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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어진 글 / 클로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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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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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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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삼각샤프(포함 유아/어린이/청소년 2만↑, 포인트 차감, 한정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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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천장까지 이어진 투명한 기둥 모양의 에어 샤워실은 밖에서 보면 꼭 수족관처럼 생겼다. 그래서인지 그 안에 들어갈 때마다 나로는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본 바다 생물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샤워실에 입장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함께 헤엄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곧 샤워실 문이 닫히고 사방에서 공기 방울이 뿜어져 나오자, 강력한 압력과 소리 때문에 그런 기분이 온데간데없이 날아가 버렸다.
--- p.57
하늬 선생님이 어릴 때도 봄은 봄이 아니었다. 누런 먼지 태풍에 뒤덮여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희뿌연 계절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여태껏 점점 더 심해지기만 했다.
“가상으로라도 봄을 느껴 봐야 그걸 알지 않겠어? 그래야 되찾고 싶어지기고 할 테고. 여러분은 높은 학년이니만큼 이제 이런 이야기를 같이 해 보고 싶어.”
--- p.63
“봄.”
그 말을 되뇌자 연한 노란색 티와 청바지를 입고 긴 머리가 어깨 아래에서 찰랑거리던 여자아이 모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총총하던 눈빛과 야무졌던 입매도 생각이 났다. 그러나 그 모습 위에 씨 뿌리던 아주머니가 겹쳐지고, USB를 건네던 벙거지 아저씨 모습도 겹쳐지면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안개 뭉치처럼 모두 흐려져 버렸다.
--- p.122
나로는 보안마스크 렌즈 밖으로 보이는 뿌연 세상이 언제까지나 이대로 똑같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 그루 한 그루 나무가 늘고, 그곳에 새잎이 나고 꽃이 피면 나비와 벌이 돌아오고 새가 돌아오고 봄이 돌아올 테니까. 한두 그루 나무는 먼지 태풍에 뒤덮이고 말겠지만, 나무가 늘어나고 늘어나 숲을 이루면 먼지층을 뚫고 햇빛을 쏟아져 내리게 할 수 있을 거다. 나로 마음속에서 나무들이 한 그루 한 그루 땅을 뚫고 솟아나 우쑥우쑥 가지를 펼치기 시작했다. 숲이 우거지기 시작했다.
--- p.57
하늬 선생님이 어릴 때도 봄은 봄이 아니었다. 누런 먼지 태풍에 뒤덮여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희뿌연 계절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여태껏 점점 더 심해지기만 했다.
“가상으로라도 봄을 느껴 봐야 그걸 알지 않겠어? 그래야 되찾고 싶어지기고 할 테고. 여러분은 높은 학년이니만큼 이제 이런 이야기를 같이 해 보고 싶어.”
--- p.63
“봄.”
그 말을 되뇌자 연한 노란색 티와 청바지를 입고 긴 머리가 어깨 아래에서 찰랑거리던 여자아이 모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총총하던 눈빛과 야무졌던 입매도 생각이 났다. 그러나 그 모습 위에 씨 뿌리던 아주머니가 겹쳐지고, USB를 건네던 벙거지 아저씨 모습도 겹쳐지면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안개 뭉치처럼 모두 흐려져 버렸다.
--- p.122
나로는 보안마스크 렌즈 밖으로 보이는 뿌연 세상이 언제까지나 이대로 똑같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 그루 한 그루 나무가 늘고, 그곳에 새잎이 나고 꽃이 피면 나비와 벌이 돌아오고 새가 돌아오고 봄이 돌아올 테니까. 한두 그루 나무는 먼지 태풍에 뒤덮이고 말겠지만, 나무가 늘어나고 늘어나 숲을 이루면 먼지층을 뚫고 햇빛을 쏟아져 내리게 할 수 있을 거다. 나로 마음속에서 나무들이 한 그루 한 그루 땅을 뚫고 솟아나 우쑥우쑥 가지를 펼치기 시작했다. 숲이 우거지기 시작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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