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렇고 아이들 공부도 많이 변했네요. 피서지에서 별장을 빌려 합숙이라니. 우리가 어렸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잖아요.” 슌스케가 말했다. “나미키 씨는 쇼타를 사립 중학교에 진학시키는 일을 반대하셨다더군요.” “아니, 반대라니요. 그렇게까지는….” 슌스케는 미나코를 힐끔 쳐다보고 말했다. “다만 가혹한 수험 공부를 시키면서까지 그런 데 보내는 게 의미가 있나, 하는 소박한 의문이 들었을 뿐입니다. 본인이 강력하게 원한다면 모를까, 부모가 억지로 진로를 정하는 게 과연 아이에게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요.” ---「특별 합숙 과외」중에서
“그 여자는 내가 헤어지지 않더라도 아이가 태어나면 당신이 그 애의 아버지임을 공표할 거랬어. 그렇게 되면 나미키 집안은 바로 무너질 거래. 쇼타도 수험 준비나 하고 있을 처지가 못 될 거라고. 오히려 쇼타의 장래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그래도 괜찮냐고….” 미나코는 무표정한 얼굴로 남편을 바라봤다. “그 여자, 그렇게 말했어. 그렇게 말하고 설핏 웃기까지 했다고.” ---「특별 합숙 과외」중에서
“미나코 씨가 살인범이 되지 않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사건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는 것뿐이죠. 구체적으로는 저 사체를 처분해야 합니다. 우리 손으로.” “그런 일은 절대 안 됩니다.” “그런가요?” “아니,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어떻게 처분하죠? 어떻게 처분하든 신원이 드러나면 우리가 의심받아요.” “그러니까 사체가 발견되지 않도록 해야죠. 만약 발견되더라도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요.” “얼굴과 지문을 잘 처리하면 신원을 밝힐 수 없잖아요?” 세키타니가 말했다. ---「특별 합숙 과외」중에서
“어째서 저렇게 열심히 나서 줄까? 그 사람만이 아니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지. 당신을 필사적으로 구하려 하고 있어.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살인 사건이 일어났어. 나라면 저렇게 못 해.” “자기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잖아.” “그래도 말이야, 당신들은 뭔가 특별한 인연으로 묶여 있는 것처럼 보여.” 슌스케는 아내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슨 뜻이야?” “말한 그대로야. 비밀스러운 유대감 같은 게 있는 듯해.” “그러네. 그럴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모르는 무언가로 얽혀 있지.” ---「히메가미코 호수에 가라앉은 시체」중에서
“기미코 씨가 말했어. 그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그 의미를 이제 알겠어.” 미나코가 그를 봤기 때문에 슌스케도 그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미나코 씨는 아직 괜찮을 거라고도 했지.” “무슨 소린지 전혀….” “그들은 자식의 수험이라는 고민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이어져 있지 않나? 나는 그렇게 의심하는데.” ---「단단한 결속」중에서
“여러분은 자기 아이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군요. 내 아이가 진범일지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진실을 밝히는 대신 사건을 은폐하는 데 힘을 합쳤다는 말입니까?” 슌스케는 미나코의 양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당신도 그래? 쇼타를 못 믿어? 녀석이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내가 쇼타를 못 믿는다고 생각해?” “아니면?” “믿어. 그치만,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야. 모두 자기 아이를 믿어. 설마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 리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 애 중 하나가 그 믿음을 저버렸어. 그 애가 바로 내 애가 아니라고 당신은 단언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