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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나방주
튼튼한 나무-51이동
김래연 글 / 하니 그림
|
씨드북
|
2023년 06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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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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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는 잡은 손에 힘을 꽉 주고는 내 귓가에 얼굴을 갖다 댔다. 개미만큼 작은 소미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차피 또 지겠지만.”
‘뭐, 뭐라고?’
내 귀를 의심했다. 착하고 언제나 반듯한 소미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주변 아이들은 못 들은 눈치였다. 어안이 벙벙해져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 p.20
나리와 실컷 떠들고 나니 마음이 조금 풀렸다. 학교 운동장에 대문짝만하게 ‘고소미, 얄미운 X’라고 써 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누가 했느냐며 모두 앞에서 추궁당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날 저녁, 일기장에 한 자씩 정성 들여 적었다.
고소미, 고 얄미운 X. 이번 선거에서는 꼭 널 이겨 줄 거야. 두고 봐.
--- p.26
공자는 그런 아이였다. 우리와 친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크게 웃거나 말하지도 않았다. 몇몇 남자아이들이 다가갔지만, 별수 없었다. 공자는 혼자 음악을 듣거나, 농구공을 튀기며 슛을 넣는 걸 좋아했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외로워 보이지도 않았다. 갑자기 이방인이 나타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 올리는 모습이 우리로선 약간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 p.31
“순진한 척하기는…….”
“순진한…… 척?”
“그래. 항상 착한 척, 순진한 척, 모르는 척하면서 혼자 실속은 다 챙겼던 거 아니었어? 오늘 아침처럼.”
오늘 아침의 일들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스쳐 지났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건 없었다. 소미의 가방 들어 주기 이벤트를 지켜보다가 선거 운동을 한 것밖에 없으니까.
--- p.63
선거용 도장을 손에 들고 계속 1번 나방주와 2번 고소미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공자 말처럼 나에게 투표할까? 나를 찍어서 손해 볼 거 없잖아.’
‘그래도 어떻게 자기에게 투표해? 이건 선거의 원칙에 맞지 않아.’
‘자신에게 투표하지 말라는 원칙이 어디 있어? 게다가 비밀 선거니까 아무도 모를 거야.’
--- p.79
기회였다. 무예는 힘이나 성미로만 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기세가 승패를 좌우한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끊임없이 겨루고 싶지 않다면, 상대방이 기에 눌려 다시는 나에게 덤빌 생각을 못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드디어 내 특기인 벽 짚고 돌려차기를 보여 줄 때였다.
--- p.103~104
엄마가 늘 그랬다. 사람을 미워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말라고. 사랑과 미움은 들숨과 날숨 같아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거라고. 오늘 좋았던 사람이 내일은 싫어질 수도 있고, 적군이 아군으로 돌변하는 것도 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어차피 또 지겠지만.”
‘뭐, 뭐라고?’
내 귀를 의심했다. 착하고 언제나 반듯한 소미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주변 아이들은 못 들은 눈치였다. 어안이 벙벙해져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 p.20
나리와 실컷 떠들고 나니 마음이 조금 풀렸다. 학교 운동장에 대문짝만하게 ‘고소미, 얄미운 X’라고 써 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누가 했느냐며 모두 앞에서 추궁당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날 저녁, 일기장에 한 자씩 정성 들여 적었다.
고소미, 고 얄미운 X. 이번 선거에서는 꼭 널 이겨 줄 거야. 두고 봐.
--- p.26
공자는 그런 아이였다. 우리와 친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크게 웃거나 말하지도 않았다. 몇몇 남자아이들이 다가갔지만, 별수 없었다. 공자는 혼자 음악을 듣거나, 농구공을 튀기며 슛을 넣는 걸 좋아했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외로워 보이지도 않았다. 갑자기 이방인이 나타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 올리는 모습이 우리로선 약간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 p.31
“순진한 척하기는…….”
“순진한…… 척?”
“그래. 항상 착한 척, 순진한 척, 모르는 척하면서 혼자 실속은 다 챙겼던 거 아니었어? 오늘 아침처럼.”
오늘 아침의 일들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스쳐 지났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건 없었다. 소미의 가방 들어 주기 이벤트를 지켜보다가 선거 운동을 한 것밖에 없으니까.
--- p.63
선거용 도장을 손에 들고 계속 1번 나방주와 2번 고소미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공자 말처럼 나에게 투표할까? 나를 찍어서 손해 볼 거 없잖아.’
‘그래도 어떻게 자기에게 투표해? 이건 선거의 원칙에 맞지 않아.’
‘자신에게 투표하지 말라는 원칙이 어디 있어? 게다가 비밀 선거니까 아무도 모를 거야.’
--- p.79
기회였다. 무예는 힘이나 성미로만 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기세가 승패를 좌우한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끊임없이 겨루고 싶지 않다면, 상대방이 기에 눌려 다시는 나에게 덤빌 생각을 못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드디어 내 특기인 벽 짚고 돌려차기를 보여 줄 때였다.
--- p.103~104
엄마가 늘 그랬다. 사람을 미워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말라고. 사랑과 미움은 들숨과 날숨 같아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거라고. 오늘 좋았던 사람이 내일은 싫어질 수도 있고, 적군이 아군으로 돌변하는 것도 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 p.107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전교 회장 선거에 나선 태권 소녀 나방주. 투박하고 솔직하며 가끔은 버럭 화도 잘 내지만 착한 심성의 소유자다. 그런 방주의 발목을 붙잡는 건 암만 생각해도 촌스러운 자기 이름과, 번번이 그리고 은근히 훼방을 놓는 경쟁자 고소미뿐이다. 소미 역시 이번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했으며, 모두에게 인기 많고 친절한 아이지만 유독 방주에게만 날카롭게 군다. 그것도 다른 아이들은 모르게. 전학생인 킹메이커 소공자로부터 선거 비법 수첩을 받고 친구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방주. 수첩 속 〈킹이 되기 위한 시무 7조〉를 깨알같이 지키며 서서히 모범적인 ‘회장 후보’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간다. 그렇게 순조로운 선거 운동 중, 급식실에서의 다툼으로 방주가 경쟁자 소미의 뺨을 김치로 때렸다는 소문과, 학교 벽에 ‘고소미 OUT! 회장은 나방주!’라는 낙서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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