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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불완전한

: 극복과 치유 너머의 장애 정치

리뷰 총점8.5 리뷰 2건 | 판매지수 2,184
베스트
사회 정치 top100 3주
정가
18,000
판매가
16,2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60g | 132*210*20mm
ISBN13 9788962625752
ISBN10 89626257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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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장애인, 노동계급, 퀴어라는 다중적인 정체성으로 현대사회에 도전해온 일라이 클레어의 신간. 이번 책에서 주제는 장애와 치유다. 장애를 치유와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온 구조에 저항한다. 저자의 경험과 구조 너머를 사색하는 통찰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인문 에세이. - 손민규 사회정치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론
차례

읽기 전에
◇스트로브잣나무

1장 | 치유라는 이데올로기
◇경련과 떨림
2장 | 치유라는 폭력
◇단풍나무
3장 | 치유와 공모하는
◇돌
4장 | 치유의 뉘앙스
◇소라껍데기
5장 | 치유의 구조
◇소라게
6장 | 치유가 작동하는 법
◇구르기
7장 | 치유의 한가운데
◇배롱나무
8장 | 치유를 누비기
◇드랙퀸
9장 | 치유의 영향
◇생존 노트
10장 | 치유의 약속
◇자전거 타기

감사의 말
해제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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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문제
손민규 인문 PD
2023-09-26
농구는 혼자 하기 편한 운동이다. 농구 골대만 있으면, 홀로 재밌게 할 수 있다. 휴일에 집 근처 농구장이 있는 공원에 종종 간다. 더운 날 한낮에는 농구장이 한산해 사람이 없는 편이다. 하루는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혼자 슛만 던지는 게 지루했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저랑 일대일 하시지 않을래요?"

그는 손으로 귀와 입을 가리킨 뒤, 양손으로 크게 X자를 표시했다. 듣기와 말하기가 불편하다는 뜻인 듯했다. 하지만 우리 둘이 경기를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경기 결과는, 내가 졌다. 그것도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졌다.

미국의 작가 일라이 클레어가 쓴 『눈부시게 불완전한』이라는 책을 받아들었을 때 그날의 농구가 생각났다. 이 책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 묻는 책이다. 장애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장애를 규정하고 거기에 열등성을 부여하며 치유를 위해 폭력을 가하는 우리사회가 문제다.

저자인 일라이 클레어는 백인이자 장애인이며 퀴어라는 정체성을 지닌 체 집필활동을 해왔다. 한국에는 『망명과 자긍심』으로 소개된 바 있다. 어린 시절부터 정신지체라는 진단을 받으며 또래로부터 "원숭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저자에게 상처를 남길 법하지만, 이 책에서 그는 말한다. 나의 뇌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마다하리라고. 지금 있는 그대로 정체성을 받아들이겠다.

이 책은 정체성과 장애의 복잡한 관계에 주목한다. 장애를 단순히 의학적인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개인의 정체성과 상호작용하며 어떻게 다양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 강조했다. 나아가, 장애를 지녔다고 호명된 사람들이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고,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극복하며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장애를 지녔다고 호명된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와 상호작용할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를 지녔다고 호명된 사람들의 권리와 이들을 포용하려는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두 발로 걸을 수 없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경사면 없이 계단으로만 건물을 설계한 사회가 문제인 셈이다.

이 책은 장애와 환경 문제간의 상호 작용도 탐구한다. 환경 문제와 장애 문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만일 가능하기만 하다면, 회복은 상실에 대한 대책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안녕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훼손은 비가역적인 것이다. 어떤 생태계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회복하는 데 몇 세기가 필요한지 알 수 없고, 어쩌면 벌어진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이미 망가진 것을 고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 (108쪽)

한편, 저자는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등 점점 더 세분화되는 정신질환에 관해도 일침을 가한다. 현대의학이 정신질환을 통제하고 치료하는 데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정상성이라는 표준화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일부를 향한 통제와 폭력은 치유라는 미명으로 자행될 게 뻔하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더 멀리 갔으면 한다. 『DSM』 자체를 해체하는 일, 이상disorder과 결함이라는 개념을 폐기하는 일, 백인 서구의 진단 너머에 있는 의료 기술에 접근하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일을 상상했으면 한다. 그렇다, 나는 반란을 제안하고 있다. (252쪽)

내 주변의 조현병, 우울증 친구들이 현대의학에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얻었는지를 봐왔기에, 이 책의 모든 논지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인간들 간 차이를 무시하고 수치로 표준화된 모습을 제시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배제하는 데는 반대한다. 키와 몸무게, 지능 수준, 정체성, 피부색, 성격 등 인간의 스페트럼은 다양하다. 정상이 정해지는 순간, 그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을 향한 혐오가 생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양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일이 21세기에도 반복될 수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내가 망가진 존재가 아니라는 단순한 진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손상된 나의 뇌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마다할 것이다. 굳고 경련하는 근육이 없는 나를, 어눌한 발음이 없는 나를 상상할 수가 없다.
--- p.25, 「1장 치유라는 이데올로기」 중에서

우리가 세계에 보급한 코미디와 시, 행위 예술, 격렬한 액티비즘, 야한 영화, 중요한 사유, 좋은 대화, 즐거움을 생각한다.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의 특정한 몸-마음이 우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장애가 없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 p.57, 「2장 치유라는 폭력」 중에서

나는 진단을 때로는 믿을 만하고 때로는 의심스러운 지식의 한 가지 원천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유용할 때도 있지만 위험할 때도 있는, 특정 신념 체계가 빚어낸 도구이자 무기로. 사방으로 힘을 뻗치는 맹렬한 폭풍으로.
--- p.79, 「3장 치유와 공모하는」 중에서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 정상적인 것이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게는 실로 안갯속에 있는 문제다. 누가 당신의 오돌토돌한 보랏빛 피부를 부자연스럽다고, 내 떨리는 손을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걸까? 인생을 쥐락펴락하는 그런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는 걸까?
--- p.101, 「4장 치유의 뉘앙스」 중에서

만일 가능하기만 하다면, 회복은 상실에 대한 대책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안녕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훼손은 비가역적인 것이다. 어떤 생태계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회복하는 데 몇 세기가 필요한지 알 수 없고, 어쩌면 벌어진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이미 망가진 것을 고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
--- p.108, 「4장 치유의 뉘앙스」 중에서

그 어떤 기술도 치유 이데올로기의 완벽한 본보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이데올로기는 갖가지 도구들에 달라붙어 있다. 이 행성만큼이나 오래된 것부터 과학의 최첨단을 달리는 것까지.
--- p.147, 「5장 치유의 구조」 중에서

뇌성마비를 치료해 줄 가상의 약을 먹겠느냐고 묻는 비장애인들은 실로 다양한 층위의 환상으로 나를 끌어들인다. 뇌성마비에는 그런 기술이 존재하지 않으며, 유망한 치료법 후보가 있는 유방암이나 당뇨, 자폐와는 달리 만들어지고 있지도 않다. 이러한 질문은 장애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데 초점을 맞춘 사고실험에 지나지 않는다.
--- p.155-156, 「6장 치유가 작동하는 법」 중에서

우리는 평화로이 지낸다. 수용한다. 축하한다. 내려놓는다. 자긍심을 찾는다. 애매모호함을 받아들인다.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연민과 극복을 거부한다. 공동체를 구축하고 고립에 익숙해진다. 상호 의존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아주 높은 생산성을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몸-마음에 관해 아는 바를 주장한다. 상실과 자긍심의 균형을 맞추는 법을 배운다. 좌절과 고통과 씨름한다. 나는 장애를 주장하는 일을 규정하고 싶지 않다. 때로 그것은 적극적으로 장애를 선택하는 일과, 또 때로는 장애를 기피하는 일과 겹친다. 이 일에는 종종 모순이 섞여든다.
--- p.229, 「8장 치유를 누비기」 중에서

정신지체는 중간에 빠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혐오 표현이라는 형태로 나를 따라다닌다. 뇌성마비는 나의 부모가 치유를 탐색하는 동안 나를 찾아냈다. (…) 정신분열로부터는 가까스로 도망쳤다. 목소리를 듣고 환영을 보는 것이 본질적으로 나쁘거나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진단이 동반하는 의학적 치료와 사회적 상황이 때로 끔찍했으므로, 탈출했을 때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 젠더 정체성 장애의 경우, 나는 능동적으로 그것을 찾아냈다.
--- p.246, 「8장 치유를 누비기」 중에서

그러나 나는 우리가 더 멀리 갔으면 한다. 『DSM』 자체를 해체하는 일, 이상disorder과 결함이라는 개념을 폐기하는 일, 백인 서구의 진단 너머에 있는 의료 기술에 접근하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일을 상상했으면 한다. 그렇다, 나는 반란을 제안하고 있다.
--- p.252, 「8장 치유를 누비기, 252쪽

치유는 회복력과 생존을, 균열·틈·이음매 사이의 거미줄을 외면한다. 우리 중 망가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바로 그 점에서, 치유의 약속은 힘을 갖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싶다. 우리가 우리의 망가져 있음을 수용하고 주장하고 포용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 p.280-281, 「9장 치유의 영향」 중에서

손으로 가슴팍을 훑고, 셔츠 핏을 보며 마음에 들어 하고, 내 피부 안에서 한없이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지난날의 자기의심이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위해 지속한 일평생의 투쟁을, 젠더화되고 섹스화된 몸-마음을 재형성하기 위해 이용한 의료 기술과 어떻게 화해시킬 수 있을까? 나는 조금 더 지저분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
--- p.301, 「10장 치유의 약속」 중에서

부치 다이크에서 백인 남성으로 사는 젠더퀴어로 차츰 이행해 온 과정은, 이상disorder을 치유하거나 망가짐을 고치는 문제가 결코 아니었다. 차라리 욕망이나 편안함의 문제에 더 가까웠다. 트랜지션은 문이었고, 창문이었고, 짙푸른 하늘이었다.
--- p.306, 「10장 치유의 약속」 중에서

나는 치유의 약속이 열어젖힌 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욕망의 소리를 들었으며 몸-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나는 젠더 이분법 안에서 더 편하게 살고 있다. 나는 아직도 지금의 내가 풀밭에서 연을 날리던, 자신이 여자아이도 남자아이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아홉 살의 나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나는 아무것도 치유하지 않았다. 치유할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힘들이 나를 밀치며 통과해 간다.
--- p.311, 「10장 치유의 약속」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사회는 어떤 상태를 ‘문제’로 규정하고 ‘치유’해 왔는가?
“치유는 백인 서구 사상과 문화에 침투한 이데올로기다”


병을 치료하여 더 나은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의 치유는 언제나 ‘결함이 있고’, ‘문제가 있는’ 상태를 전제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는 정치적인 규정이다. 의료적, 과학적, 국가적 권한을 등에 업은 권력 집단은 장애인, 유색인, 퀴어 들을 결함이 있는 존재로 공표하며 치유라는 명목으로 폭력과 억압을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백인, 부유층, 비장애인, 시스젠더로 대표되는 지배 집단의 특성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의 기준이 되었고, 이에 속하지 못하는 수많은 몸과 마음들은 가치 없으며 제거되어야 할 존재로 전락했다.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이러한 ‘치유’ 개념이 현대의 문화 및 가치 체계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정상성’을 설파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클레어에 따르면 치유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장애 선별적 임신 중지와 같은 의료 기술은 물론, 매우 일상적인 도구들에도 스며들어 있다. 가령 흔히 판매되는 피부 미백 크림은 피부색이 어두운 신체는 매력적이지 않은 몸, 도덕적이지 못한 몸으로 여기는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강화하며 백인 우월주의를 답습하는 식이다.

정상성을 작동시키는 강력한 기제로서 ‘치유’의 구조, 작동 방식, 목적, 사례, 약속 들을 구조적으로 파헤치는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단순히 치유를 거부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유를 둘러싼 정치적·경제적 권력관계를 이해하여 고통과 치유, 건강과 회복을 이해해 나가는 프레임을 새롭게 설정해 보자는 전복적인 제안이다.

적응하고 협상하고 의존하고 욕망하는 몸과 마음들
극복과 치유 너머, 불완전한 존재들의 다채로운 가능성에 관하여


장애 및 질병 캠페인 광고에서 흔히 쓰이는 수사들을 떠올려 보자. 낙마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이후 최첨단의 치료를 찾아다니며 두 발로 서기를 끊임없이 갈망했던 《슈퍼맨》의 주연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 누구나 노력하면 난독증을 극복할 수 있다는 광고판 속 우피 골드버그. 불운과 불의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수많은 장애와 질병들.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장애를 ‘결함’이자 ‘극복’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지배적인 관점이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장애 및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쟁점을 지워버린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돈과 부작용을 감수하며 마비된 다리를 고치기보다,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수어와 점자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의 접근성이 보장된다면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정신병에 대한 낙인이 덜해진다면 환영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경험이 지금처럼 끔찍한 일은 아닐 수 있지 않을까?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의료적 치유에만 집중된 기존의 논의에서 눈을 돌려, 특정한 몸과 마음을 장애화(disabling)하는 문제를 검토해 보자고 제안한다.

이 책이 장애 정체성과 자긍심을 주장하는 전략으로 치유에 반대하는 단일한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일라이 클레어는 책의 후반부에서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로서 가슴 재건 수술과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선택하기까지의 여정을 고백하며, 그 과정에서 경험한 자기모순과 치유, 욕망의 정치성에 관해 치열하게 사유한다. 백인이라는 특권과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위치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저자는, 다양한 인종, 계급, 젠더, 질병, 섹슈얼리티를 가진 당사자들이 치유와 관계 맺는 여러 방식을 조명한다. 소수자들의 자긍심과 정체성이 치유와 양립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자긍심을 주장하는 일이 교차적인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사려 깊게 논의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정체성과 차이에 기반해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진화 중인 장애, 퀴어, 젠더, 페미니즘 담론에 귀중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지워지고 잊힌 존재들을 되살리는 문학적 상상력
환경과 비인간 생물로 뻗어나가는 클레어식 연대


개인의 고통에서 출발해 역사 속 소수자, 나아가 비인간 생물의 삶으로 확장하는 이 책은 형식적으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7장 치유의 한가운데〉는 우생학적 법안 아래에서 ‘정신박약’으로 낙인찍히며 강제 불임 수술을 받아야 했던 캐리 벅과 그녀의 어머니 에마 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라이 클레어는 다양한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캐리 벅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그녀를 글의 화자로 직접 등장시킨다. 역사의 빈칸으로 남아 있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되살리고, 그들에게 질문하고 말을 건네는 클레어의 서술은 이 책에 특별한 생명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눈부시게 불완전한』에서 권력 집단의 소수자 억압은, 인간의 자연 억압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서로 다른 몸과 마음의 차이를 지우고 ‘정상적’인 존재만을 양산하는 치유 이데올로기에서 하나의 작물만을 재배하는 ‘단일재배농법’을 읽어낸다. 이러한 다양성의 축소가 얼마나 많은 생태계를 파괴했는지 기억해야 한다는 클레어의 이야기는 자못 섬뜩하다. ‘문제’를 제거해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회복 개념 대신, 다양한 생물들 간의 상호 의존성을 되살리는 관점으로 ‘회복’을 새롭게 상상해 보자는 클레어의 독창적인 통찰이 빛난다.

각 장 사이에 배치된 산문(〈스트로브잣나무〉, 〈경련과 떨림〉, 〈돌〉, 〈소라껍데기〉, 〈구르기〉, 〈배롱나무〉, 〈드랙퀸〉, 〈생존 노트〉, 〈자전거 타기〉)은 “장들을 연결하면서도, 장마다 개진되는 주장과 논증에 포섭되지 않는 순간과 느낌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 글들은 감각을 연 채 자연과 인간의 상호 의존성을 함께 느껴보자는, 독자들을 향한 클레어의 초대다. 미국의 지명을 원주민 부족의 영토로 표기한 작업 역시 자연과 땅에 새겨진 폭력과 역사를 폭넓게 인식하는 클레어만의 감수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클레어는 “뇌성마비”, “정신지체”, “원숭이”, “정신분열”, “젠더 정체성 장애”라는 명명들로 굴곡진 개인의 역사를 트라우마와 고통으로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각의 범주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끄집어낸다. 이러한 낙인과 불의를 경험했던 과거의 인물과 동식물, 동료 들의 곁에 머물며, 이들의 고통과 열망을 느끼고, 폭력에 도전한다. 비인간 생물과 환경, 소수자의 몸-마음을 떨리는 손으로 감싸 안는 클레어의 여정을 따라 불완전함을 결함으로 여기고 제거하려는 시스템을, 이를 떠받드는 이데올로기를 직시할 때다.
- 김은정 (시러큐스대학교 여성·젠더학과 및 장애학 프로그램 부교수,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저자)
부서진 삶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그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진솔한 시적 언어로 그 일을 해낸다. 일라이 클레어는 장애·질병을 부서지고 망가진 것과 동일시하는 세상 속에서 부서진 몸의 균열을 통과하며 틈 사이로 쏟아지는 빛을 주워 담는다.
치유 이데올로기는 너무나 많은 얼굴을 지니고 있어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면 모순의 미로를 지나야 한다. 장애인, 퀴어, 아픈 사람들의 몸-마음은 복잡한 방식으로 치유와 얽히고 치유를 갈망하며, 동시에 치유가 가하는 폭력에 저항한다. 이 책은 마침내 ‘어떻게 우리의 망가져 있음을 주장하고 또 포용할 수 있을까’라는 어려운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분명한 해답 대신, 부서진 그대로 반짝이는 세계들이 빛난다. 엉망진창이고 불완전한 그러나 모자이크처럼 아름다운 삶의 조각들이.
- 김초엽 (소설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미국 보건의료에 만연한, 장애는 ‘결함이 있고 망가진 것’이라는 의료화된 서사의 변화를 단호히 촉구한다. 진화 중인 젠더, 퀴어, 장애 연구의 담론들에 길잡이를 제공하는 책이다.
- 존 R. 킬라키 (《게이&레즈비언 리뷰(Gay&Lesbian Review)》)
이 책은 금세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독자들이 클레어에게 기대하는 통찰과 시적 명징성을 갖춘, 아름답게 쓰인 책이다.
- 라이언 카트라이트 (《계간 장애 연구(Disability Studies Quarterly)》)
장애와 장애인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관련 담론과 씨름하며 꼼꼼하게 조사하고 면밀하게 사유한 책이다. 엄청난 논쟁과 분석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역사, 경험의 모자이크다.
- 헤더 레이시 (《젠더 연구 저널(Journal of Gender Studies)》)
이 책은 슬픔과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사고가 만들어 낸 나로, 장애인 다이크로 살아도 된다는 허락이었다. 울면서 읽고 또 읽었다.
- 세라 영블러드 그레고리 (《바이스(Vice)》)
탁월한 저작이다. 지적인 엄정함과 거침 없는 독창적 사유로 치유의 본질에 관한 가장 뿌리 깊은 믿음들에 도전한다. 몸-마음의 차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정의의 핵심에 있음을 갖가지 방식으로 보여준다.
- 오로라 레빈스 모랄레스 (『부싯깃: 몸에 관한 글들(Kindling: Writings on the Body)』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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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우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g********m | 2023.11.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저자는 장애인, 성소수자, 백인, 노동자이다. 한때는 정신병도 앓았다. 이 책은 그런 복합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이루는 역사적 정체성을 기록해 놓았다.    최근의 '장애학' 관련 담론들은 매우 풍성하다. 물로 그것들이 역시 우리가 만들어낸 담론들이 아니라 수입된 '담론'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런 생각에는 '기시감'이 동시에 존재한다. 철학관련 책을;
리뷰제목

저자는 장애인, 성소수자, 백인, 노동자이다. 한때는 정신병도 앓았다. 이 책은 그런 복합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이루는 역사적 정체성을 기록해 놓았다. 

 

최근의 '장애학' 관련 담론들은 매우 풍성하다. 물로 그것들이 역시 우리가 만들어낸 담론들이 아니라 수입된 '담론'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런 생각에는 '기시감'이 동시에 존재한다. 철학관련 책을 읽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얘기가 엉뚱한 쪽으로 흘렀다. '장애'는 '불완전함'과 동의어가 된다. 불완전한 것은 완전하게 '치유' 되어야 한다. 문제는 불완전함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치유 가능한가도 문제다. 먼 미래에 치유가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불완전한 존재들이 현재 가지는 문제들은 덮혀진다. 

 

본인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아니, 중요하더라도 주위에서 중요하다고 강요한다. 그래서, '치유' 받야아 한다고 강조한다. 본인이 아무리 미래에 내가 뛰어다니는 것 보다, 지금 내가 휠체어를 타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도 듣지 않는다. 

 

물론, '치유'도 중요하다. 당장 몸이 아픈데 치료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저자는 치유의 모순과 필요성 사이의 모순을 동시에 인정하며, 저자로서 운동가로서 역사적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솔직하게. 진정성 있게. 동시에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치유와 관련해서 우리는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몸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을 하지 않는 지 질문한다. 

 

저자는 '장애'와 '치유'를 개별자의 문제로 환원시키지 않는다. 파괴되는 자연, 다양한 소수자 간의 연기적 관계성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리고, 똑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이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 가지는 편견을 경계한다. 그러면서, 그렇게 나를 상대방에 투사하지 말고 타인과 나의 관계성을 되돌아 볼 것을 강조한다. 

 

다 이해는 하지 못 했다. '장애'라는 문제가 가지는 복잡성 때문일 수도 있고 내 지식의 일천함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다. '장애'는 장애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원에 다가갈 수 있는 열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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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불편하고 고쳐야한다는 착각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l*******2 | 2023.11.2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장애가 있으면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많다. 아프고 힘들어 고쳐야만 하는 부분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불행하고 그것은 문제이다.장애를 극복하고 나을 수 있다면 어떤것이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낫다.이 모든게 내 고정관념이고 착각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저자는 중증 장애인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것들, 생각한 것을 이야기 하는데 그 목소리가 지금껏 내가 가지고 살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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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으면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많다.
아프고 힘들어 고쳐야만 하는 부분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불행하고 그것은 문제이다.
장애를 극복하고 나을 수 있다면 어떤것이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낫다.

이 모든게 내 고정관념이고 착각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는 중증 장애인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것들, 생각한 것을 이야기 하는데 그 목소리가 지금껏 내가 가지고 살아온 장애에 대한 생각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읽는 내내 이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진정한 목소리일까 아니면 장애릉 받아들이기 위한 주변으로부터 동정받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며 괜찮은척을 하는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동시에 들어 내내 혼란스러웠다.
아직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하지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건 그들 또한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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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이데올로기 너머에 있는 너무 아름다운 마음을 목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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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j****l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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