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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걷기 클럽 때문이야
1부 얼렁뚱땅 걷기 클럽 2부 여름날의 걷기 3부 마라톤 걷기 대회 에필로그: 안녕, 마지막 어린이 작가의 말 |
글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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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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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든 열세 살들에게
오다은 어린이 PD (daeun@yes24.com)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아마 다른 운동보다 쉽고 또 간편하며 가장 중요한 기초 운동으로 여겨서.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걷기 운동 붐에 나타난 당돌하고 유쾌한 열세 살들의 걷기 클럽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열세 살 윤서는 학교 활동으로 꼭 운동 클럽에 가입해야 한다는 규칙이 거슬립니다. 친구도, 운동도 모두 귀찮기 때문이죠.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인기가 없을 것 같은 '걷기 클럽'을 만들겠다고 우기지만, 뜻밖의 지원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윤서는 얼렁뚱땅 걷기 클럽의 클럽장이 됩니다. 정의롭지만 오지랖이 넘쳐 오강은이라 불리는 강은, 단짝친구들과 떨어져 가려던 클럽에 가지 못한 혜윤, 운동 빼고 모든걸 잘하는 재희. 오합지졸 네 명의 열세 살들은 걷기 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보폭과 속도로 걸어가듯, 아이들은 각자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고민부터 쉽게 털어놓지 못할 남모를 상처까지. 걷기 클럽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공감을 하기도, 해결법을 찾기도 하면서요. 오롯이 그 또래만이 해줄 수 있는 위로는 서로에게 동력이 되어 자신의 두 발을 내디뎌 앞을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함께 걸어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승패와 경쟁이 없고, 누군가의 보폭에 맞춰 때론 앞에서 끌어주고, 때론 뒤에서 밀어주며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걷기는 참 멋진 운동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마치며 저도 오늘은 제 마음과의 걸음을 맞추어보며 주변을 천천히 걸어볼까 합니다. |
학교에 새로 생긴 ‘운동 클럽’ 활동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가장 인기가 없을 것 같은 ‘걷기 클럽’을 만들겠다고 고집한 윤서. 그런데 뜻밖의 지원자들이 나타나 얼떨결에 클럽장이 된다.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는 윤서, 정의로운 오지랖쟁이 강은, 가려던 클럽에서 밀려난 혜윤, 공부는 잘하지만 운동은 젬병인 재희는 일 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걷게 되었다. 걷는 속도부터 말투, 고민까지 너무 다른 네 친구는 걸음을 맞추듯 마음을 맞추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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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고 싶은 아이, 클럽장이 되다
새로운 동아리 활동인 ‘운동 클럽’이 생긴다는 소식에 교실이 떠들썩하다. 인기 있는 클럽에 들어가려고 앞다투어 손을 들고, 친한 아이들끼리 같은 클럽에 들어가려고 실랑이가 한창인데 윤서는 그 모든 일에 관심이 없다. 마지못해 걷기 클럽에 들어온 뒤에도 윤서의 태도는 뜨뜻미지근하다. 클럽 활동에 적극적인 강은이를 부담스러워하고, 재희와 혜윤이는 같은 반인데 이름조차 제대로 모른다. 담임선생님 말처럼 전학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일까? 엄마 말처럼 사춘기여서? 하지만 사실 윤서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죄책감이 있다. 나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방과 후에 만나는 일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나는 친구 사귈 자격이 없다. 가장 친한 친구를 배신한 나는 외로워도 싸다. (28쪽) 전학 오기 전, 윤서는 단짝 친구 채민이가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채민이는 비밀로 해 달라는 부탁했지만 윤서는 그 사실을 어른들에게 알렸다. 채민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채민이는 가족과 떨어지게 되었고, 전학 가는 순간에도 윤서를 원망했다. 그날 이후, 윤서는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열세 살의 걷기 클럽』은 윤서의 변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윤서는 걷기 클럽 활동을 하며 조금씩 주변을 바라보게 된다. 낯설기만 한 학교 시계가 조금 느리다는 것도, 하굣길에 늘 오가는 아파트에는 혼자 집을 찾아갈 줄 아는 강아지가 살고, 호수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데에 30분이 걸린다는 것도 모두 걸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 ‘걷기’를 선택한 윤서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함께 걸을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오직 또래만이 할 수 있는 치유와 위로 목요일마다 두 시간씩 걷는 게 전부일 줄 알았던 클럽 활동이 윤서의 일상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윤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운동장이 아닌 교실에서, 학교에서, 학교 밖에서 걷기 클럽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지켜본다. 그 무렵, 원래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이 혜윤이만 빼고 채팅방을 만들었다는 걸 6학년 1반 아이들 모두가 알게 된다.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이 주의를 주었지만, 대놓고 따돌리는 게 아니니 마땅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윤서는 괴로워하는 혜윤이를 그냥 보아넘기지 못한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래도 한 명 빼고 팔찌 맞추고, 의자 네 개만 있는 곳에서 밥 먹는 건 좀 치사하지 않냐?”(54쪽) 직설적인 혜윤이를 보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려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따돌리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윤서와 강은이는 자연스러운 핑계를 만들어, 필라테스 클럽으로 옮긴 혜윤이가 걷기 클럽에 돌아오도록 한다. 혜윤이를 시작으로 걷기 클럽 아이들이 품은 고민이 하나둘 드러난다. 못하는 게 없어 보이는 재희는 최근 좋아하는 아이가 생기자, 자신이 매력 없어 보일까 걱정이다. 정의로운 강은이는 친구를 도우려다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썼다고 고백한다. 1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고민부터 남다른 상처까지, 걷기 클럽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진심으로 공감하고, 대신 화내기도 하며, 머리를 맞댄 채 진지하게 해결법을 고민한다. 윤서조차 엄마 아빠, 상담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픔을 친구들에게 내보인다. 어른들은 으레 사춘기라 그렇다고, 자라면 해결된다고, 무엇은 옳고 그르다고 정답을 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린이에게는 진심으로 공감해 줄 상대가,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하기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어른은 이해하지 못하는, 알고도 맡아 주지 못하는 역할을 또래들은 진지하게 수행한다. 생활 동화부터 판타지, 스릴러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김혜정 작가의 작품에 늘 빠지지 않는 ‘마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또래’들이다. 『열세 살의 걷기 클럽』은 그 마법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따뜻한 이야기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걷는다는 것 사기를 당할 뻔한 할머니를 도와 드린 일로 강은이가 뉴스에 등장하자, 강은이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과거의 학교폭력과 강은이네 집안 사정에 대한 가짜뉴스를 온라인에 퍼뜨린다. 누구보다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강은이는 걷기 클럽에도, 학교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친구를 도와주다 상처입었지만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하겠다’던 강은이는, 채민이를 도와준 일을 내내 후회하던 윤서에게 가장 힘이 되는 존재다. 윤서는 처음으로 친구들을 북돋아, 매일매일 강은이에게 편지를 쓴다. 우리가 여기에 있으니, 너는 언제든 돌아오라고. 『열세 살의 걷기 클럽』은 걷기 클럽 아이들이 함께 걸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은 동화다. 아이들은 계절이 바뀌는 것만큼이나 분명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변해 간다. 빨리 걷고 싶은 날은 앞서가고, 걷기 싫은 날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비밀을 속삭이느라 조금 멀어졌다가 친구의 목소리에 걸음을 서두르고, 당연한 듯 옆 사람의 손을 잡는다. 혼자 남는 걸 두려워하던 아이도, 상처받기 싫어서 혼자가 되려던 아이도 잠시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걸 자연스럽게 여긴다. 계속 걷다 보면 만날 수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