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네 선생님, 새 학기를 시작하고부터 늘 궁금했어요. 도대체 수학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선생님은 눈꺼풀을 깜박이기 시작했어.
“무슨 뜻이죠?”
“우리 인생과 수학 문제가 무슨 관련이 있어요? 우리가 배우는 건 중요한 것들이잖아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쓸모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파이케가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어. 마치 속삭이는 듯했지.
“맞아요!”
“맞아요, 선생님!”
키아라가 소리쳤어. 마노도 거들었지. 반 아이들 거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어.
불은 그렇게 붙기 시작했어. 아이들은 마른 종잇장 같았지. 선생님은 성냥이었어. 마노가 엿들은 이야기는 갑자기 붙은 불꽃이었고, 이제는 온 교실에 불이 번졌어. 수학 수업에 대한 의문의 불이 말이야.
--- p.7
“음, 잘 들어 봐요, 이렇게 합시다. 수학 교과서의 절반을 없앨 거예요. 나머지 절반은 여러분이 채우는 거지. 각자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만들어 오세요. 여러분의 일상과 관련이 있거나 진짜 흥미롭게 생각하는 질문으로요. 여러분에게 중요하기만 하면, 어떤 것이든 다 괜찮아요. 말하자면…… ‘쓸모 있는 수학’ 수업을 해 보는 거예요!”
“야호! 야호!”
마노가 외쳤어.
“매주 금요일 오후에 한 사람이 질문 하나씩을 발표할 겁니다. 여러분이 스물 두 명이니까 22주 동안 진행할 거예요. 티네 선생님과 나는 여러분의 질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업을 준비할게요. 마지막에는 여러분 인생에 이 수업이 도움이 되었는지를 토론합시다. 그러고 나면…….”
“수학 파티를 해요!”
키아라가 소리쳤어. 튀르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
--- p.9~10
“선생님도 잘 아시죠. 저는 지는 걸 진짜 못 견디잖아요. 이기지 못하면 마음속에 가시가 돋쳐서 모든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제 질문은 ‘모든 게임에서 항상 이기는 방법이 있을까?’예요. 속임수 말고, 수학으로요. 이건 저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이에요. 어떻게 해야 제가 늘 이길 수 있을까요?”
--- p.13
그래서 골키퍼들은 상대 선수가 공을 차기 전에 점프를 시작해야 해요! 하지만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왼쪽? 오른쪽? 그래서 축구 팀에서 전문가를 고용하는 거예요. 어떤 선수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공을 차는 확률을 알아내기 위해 그 선수의 과거 페널티 킥 영상 자료를 전부 다시 살펴본답니다. 축구는 수학이에요!
--- p.63
사람들이 서로 닮았다고 여기는 이유는 아주 다양해요. 그래서 우리에게 도플갱어가 있는지, 그 확률은 어떨지를 계산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에 나와 꼭 닮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거의 100퍼센트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로메이와 로스처럼 같은 반이 되겠지요!
--- p.78
다른 아이들은 토론을 하느라 바빴어. 아이들은 네덜란드나 벨기에, 미국 같은 나라에서 난민 아이들의 입국을 거부하는 상황이 어처구니없다고 했어. 하지만 옌스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 옌스는 손을 번쩍 들어 올렸어.
“선생님! 수학 문제를 무엇으로 할지 알겠어요! 제 수학 문제는 이거예요. ‘우리 마을 전체를 둘러쌀 수 있는 벽을 만드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그 벽은 얼마나 커다랗고 두꺼워야 할까요?’”
옌스가 토론을 망치려는 건 아니었어. 옌스는 어제 일로 화가 많이 나 있었어. 옌스의 마음은 최종 이혼 합의서나, 어깨를 웅크린 채 걸어가던 아빠, 배달 앱에서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 엄마 같은 것들로 가득 차 있었어.
옌스의 말에 친구들이 놀란 표정으로 옌스를 바라보았어. 놀라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어. 옌스는 친구들의 눈빛에서 놀라움이 분노로 바뀌는 걸 보았어.
“뭐라고? 그게 지금 할 말이야?”
“난민들을 막을 벽을 만들겠다는 뜻이야? 너 무슨 독재자라도 되니?”
키아라와 미렐바, 만과 스벤, 그리고 몇몇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어.
“옌스, 수학 문제는 내일까지 정해도 돼요. 왜 지금 그 말을 하는 걸까요?”
티네 선생님도 한마디 했어. 옌스는 뒤를 돌아보았어. 짙은 색 눈동자들이 깜박이며 옌스를 보고 있었어. 선생님의 파란 눈동자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옌스를 향했지. 그 순간, 옌스는 일곱 번째로 눈물을 터뜨렸어.
--- p.143~145
팀한테는 큰 걱정거리가 있었어. 바로 환경에 안 좋은 비행기를 타는 문제야. 비행기는 기차보다 훨씬 나쁜데, 팀은 매달 비행기를 타잖아? 물론 팀은 카티아 엄마가 보고 싶고, 엄마를 보러 가는 건 매우 기쁜 일이지만.
팀은 이 문제에 대해 셋이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무척 놀랐어. 엄마들은 늘 모든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하거든. 그래서 팀은 계획을 짰어.
1. ‘쓸모 있는 수학’ 수업에서 질문을 한다.
2. 비행기가 얼마나 나쁘고, 기차는 얼마나 더 나은지를 수업에서 다룬다.
3. 엄마들에게 원고를 보여 드린다.
4. 원고가 마음에 들면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마지막 장까지 읽을 것이다.
5. 마지막 장에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두 엄마와 남자아이가 비행기에 타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 p.232
“모든 질문은…… 우리가 했던 모든 질문은 정말로 우리의 삶과 관련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파이케는 교실을 둘러보며 눈을 깜박였어. 모두들 귀를 기울여 파이케의 말을 듣고 있었지. 그러느라 다들 숨쉬기를 잊은 것만 같았어.
“…… 우리 모두가 스스로 생각한 질문이었기 때문이에요. 무엇이든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말할 수 있었고, 그리고 우린…….”
파이케는 갑자기 수줍은 듯 바닥을 바라보았다가,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팔을 펴서는 티네 선생님과 튀르 선생님을 가리켰어.
“…… 우린 선생님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러므로…….”
파이케는 일어나서 앞을 똑바로 보았다가, 고개를 돌려 왼쪽과 오른쪽을 둘러보았지.
“…… 그러므로 지난 한 해는 아주 의미 있고, 더없이 행복했어요.”
---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