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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냥

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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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냥 (큰글자도서)
[도서] 이웃 사냥 (큰글자도서)
매트 쿼리,해리슨 쿼리 저/심연희 역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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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냥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762g | 140*210mm
ISBN13 979113064469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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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시간 전에 내털리와 통화했고, 목장에서 그녀와 만나기로 했다. 내털리가 진입로 끝에 있는 우리 집 대문 기둥에 묶어놓은 풍선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 집으로 향하는 진입로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겠구나.

그 광경에 숨이 막혔다. 좌회전해서 긴 진입로로 들어섰을 땐 경외감마저 느꼈다. 진입로는 남쪽으로 돌아가면 국유림으로 이어지는 L자형 도로에서 북쪽으로 갈라져 나와 길게 뻗어 있었다. 쭉 따라가자 살짝 솟은 지대에 집과 차고가 있었고, 그 주위를 목초지와 포플러나무가 둘러쌌다. 집 너머로 보이는 뒷마당에는 커다란 목화나무 몇 그루가 자리 잡았고, 진입로 옆에는 포플러나무가 드문드문 자랐다. 3월의 산에는 아직도 눈이 꽤 쌓여 있었지만, 봄기운이 지금부터 왕성하게 피어날 기미 역시 분명했다. 이르게 자라난 잎새들은 파릇파릇한 초록빛이었고, 일찍 핀 야생화도 고개를 내밀었으며, 여기저기 새들 천지였다. 그 땅은 활기에 가득 차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 집은 우리가 원래 찾던 집보다 훨씬 작았다. 지난 몇 년간 덴버의 하일랜드에서 지냈던 집보다도 더 작은 집이었다. 하지만 널찍한 현관과 집 둘레에 울타리가 쳐져 있어도 주변 풍경이 아름답게 내다보이는 마당, 괜찮은 모양새로 분리되어 있는 차고 겸 작업장 뜰, 그리고 두어 개의 창고까지 참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내다보이는 모든 곳에,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든 간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이었다. 이곳의 경치를 보자마자 우리는 곧바로 이 집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점의 의심도 없이. 마당을 두른 울타리 바깥에는 약 4만 8000평에 이르는 목초지와 황무지가 있었다. 집 밑에는 개울이 위아래로 이어져 있는 연못이 하나 있었다. 집 위에는 북쪽 경계를 따라 약 1만 8000평 넓이의 소나무 숲이 자리 잡았다.
--- pp.30~31

불이 붙으면, 빛은 사라진다. 남향 창문으로 가서 빛이 아직도 있는지 보라. 만약 여전히 빛이 보이면, 불에 장작을 더 넣어라. 빛이 사라졌다면 악령은 떠난 것이다. 악령이 떠나면 곧바로 느낄 수 있다. 그러면 불이 알아서 꺼지게 놔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던 일을 계속 하면 된다.
--- p.107

벌거벗은 남자가 들판을 가로질려 달려오고 있었다.
(중략) 이제는 그의 목소리도 더 분명하게 들렸다.
“살려주세요! 제발 기다려줘요! 살려줘요! 도와주세요, 제발, 저게 날 죽이려고 해요, 선생님, 제발, 제발요!”
제길.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거였구나.
대시는 뭐에 씌기라도 한 것처럼 격하게 움직이며 으르렁대고 짖었다. 이윽고 나는 처음으로 그 남자 뒤에 있는 것을 보았다. 흑곰이었다. 조준경으로 보자, 곰은 어느 모로 보나 이제껏 본 수많은 흑곰과 다를 것이 없었다. 확실히 덩치가 컸고, 2백 킬로그램쯤 되는 수컷이었다. 하지만 보통 곰이 생각보다 빨리 달리는 걸 내가 아는데, 저 곰은 아주 느릿하게 돌진하고 있었다. 그 외에는 악몽처럼 무시무시하다든가 부자연스러운 점은 없었다.

나는 다시 남자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이제 개울을 첨벙이며 건너오는 중이었다. 나를 보다가 또 뒤를 돌아보며 곰을 보다, 또 나를 보기를 반복했다. 그가 우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선생님, 제발요! 제에에발, 이러다 저 죽어요, 살려주세요! 절 좀 살려주세요!”
내 머릿속에서 대화 소리가 어지럽게 뒤엉키기 시작했다. 저 곰을 쏴야 해. 곰을 쏘라고. 망할 놈의 곰을 쏘란 말이야, 자식아. 댄이 저 곰을 쏘지 말란 소리는 안 했잖아. 이게 실제 상황이면 어떡해? 내가 들은 악령 이야기와 우연히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거라면 어떡하냐고? 사람이 잡아먹히게 둬야 한단 말이야?
--- pp.170~171

어느 날 밤 시모어 부부의 막내딸인 코트니가 연못의 빛을 보았는데도 일부러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 애는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10대였고, 말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리처드와 몰리는 산에서 나는 북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빛을 알아차렸다. 북소리가 이미 시작되어 소용이 없었는데도 그들은 미친 듯이 불을 피웠다. 하지만 북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가까워질 뿐이었다. 루시는 시모어 가족이 집에 있는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했다. 다만 댄과 조가 나타나자마자 리처드와 몰리는 그 땅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미쳐가고 있었다. 그들은 벌써 사흘이나 집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말이다. 시모어 가족이 댄과 조에게 한 말은 그 집이 “포위되었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뭐가 집을 포위한 건지는 몰랐다.

(중략) 진입로에 차를 세우고 내려보니, 시모어 가족의 소 서른 마리와 양 떼가 가죽이 벗겨진 채 죽어 있었다. 벗겨진 가죽은 힘줄로 꿰매어져 집을 둘러싼 목화나무와 포플러나무 사이에 괴상망측한 피투성이 돛처럼 걸려 있고, 동물의 내장은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널려 있었다. 가죽이 벗겨진 짐승의 사체는 현관에 쌓여 문을 막아버린 상태였다. 루시는 어떻게, 또 어째서 댄과 조가 나타난 것으로 이 난장판이 멈추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어쨌든 두 사람이 집에 오고 나서 집을 둘러싼 심란한 포위가 멈추었다. 루시의 말에 따르면 댄과 조가 현관을 가로막은 동물의 사체를 치우자, 리처드와 몰리가 집에서 나오더니 먹먹한 분노에 빠져서 마당에 앉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붕에 뭐가 있다고, 그것들이 지붕에서 깔깔대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말이다.
--- pp.2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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