한다. 이것을 갖추면 배우는 게 즐겁고 나날이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뿌듯해한다. 타인과 비교하기보다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충실감을 느낀다. 가까이 있는 친구들을 소중히 여길수록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2부 1장 학급경영의 원칙과 다짐: 첫 번째」중에서
학교라는 곳을 보자. 교실이란 공간에서는 오해와 갈등이 생겨도 피할 수 없다. 대화해야 하고 화해해야 마음 편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런 어쩔 수 없는 제한적 조건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된다. 서로를 이해할수록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나와 같은 발달을 거치는 낯선 타인을 통해 나를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미성숙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미성숙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자신을 그려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친구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미성숙한 자신을 돌아보고, 보다 성숙한 자신의 미래를 꿈꿔볼 수 있다. 그 과정을 지켜보고 지지하고 격려해줄 교사가 있다. 학교가 아니고서는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이다.
---「2부 2장 학급경영의 원칙과 다짐: 두 번째」중에서
날마다 아이들과 부딪친다.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며 인생은 한 방이라고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아이, 학교는 감옥이고 교사는 간수이며 학생은 죄수니까 우리는 학교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아이, 부모가 낸 세금으로 선생님 월급을 주는 거라며 선생님이 잘못하면 우리 부모님이 혼내러 올 거라고 말하는 아이, 지능은 정상인데도 자신의 아빠가 머리가 나쁘니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사방이 콘크리트 벽으로 꽉 막힌 방 안에 홀로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2부 3장 학생과 함께하는 교사」중에서
미성숙한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오직 하나, ‘타인을 향한 무관심’뿐이다.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쳐다보지 않고, 함께하지 않아야 방관자가 될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덕분에 모든 보호자의 불안도 점점 높아져만 간다. 높아진 불안만큼 학교를 의심한다.
---「2부 4장 가족과 함께하는 학생」중에서
과연 아이들에게 우정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학창 시절에 평생의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오히려 서로에게 관심을 끊는 것이 스스로를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만들지 않는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과연 사람의 말과 행동을 폭력의 프레임으로만 해석하도록 만드는 게 아이들을 위한 일일까? …… 거듭 강조하지만, 질문이 생각의 방향을 결정한다. 언어가 생각의 범위를 제한한다.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은 달라진다.
---「2부 5장 친구과 함께하는 학생」중에서
첫째, 왜 교사가 되었는가? 둘째,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이 두 질문은 교사로서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우리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임을 깨닫게 했다. 그저 옆 반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고 함께 노력하는 동료이자 동지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 ‘교실 안에서 벌어진 일을 교실 밖으로 가져오지 말라’라는 학교문화 속에서 근무하다가, 내 일처럼 걱정하고 함께 고민하는 동료 교사 집단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교사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일종의 불가침 영역이었던 각 교실의 학생생활지도 방식을 스스로 드러내면서 함께 더 나은 지도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활기찬 문화가 만들어졌다.
---「2부 6장 동료와 함께하는 교사」중에서
모든 부모는 자신의 자녀를 잘 키우고 싶어 한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잘 키우는 방법을 배울 곳이 없다. 배울 시간도 없다. 가만히 앉아서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괴로워하는 아이 부모들을 비난하기보다 교사로서 더 나은 부모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주 한 가지씩 자녀 양육에 관한 팁을 주간학습 안내를 통해 보내드린다.
---「2부 7장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사」중에서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필요한 식습관, 수면 습관, 운동 습관을 갖게 도와주는 곳, 사람과 사회, 사람과 자연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게 해 균형 있고,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는 곳, 새롭고 다양한 타인과의 관계 경험을 제공해 외로움 대신 친밀감을, 고립 대신 우정을 배우고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곳. 이곳이 바로 학교이고 교실이 아닐까?
---「나가는 말 : 모두의 더 나은 최선을 위해 존재하는 곳, 학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