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무슨 일이든 다 할 테니, 제발 그것만은 참아 주세요.”
하느님이 빙긋이 웃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너희가 이렇게 된 원인은 경쟁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너희를 두 개 조로 나누겠다. 천국까지 더 많은 영혼을 안내한 조는 살아남고, 영혼이 오지 않게 된 조는 은하수 공사를 시키겠다. 이 계획에 따르겠다면,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은 한동안 보류하지.”
그리하여 천사들은 싫든 좋든 두 개 조로 나뉘게 되었다.
“한쪽은 가브리엘이 사장이다. 가브리엘 쪽 입구는 여기에 만들어라. 다른 한쪽은 미카엘이 사장을 맡기로 하지. 미카엘 쪽 문은 저쪽에 만들어라. 부정한 짓은 하지 말고, 정정당당히 경쟁하도록.”
이렇게 되니, 천사들도 경쟁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패배하면 큰일이다. 가브리엘 회사는 천국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모아 문을 아름답게 장식했고, 미카엘 회사는 깨알처럼 빛나는 무수한 별들을 모아 휘황찬란하게 장식해서 영혼을 불러들이려 했다.
“으음, 저 정도면 됐어. 천사들의 불평을 막으려면 일을 시키는 게 최고야.”
---「천사 고과考課」중에서
승진이나 성공이라는 단어는 역시 효과적이다.
“얼마에 파시나요?”
이렇게 나오게 마련이다. 나는 숫자를 입 밖에 낸다.
“고가라고도 할 수 있지만, 10년이나 보증해 드립니다. 이것 덕분에 남편분의 승진 가능성이 높아지는 부분을 감안하면, 이상한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너무 오래 방해를….”
이렇게 말하면서 장치를 떼는 척하면, 대부분은 그쯤에서 가닥이 잡히게 마련이다.
“어머, 우리도 살게요.”
“하지만 그러면 제가 영업 사원으로 찾아뵌 게 되니 처음에 한 말과 다릅니다. 그런 건 제 체면상 좀 난처합니다만….”
얼굴을 찌푸리며 상대를 은근히 종용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장치를 파는 게 아니고, 사색의 시간을 파시는 거니까 너무 난처해하실 필요 없어요.”
“그럼, 장치를 제대로 설치해 드리죠. 쓰레기통은 어디 있습니까? 자, 이렇게 해 두면, 쓰레기만 이 파이프를 통해 쓰레기통으로 직행합니다. 어때요, 정말 속이 후련하지 않습니까? 자 그럼, 이걸로 생긴 여유 시간을 부디 유의미하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아, 대금은 기회가 되실 때 주셔도 됩니다.”
---「사색 판매원」중에서
─여러분, 쇼는 이제 7분 후에 시작합니다. 자녀분에게 꼭 보여 주십시오.
텔레비전에서는 다시 음악 소리만 흘러나왔다. 남편이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우리 애는 텔레비전 쇼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그건 알죠.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안 돼요. 연구가 언제 완성될지 모르잖아요. 그때까지는 텔레비전 쇼를 보여 주는 노력이라도 계속해야죠.”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정부에서 제공하는 쇼를 방영해 드리겠습니다. 자녀분과 함께 편안하게 감상해 주십시오.
새로운 음악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어른들에게는 음란한 감정을 자극하는 멜로디였다. 음악과 함께 컬러텔레비전 화면 양쪽 끝에서 남자와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춤을 추며 몸에 걸치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어 던졌고, 마지막 속옷까지 다 벗고는 서로에게 다가가 끌어안았다.
아이들에게 인류에게서 급속히 사라져 가는 성욕을 어떻게든 심어 주기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호화로운 쇼. 이 쇼는 이렇듯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었건만, 그저 덧없이 방영될 뿐이었다.
---「텔레비전 쇼」중에서
한잔 어때?
품에 안은 구슬에서 유혹의 감촉이 전해졌다. 남자는 길가에 주저앉아 무릎 위에 구슬을 올렸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애써 우주의 장대함을 떠올리며, 손가락을 버튼에 얹었다. 그러나 손가락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빨리 눌러.
구슬은 차가웠고, 별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는 다시 우주의 장대함을 떠올리며 결심을 굳히고, 버튼을 눌렀다.
옛날의 사형은 죽을 각오를 한 번만 다지면 끝났겠지만, 이 구슬은 몇 번이고 계속해서 죽을 각오를 요구했다. 그리고 옛날 사형은 다른 사람이 강제로 죽여 줬지만, 이 방법은 반드시 찾아올, 언제일지도 모를 기일을 스스로 재촉해 가는 것이었다.
절규. 자기 안의 모든 것, 지구에서 품었던 불만, 이별에서 시달린 고뇌를 모조리, 한꺼번에 토해 내듯 처절한 절규를 부르짖었다. 주위 상황이 조금 변한 게 느껴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모든 게 다 씻겨 내려간 기분이었다. 구슬을 보았다. 구슬은 어느새 표정을 되찾아 한 번도 본 적 없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제 좀 눈이 뜨였어? 결국 똑같잖아.
뭐가 똑같다는 걸까? 아, 그렇지. 그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이것은 지구의 생활과 똑같았던 것이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죽음. 스스로 매일 죽음의 원인을 만들어 내며, 그 순간을 끌어당긴다. 이곳의 은색 구슬은 작고, 그래서 신경이 쓰일 뿐이다. 지구의 그것은 거대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정도 차이뿐이다. 왜 지금껏 그걸 깨닫지 못했을까.
이제야 깨달았나 보네.
구슬이 상냥하게 웃었다. 그는 구슬을 끌어안고 버튼을 눌렀다. 처음으로 침착한 마음으로 누를 수 있었다.
---「처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